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려고 한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는 이를 환영한다고 한다. 북한이 왜 테러국가 명단에 들게 되었나. 1987년 11월29일에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저지른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 때문이었다.

이 폭파사건으로 귀국중인 중동근로자를 포함, 115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 김정일 집단은 안기부가 저지른 사건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들은 김현희는 모르는 여자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의 이 주장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거짓임이 증명되었다. 김현희가 소녀시절이던 1972년에 남북회담차 북한을 방문한 장기영(당시 한국일보 사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사진이 당시 평양주재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다지 특파원 하기하라 료에 의하여 촬영되어 공개되었다.

김현희의 가족들이 살았던 평양내 아파트와 그 가족들이 사라진 사실도 외부 언론에 의하여 확인되었다. 김현희에 대한 수사는 당사국인 바레인과 일본(김현희는 일본인 여자 위조 여권을 갖고 있었다)에 의해서도 공인되었다.
만약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테러국가 해제를 받기 전에 대한항공 폭파를 시인하라고 공식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북한의 주장, 즉 우리 안기부가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게 될 것이다. 더구나 범행 시인을 하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테러국가 지정 해제를 환영한다고 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대한항공 폭파는 안기부 소행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북한측은 주장하고 나설지 모른다.

이 폭파사건이 났을 때 우리 정부는 미국 등 우방국가에 호소하여 북한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제 와서 김대중 정부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듯이, 시인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 김정일 집단에 대한 테러국가 해제조치를 환영한다고 한다면 앞으로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을 믿고 외교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약속과 책임을 계승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김대중 정부는 국가로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임시정부 대우를 받을지도 모른다. 주권국가의 존엄성을 지켜가려면 적당히 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국가의 윤리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강제하고 있는 의무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만약 이 의무를 포기한다면 그는 스스로 대통령의 자격을 자포자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