사실 이런 말을 또 해봤자 대통령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이 내년 의대 정원을 조정할 '마지막의 마지막 기회'라 절박한 심정으로 제안해본다.

대통령 지지도가 19%로 나온 이틀 전 갤럽 조사에서, 의대 정원 문제에 관한 국민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 의대 정원을 확대한 것에 대해 "잘된 일 56%, 잘못된 일 35%"였다. 그런데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 18%, 잘못하고 있다 66%"였다.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79%, 걱정 안 된다 19%"였다.


즉, "의대 정원 확대는 찬성하지만, 2천 명을 일시에 늘리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으로 의료공백 사태를 초래하고 여태 풀지 못한 정부의 대응은 잘못됐다, 아파도 진료받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이게 다수 국민의 인식이다.

대통령은 내년 의대 정원을 올해의 3,113명에서 내년 4,610명으로 1,497명 증원한 이후, 이 숫자는 이미 "끝난 얘기"라며 꿈쩍도 안 하고 있다. 대통령이 요지부동이니 교육부 장관, 복지부 장관도 딴소리를 못한다. 여의정 협의도 진척이 없다.

이대로 가면 파국이 예정되어 있다. 의대생 휴학과 전공의 사퇴에다 앞으로 전문의와 전공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공급에 극심한 혼란이 예고되어 있다.

이미 지난 2월 이후 암, 뇌, 심장, 혈관, 소아, 출산 등의 수술과 응급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살릴 수 있었던 환자를 못 살린 이 문제, 누구의 책임인가? 의사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궁극적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이 심각한 생명의 문제를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나?


내년은 상황이 더 나쁠 것이다. 대통령께서 의료사태를 해결하고 합리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12월이 마지막 기회다. 내년 정원 4,610명 중 수시 3,118명(67.6%)은 모집이 끝나고 발표만 남았다.

내년 정원을 줄이는 방법은 정시 1,492명(32.4%)을 줄이고 수시의 정시 이월을 하지 않는 방법뿐이다.

지금 와서 정시 정원을 줄이고 수시의 정시 이월을 안 한다면, 수험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이 결정은 대학이 하기 어렵고,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한다. 그 법적, 정치적 책임도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뻔히 예상되는, 올해보다 더 심각한 내년의 의료붕괴를 막고 합리적인 의료개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셔야 한다.

내년의 경제 민생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2기에 우리의 안보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 연금, 노동, 교육, 인구 개혁은 지난 2년반 동안 실적이 없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는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부터 하나씩 매듭을 지어야 한다.

대통령께서 고집을 꺾고 의료사태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면서 내년 의대 정원을 축소하고, 필수 지방 응급 의료의 시스템 개혁을 실천하면서 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를 호소한다면, 국민은 박수를 칠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거부한다면 국민은 그들을 비판할 것이다. 이 결단이 임기 후반기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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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