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부산에서 있었던 일: 도덕적 오만이 부른 반격
-僞善者와 僞惡者를 생각한다-

능력면에서 차이가 크지만 도덕적인 차이는 미미

최근 일어난 소위 386 운동권 세대 정치인들의 광주 술집 회동 사건과 전 총선연대 간부의 부산 모 호텔 성추행혐의 사건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저는 기자 경험을 통해서 하나의 인간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란 능력면에선 큰 차이가 있으나 도덕성에선 큰 차이가 없는 존재이다. 인간이란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僞善者가 된다.'
기자란 아침에는 연쇄살인범을 만나고 저녁에는 마리아 테레사 수녀 같은 분을 만나는 직업인입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 바보 같은 사람들을 두루 두루 만나다가 보니 자연히 위와 같은 생각으로 정리가 된 것입니다. 미국 메이저 리그의 맥과이어는 한해에 홈런을 70개나 쳤지만 7개밖에 못친 야구 선수도 많이 있습니다. 능력면에선 10배 차가 난 것이지요. 그러나 지게꾼과 추기경 사이에 도덕성이 10배나 차이 날까요.

파출소 경찰관과 대통령 사이의 권력 차이는 적어도 1 대 100,000은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 움직일 수 있는 자원의 양을 생각하면 0을 몇게 더 붙여도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그 순경보다도 도덕성이 수십만 배, 수백만 배나 뛰어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거꾸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하나의 공식을 갖고 있습니다. 돈이 엄청 들어가는 직선제를 통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자동적으로 가장 부패한 정치인」이 됩니다. 1971년, 87년, 92년, 97년 大選에 네번 출마한 金大中 대통령의 경우 그의 가장 유명한 선전 구호 「행동하는 양심」은 「행동하는 욕심」이란 비판도 받았습니다.

'당신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인간은 동물적인 面과 神的인 면을 共有하고 있습니다. 전쟁, 살인에서 드러나는 야수성과 고귀한 희생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면. 유태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히틀러는 개를 그렇게도 귀여워했습니다. 동물과 신 그 중간에 위치하는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 그가 범할 수 있는 최대의 오만은 '나는 도덕적으로 흠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 그는 僞善者가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그 동안 도덕적인 우월성을 내세워 권력을 잡았던 세력이 있습니다. 金大中-金泳三-386운동권-총선연대로 대표되는 민주화 - 개혁 운동 세력입니다. 이들이 외친 것은 자유, 인권, 통일, 민족, 평등, 결벽함, 지조, 애국심,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이들이 그런 목표를 위해서 용기 있게 투쟁한 것을 국민들은 평가했고 그 때문에 그들을 정치권으로 보내 권력을 잡게 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권력을 잡은 뒤, 또는 일단 정치인이 된 뒤 이들의 도덕성은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란 것은 4500만 명이 관객인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을 뜻합니다. 일거수 일투족이 관찰되고 감시당하면서 그 사람들의 또 다른 면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권력이나 정치를 멀리 했다면 지금까지도 이들은 金九처럼 도덕적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워왔고 그것이 정치적 武器 또는 자산이 되었기 때문에 관객들, 즉 국민들은 '그렇다면 자네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남에게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낙선, 낙천 운동을 펼쳤던 당신들은 얼마나 잘난 사람들인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는 보복심리가 아닌 대중의 위대한 균형감각인 것입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386세대나 총선연대 대변인 출신 인사들이 만약 일반인이었다면 그 정도의 사건은 신문기사거리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5·18 그날 광주에서 룸살롱을 출입한 사람들이 그분들뿐이었겠습니까. 일반인이 성추행을 했다고 하여 경찰에 구속될 경우 언론은 實名을 보도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공산당식: 僞善의 무장화

이 사건이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이 한 행동이 극악무도해서라기보다는 이들의 위선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척하던 친구들이 알고보니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군'
한반도에서 僞善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 대표적 집단은 공산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역사의 진보세력, 민주세력, 민족세력이라고 자처하면서 반대세력을 역사의 守舊니 反動이니 기득권 세력이니 파쇼니 하면서 몹쓸 사람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자신들을 도덕군자로 만들고 반대세력을 부패-부도덕 세력으로 규탄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빨치산 숫법이니 공산당식이니 할 때 그 의미는 賊反荷杖을 의미합니다. 도적이 주인한테 몽둥이를 들고 달려드는 식 말입니다. 공산당 또는 이들의 충실한 제자들은 이런 숫법의 대표선수들입니다. 가장 부패한 자가 가장 양심적인 인간으로 행세하고 국가를 파괴하고 있는 자가 애국자로 둔갑합니다. 한국인의 心性에 끼친 공산당의 폐해는 이런 억지부리기의 확산이란 면에서도 연구해 볼 만합니다.

일부 어리석은 남한 지식인들 사이에서 공산주의자들의 괴수 金日成은 아직도 민족주의 세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는 외세의 힘을 빌어 한반도를 국제전쟁터로 만들었는데도 사대주의자가 아니라 민족주의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는 인민들의 굶주림을 딛고 온갖 방탕과 사치를 누렸는데도, 그의 아들 金正日은 벤츠 자동차와 나폴레옹 꼬냑의 최대 수입자인데도 이 父子는 남한의 일부 몰지각한 지식인층에서 진보세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이 세력을 추종한 운동권 인사들까지도 개혁세력이라 불리면서 언론과 시민단체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386세대 운동권 출신 후보들과 총선연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세력은 언론이었습니다. 총선연대의 불법적인 낙선, 낙천운동까지도 비호했습니다. 저는 같은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소속된 月刊朝鮮을 통해서나마 기록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비판, 견제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자유 언론의 위대한 生理에 대한 기대는 갖고 있었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가끔 탈선은 하지만 자체 궤도 수정능력, 즉 自淨능력을 갖고 있다는 기대말입니다.

총선연대에선 국가보안법 위반은 아예 낙천, 낙선운동자를 고르는 기준에 포함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뽑는 조건으로서 「대한민국에 반대하는 세력을 도운 행동」을 사실상 용인한 셈이지요. 이번 月刊朝鮮 6월호에 등장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간부는 이런 요지로 말했습니다.

'총선연대의 불법적인 낙천, 낙선 운동에 영합한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정착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총선연대와 언론이 들어서 이런 분위기를 후퇴시켰다'

언론은 불법을 자행하는 총선연대측을 단속하는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행동을 상호충돌이란 표현으로 보도했습니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와 不法을 같은 수준으로 대우했으니 이런 나라에선 법치도 민주주의 정착도 멀고 먼 일입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부추긴 사람은 金大中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총선연대의 불법적인 운동을 사실상 용인하는 발언을 하여 검찰 등 법집행기관의 행동을 제약했던 것입니다.

언론의 自淨능력

이번에 386세대 정치인의 행태와 총선연대 간부 출신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 가장 가혹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몇 달 전 그들을 그토록 옹호했던 언론입니다. 당사자들은 지금 언론의 표변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자유언론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언론으로부터 받은 성원의 크기만큼 그 僞善에 대한 비판이 가혹해지는 것은 일견 공평한 것 같이 보이지 않습니까.

'악한 목적을 위해서 일부러 착하게 행동한다'는 뜻의 僞善의 반대어는 僞惡입니다. 그 뜻은 선한 목적을 위해서 일부러 악하게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엄격한 권력자, 엄격한 家長, 엄격한 상관, 엄격한 스승 중에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대충 當代의 평가, 특히 當代 지식인의 평가에 큰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역사가 자신을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當代에 이들은 고독합니다. 朴正熙가 술에 취해 기자들에게 내뱉은 말 -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그런 자신감과 고독감의 反語的 표현이었습니다. 이들은 페론처럼 못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뿌려주면 당대에 인기가 올라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행동이 장기적으로는 국가와 국민들을 불행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東洋정치사에서 毛澤東, 金日成, 조선조의 일부 선비출신 정치인들은 도덕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자신들을 추켜세우는 대신 국민들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위선자 그룹에 속할 것입니다.

李承晩, 朴正熙, 李光耀, 鄧小平, 마하티르 같은 사람들은 實事求是의 실용정신으로써 當代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최대 다수의 행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僞惡者일 것입니다.

人智가 발달하면 위선자들의 정체는 當代에 밝혀집니다. 인터넷과 언론이 이번 386 정치인 및 총선연대 전 대변인 사건에서 한 역할이 바로 그렇습니다. 정보의 빠른 유통과 확산은 僞善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위선은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들이 있을 때 성립되는데 정보화 사회에서 속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속이려는 사람들도 줄어들겠지요. 그래서 저는 세상을 낙관적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