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오는 9월 영국을 방문해 공연하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 공연이 영국과 북한의 친선관계에 큰 진전을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영국은 지금 보험금 지급 문제로 치열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과 영국과의 법정분쟁은 2년 전 북한의 조선국영보험회사가 런던의 재보험회사들에 4000만 달러의 피해보상비를 지불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비롯됐습니다.

북한 측이 주장하는 경위는 이렇습니다. 지난 2005년 7월 고려항공의 응급 의료용 헬리콥터 한 대는 섬에 사는 임산부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습니다. 이 헬리콥터는 그러나 임산부를 실은 채 평양 인근에 있는 창고에 추락했습니다.

북한 측 주장을 보면 이 헬리콥터는 땅에 떨어지면서 평양 인근에 있는 창고를 덮쳤고 이때 이 창고 건물과 이 건물 안에 있던 재난 구호물자들이 몽땅 불타 버렸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그래서 영국의 재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지불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북한당국의 보험금 지불을 요구받은 영국 재보험회사는 그러나 북한에 대한 보험금 지불을 거절했습니다.

이것은 북한 당국의 사기극이라면서 영국 재보험회사들이 북한을 의심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영국 재보험 사들은 북한 측이 사고가 난지 불과 열흘도 안돼서 수십만 개 이르는 피해물품의 목록을 북한 당국이 빠짐없이 제출했다는 사실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검토하는 법정심리가 지난해 5월과 10월에 두 차례 열렸지만, 모두 북한 측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사고 후에 이런 피해 목록을 만들려면 그동안 유사한 사고의 예로 봐서 몇 달이 걸리는 데 북한 당국이 사고가 나자마자 이 목록을 보험사에 건낸것 자체가 사고의 진실성을 의심케하는 이유라고 영국 재보험회사들은 주장합니다.

영국 재보험회사들은 사고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팀을 보내겠다고 북한에 요구하자 북한 당국이 이를 거절했다면서 북한 당국의 사고보고를 더욱 의심하고 있습니다.

결국 보험금 지급 문제는 북한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북한과 영국 보험사가 맺은 계약서상에 분쟁 발생시 1차 법적 판단 법원을 북한의 법원으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재판 결과 북한법원은 영국의 재보험회사들이 북한에 대해 4000만 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영국의 재보험회사들은 북한에 대해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결국 북한은 지난해 영국 재보험회사들을 영국법원에 제소했습니다.

조선국영보험회사를 대리하고 있는 영국 법률회사 엘본 미첼 (Elbrone Mitchell)의 앤드류 스티븐슨 변호사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양측의 주장을 검토하는 법정심리가 지난해 5월과 10월에 두 차례 열렸지만, 모두 북한 측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습니다.

Andrew Stevenson: The procedural status is that we, I.e., the Korean National Insurance Company, struck out a part of reinsurers' claim in an application made last year. The reinsurers appealed this decision, having lost it and then they lost the appeal as well...

앤드류 스티븐슨: 현재 영국법원이 조선국영보험회사가 영국 재보험회사들이 제출한 항변서의 일부분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재보험사들이 지난 5월의 결정에 항소를 해서 10월에 다시 심리가 열렸는데요, 이 항변서의 일부 주장을 삭제한 상탭니다.

영국 재보험회사들은 법정 심리에서 북한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서류를 꾸몄는가를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재판에서는 영국 재보험회사가 북한이 꾸민 서류의 진실성을 집중 거론해 반드시 재판에서 이길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오는 11월 18일부터 4주간에 걸쳐 영국 고등법원에서 본격적인 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영국의 재보험회사들을 대리하고 있는 클라이드 (Clyde) 법무법인의 크리스 해리스 변호사는 북한 당국의 허위사고 조작을 입증하기 위한 철저한 증거 수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Chris Harris: ...the rest of the defense pleaded by the reinsurers should go forward to trial and that includes the question of whether the whole claim is fraudulent...

크리스 해리스: 재보험사들이 항변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본 재판에서 결정되게 됩니다. 삭제된 부분 이외의 주장은 모두 북한의 보험청구는 사기성이 짙다는 것을 증명하게 됩니다.

영국의 재보험회사들에 조언을 해주고 있는 미국의 보험전문가들은 미국은 경제제제에 묶여 북한회사들의 보험을 받아줄 수 없던 반면, 영국회사들은 이런 제제가 없어 북한의 재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바람에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서 북한의 보험 가입을 받아준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