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탈북 루트는 압록강 혹은 두만강을 넘어 중국을 통해서만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바다를 통한 새로운 탈북 루트가 열렸다.

북한의 바다는 이미 개인 사유로 바뀌었다. 북한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정부 관할 고깃배는 열악한 연료 사정으로 바다에 출항하지 못한다. 그 중 극히 일부만이 가까운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바다 어부들이 개인 배에 발동선을 달고 기름을 넣은 후 바다로 향한다. 개인 배의 기름은 국경지대 밀수꾼들이 중국과의 밀매로 들여온다. 물론 비싼 값에 거래된다.

초기에는 북한 정부가 개인 배 사용을 금지시키고 벌금도 받았다. 공해상이 국가 소유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개인 배 출항이 잦아지면서 아무리 단속을 해도 그 많은 배들을 일일이 단속하기가 힘들어졌다. 이에, 지역 수산사업소 간부들이 개인 배 출항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배의 크기에 따라 기본적으로 연중 1t의 어류를 정부에 바치고, 가끔씩 간부 개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 정권이 개인들의 고기잡이를 허용하면서부터 바다를 통해 탈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박진혁 씨는 2014년 6월 바다를 통해 탈북에 성공했다. 그는 평남도 온천에서 70달러짜리 작은 쪽배를 사서 남한으로 노를 저었다. 어떻게 쪽배를 타고 남한으로 올 생각을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발동선이 달린 배를 타고 남한으로 오면 훨씬 안전하고 기일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 북한 공해상에서 북한 해군에게 발각되면 탈북 시도를 변명할 여지가 없어진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그는 "쪽배는 상대적으로 그럴 위험이 적다. 만일의 경우 북한 해군에 단속돼도 풍랑이 쎘다느니, 노를 저어도 소용이 없었다느니 하는 식의 푸념만 늘어놓으면 된다. 단속 해군들도 발동선이 없는 배를 타고 탈북을 시도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탈북 시도 시 쪽배가 돈이 적게 들고, 실패해도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내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박 씨는 "지금은 북한 내에서도 넓은 바다 여기저기 떠 있는 쪽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해가 지면 각자 뿔뿔이 뭍으로 돌아가느라 배 하나 없어져도 신경쓰지 않는다. 탈북자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서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고 말했다.

바다에 나가기 전 탈북자들은 가족과 긴밀히 토론하면서 뒷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탈북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다. 고향에 남은 가족들은 쪽배를 타고 나간 아들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해당 보안서에 사망 신고를 한다. 보안원들은 가족의 신고를 받으면, 왜 발동선도 없는 배를 끌고 바다에 나가 죽냐. 그러니까 그런 불행을 맞은 것 아니냐며 혀를 찬다. 보안서 건물을 나오는 가족들은 쪽배를 탄 자식이 무사히 남한에 가기를 간절히 빈다.

올해 많은 북한 주민들이 바다를 통해 탈북에 성공했다. 그들이 북한 해군의 감시 속에서 무사히 바다로 나올 수 있던 것은, 북한 정권이 개인 배의 고기잡이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탈북자들은 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구실 하에 자연스럽게 탈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