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을 거짓말장이라고 욕하면서 공업용미싱 운운 하는 발언을 했다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죄 고소를 당했다. 지난 9월26일 서울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1심에서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홍신 의원에 대해서 검찰이 항소를 해서 이뤄진 재판이었다.
고법은 항소기각판결을 내렸고 김홍신 의원은 벌금만 물고 의원직은 유지하게 되었다. 항소심 판결문은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의 경우도 그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형성되는 과정이 통제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그 전제로 언행이나 품성에 대한 비판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대통령 같은 공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표현행위가 사회일반적으로 용인되는 비판의 정도를 넘어서야 하고 피해자의 외부적인 명예를 실제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비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한 다소 비난성의 표현을 가미하거나 풍자의 목적으로 단순하고 극적인 비유법을 활용하는 정도만으로는 모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김홍신 피고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범주를 넘어선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본다. 따라서 김홍신 의원의 표현행위는 모욕죄를 구성한다>

김홍신 의원이 선거유세에서 한 발언의 내용은 이러했다.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이 거짓말한 것만큼 바늘로 뜨는데 김대통령은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하고 너무 많이 속여서 바늘로 한뜸 한뜸 뜰 시간이 없어서 공업용 미싱을 갖다가 드르륵드르륵 박아야 할 것이다. 말바꾸기의 천재성을 가진 사람, 거짓말의 인간문화재, 유별나게 사기치는 사람이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홍신 의원의 변호인 엄상익 변호사는 '죄를 형식적으로 인정해주고 형량에서는 사실상 용서해준 판결이다'고 했다. 재판장은 '이 재판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정말 인신공격을 하지 않고 순화된 용어로 정책대결을 하는 장이 되기를 재판부는 희망합니다'라고 했다.

이 정도의 우스개를 향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이 직접 고소장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면 아래사람들이 알아서 과잉충성을 한 것인지. 대통령은 재임기간중 내란을 음모한 죄 정도가 아니면 형사소추를 받?않을 만큼 보호를 받고 있다. 공평한 게임이 되려면 그런 특혜를 누리는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여간 심한 것을 제외하고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통령이 그만큼 관용을 베풀어야 되지 않을까. 권력이 강대할수록 견제도 강력해야 균형이 맞을 것이다.

(상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11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