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89)이 27일 ‘5·18 헬기사격’을 주장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死者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하여 광주에 갔다. 이날 재판은 전씨에 대한 인정신문과 쟁점정리 등 공판절차 갱신과 관련, 3시간20여분간 진행됐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재판이 이어졌다. 이순자씨도 동행했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을 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그러한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헬기 사격수인 중위나 대위가…, 난 그 사람들이 하지 않았다고 본다.”

전씨 측 변호인은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조 신부는 헬기의 기관총 총구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빛을 볼 수 없었다”며 “증인 중 한명이 조비오 신부와 같이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했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진술이 엇갈린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들이 객관적인 자료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80년 5월과 관련된 객관적인 자료와도 명백하게 다른 모습이 있다. 오히려 헬기사격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조종사나 지휘관, 근무자 등이다. 국방부 특조위는 헬기사격이 광주시민을 적으로 규정한 소탕작전으로 결론냈지만 국방부 특조위의 헬기사격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주장은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일부 세력의 주장이다. 헬기사격에 대한 실제적 진실을 밝혀 광주시민의 명예도 회복하고 대한민국의 명예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측은 “회고록을 보면 헬기사격설에 대한 증거가 없으니 헬기사격이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이에 조비오 신부는 거짓말쟁이다는 취지다. 헬기사격을 목격하신 분들은 일반적으로 트라우마가 있다. 핵심은 정확하게 기억은 하지만 기억 상 변형이 있을 수도 있다. 조종사나 군부대는 믿을 만한 것이고, 목격자는 말이 달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변호인 측 입장인데 군부대는 군사반란을 실행한 집단이다"고 했다.

변호인의 변론이 이어지자 전씨는 눈을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했고, 팔장을 끼고 변호사가 변호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그는 졸면서 고개가 앞으로 떨어졌다가 뒤로 젖혀지는 모습도 보였고, 이씨가 물을 따라서 전씨에게 건네자 물을 마시고 잠을 깨는 모습도 보였다.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는 방청객 때문에 눈을 떠 방청석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재판장이 “피고인은 고령인 관계로 집중력이 떨어질 때 휴정을 요청하면 받아들이겠다. 동석인이 요청해달라”고 했고, 이순자씨의 요청으로 재판이 휴정됐다.

오후 3시35분 재판이 재개되자 전씨는 집중해 설명을 듣는 모습을 보였지만 4시49분쯤 다시 고개가 앞으로 떨어지는 등 조는 모습을 보였다고 언론은 전했다.

재판 진행과정에서 헬기사격에 대해 부인했고, 변호인이 헬기사격과 관련된 증언을 하자 한 방청객이 “그럼 광주 시민 누가 죽였느냐. 대한민국 공수부대가 죽였지 않느냐. 전두환 살인마”라는 소리가 터져나왔고 재판장은 이 방청객을 퇴장시킨 후 재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