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테리베토 이탈리아 북부 치안판사는 개도 짖을 존재적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웃집 개가 너무 짖어대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며 개 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면서 이렇게 판결한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비슷한 시기에, 공교롭게도 개에 대한 얘기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이야기'가 터져 나와 매스컴이 연일 그 폐해를 지적하고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급기야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짖지 않더라'는 지체 높으신 어른의 코멘트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짖어대야 할 개에 비유되는 공직자들은 누구이고 어떤 집단인가에 대해 이렇쿵저러쿵 말도 많다. 온 세상이 도박공화국이 되도록 내버려둔 배경에는 분명 권력형 게이트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정책적 오류라는 반격도 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북괴군 도끼 만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미친개에겐 몽둥이뿐이라는 경고도 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우리가 개가 되어 짖어 주겠다고 전직 치안 책임자들이 나서기도 했다.
개는 사람을 따르고 고양이는 집을 따른다고 했다. 개는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다. 사람과 함께 한 울타리 안에 살면서 보호를 받아가며 주인을 위해 충실히 봉사하는 놈도 있고 사냥개처럼 거칠게 들판을 휘젓고 다니는 놈도 있다. 때로는 안면몰수하고 사람을 물어뜯는 미친개도 있다.

인간을 위해 실컷 봉사하고도 막판에는 사람에 의해 보양식으로 토사구팽되는 불쌍한 놈도 있고 위기에 처한 주인을 구해준 의로운 소문이라든가 멀리 팔려간 진돗개가 옛 주인을 찾아 돌아왔다는 의리 있는 美談도 전해지고 있다.
이 지구상에는 약 500여 종이 넘는 개가 있다고 한다. 개의 품종을 분류하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영국의 애견가 클럽은 지금까지 알려진 품종을 여섯 무리로 분류하고 있다.

수렵견인 하운드(Hound), 실용견인 유틸리티(Utility), 조렵견인 건독(Gundog), 테리어(Terrier), 사역견인 워킹(Working), 애완견인 토이독(Toydog) 등으로 나누어 묶어 놓았다.
크기에 따라 분류하면 세퍼드와 세인트버나드 같은 초대형견, 포인터, 휘페트 같은 대형견, 진돗개, 달마시안, 에어데일테리어 같은 중형견, 삽살개, 불독, 퍼그 같은 소형견과 치와와 같은 초소형견도 있다.

종류와 품종을 불문하고 개는 짖음으로써 존재를 알리고 인정받는다. 존재적 권리를 누리기도 한다. 개의 짖어댐은 이상 징후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개가 짖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주인은 바깥을 둘러보게 된다. 개가 짖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긴다. 수상쩍은 일이 벌어져도 개가 짖지 않을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맛있는 먹이를 먹느라고 정신이 없거나 무엇에 홀려 있을 때, 아니면 곤히 잠들어 있을 때다. 개가 짖지 않으면 존재적 의미가 사라진다. 그래서 재수가 없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불평을 한다. 짖지도 않는 개 수백, 수천 마리가 있으면 무엇 하는가?

요즘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는 짖지 않는 개들의 반란에 대한 네 가지 풍자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어느 대감집 개가 짖지 않으니까 마당쇠란 놈이 '개새끼야 왜 짖지 않아?'하고 거칠게 야단을 쳤것다.
견공 가라사대 '내가 아무리 짖어대도 우리집 대감님은 머리가 나빠서 왜 짖는지 도대체 알아듣지 못하니까 내가 굳이 짖을 필요가 없잖니'했다.
또 다른 대감 집 역시 짖지 않아 마당쇠가 꾸짖으니 견공의 대답이 의미심장하다.
'좀도둑 몇 놈 들어온다고 짖어 본들 무슨 소용 있어 우리 대감님이 큰 도둑놈인데, 마당쇠야 그렇지 않니?'
세 번째 대감집 짖지 않는 견공 왈, '우리집 대감님은 가진 것이라곤 현금 29만원 밖에 없으니 도둑놈이 그걸 도둑질 하려고 무리해서 들어올 턱이 없지 않느냐?'하더란다.
마지막으로 등다락 같은 대감집 개도 짖지 않으니 마당쇠가 미친 듯 날뛰면서 주인 들으란 듯이 호통을 치자 '허참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 내가 짖지 않아도 대감께서는 입담이 좋아 줄기차게 떠드시며 내가 짖을 틈도 주지 않는데 자존심 상해가며 구태여 짖어댈 필요가 어디 있어. 마당쇠 너나 잘해라.'하더라나.

개가 짖지 않는 것은 반란이요. 말없는 반항이다. 주인에 대한 희롱이요 배반이다. 반란은 칼부림과 피비린내 나는 응징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개들이 짖지 않고 엎드려 있어도 대감은 힐책하고 꾸짖기는커녕 쓰다듬어 주고 껴안아 주고만 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로다.
그래서 대감을 향해 짖어댐으로써 돌발사태에 대한 비상대책을 세우게 하는 것이 임무인 졸개와 마당쇠 녀석들은 대감 눈치 보기에만 익숙해졌다. 힘들여 짖는 것보다는 재롱 피우고 아첨하고 아부하는 것이 주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름길임을 이들은 이미 터득한 것이다. 개는 자기를 알아주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짖지 않는다.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아양을 떨 뿐이다.

구태여 짖지 않더라도 주인으로부터 사랑받고 맛있는 고깃덩어리가 던져지고 황금덩어리가 굴러 들어오는데 굳이 짖어댈 필요가 있을까? 뿐만 아니라 권력 앞에 비굴한 못난이들이 한자리 챙기려고 찾아와 굽신거리는데 이보다 더 편하고 좋은 세상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짖지도 않는 개를 믿고 사는 대감은 불행하다. 짖지도 않는 개들이 둘러싸고 있는 대감집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언제 시한폭탄이 터질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 놓여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세상이다.

'달타령' 가운데 이런 가사 한 구절이 있다.
'허공보고 짖는 개야 달을 보고 짖는가? 님을 보고 짖는가?'
그래도 달을 보든 님을 보든 짖어주니 다행이다. 세상이 아무리 출세 지향적이고 야박하게 뒤틀려 간다 해도 짖어야 할 개는 짖어 줘야 하고 졸개와 마당쇠들은 마당을 제대로 지키고 쓸어줘야 한다.
이 철부지들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어 대지 마라. 체신 머리 없이 촐랑대지도 마라.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런 것이 아니다. '國難則思賢臣(국난즉사현신)이요. 家貧則思良妻(가빈즉사양처)'라고 하지 않았던가.

고대광실 주인이여! 먹을 것이 없으면 개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법, 때가 되면 배역(背逆)하며 달아날 무리들을 멀리하시고 지금은 비록 시끄럽게 짖어대도 먼 훗날 그래도 그 놈이 쓸 만한 인재였어 하고 그리워할 재목을 찾아내고 가까이 하시라.
경비견도 없이 안내견도 없이 데리고 떠날 충견 한 마리도 없이 황막한 광야를 걸어가야 할 역사의 나그네여 오늘 그대가 남기고 가는 발자국 한걸음 한걸음이 그대 뒤를 따라갈 후세사람들의 이정표가 된다는 先人의 警句를 기억하고 있는가?
짖을 존재적 권리마저 포기하고 그대를 현혹하는 패거리들을 경계하소서. 주인의 구미에 맞춰 알랑거리며 짖지 않는 개들은 그대의 눈과 귀를 멀게 하노니 음습한 人의 장막을 걷어치우고 햇볕 쏟아지는 태양의 광장으로 하루빨리 나오소서!

짖지도 않는 쓸모없는 개들은 물리치시고 안개처럼 짖게 깔려 있는 만백성의 신음소리도 들으시고, 노랫소리도 들으시고, 쓴소리도 들으시고, 칭송도 들으시며 민초와 더불어 손잡고 나가시면 대형천지 환한 세상 시원하게 펼쳐지리로니 그 길로 떳떳하게 걸어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