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북 당근 정책’이 의회와 행정부 내 보수파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이들이 왜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반기를 드는지 그 이유를 알아봅니다. 최원기 기자입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미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았습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거래설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부시 대통령이 말해온 것처럼 핵물질이 테러분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야당이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라이스 장관을 몰아 세웠습니다. 공화당 출신인 로스-레티넌 의원과 톰 탠크레도 의원은 라이스 장관에게 질문 공세를 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라이스 장관에게 최근 불거진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설의 진상을 캐물었습니다. 플로리다주 출신인 로스 레티넌 의원은 “북한이 정말 시리아에 핵물질을 수출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추궁했습니다. 이에 앞서 로스 레티넌 의원은 백악관이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설에 대해 ‘비밀의 베일’을 씌운 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의 보수파 의원들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첫째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집권할 당시만 해도 전임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주고받기식 협상을 한 끝에 미-북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쁜 행동에 보상을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반대했던 클린턴식 대북 정책을 따라 하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폐기하면 각종 정치적, 경제적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비슷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화당의 보수파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의 정책선회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로, 부시 행정부는 미국민들에게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어떤 채찍을 사용할지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핵 폐기를 전제로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제의했습니다. 그 후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국교수립과 안전보장은 물론 테러지원국 해제, 국제금융기구 가입, 식량지원 등 각종 정치적, 경제적 당근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될지 채찍 부분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워싱턴 보수파의 눈에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균형을 잃은 대북 ‘유화책’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백악관이 현안인 북한-시리아 핵 거래설에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이나 기술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이 추진해오던 6자회담은 물론 기존의 모든 대북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만일 제3국에 핵물질을 수출할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수 차례 경고해왔습니다. 이는 미국의 대북 `금지선' 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핵 시설을 공습했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을 수출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백악관은 이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화당 보수파들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을 수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임기 중에 북한 핵 문제에 성과를 내기 위해 이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대북 정책기조를 선회한 이래 보수파들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대북 정책을 추진해 나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