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카고의 월마트 애원’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는 시카고는 같은 성향을 가진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대형 유통 체인들에 깐깐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월마트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이들이 까다로운 근로 규정 및 복지 혜택을 이행하도록 했다. 쉽게 말해 대기업의 독점을 막고 소상공인 및 노동자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월마트는 최근 폭동을 계기로 시카고에서 일부 매장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마트가 철수하면 오히려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저소득층인 소수인종들이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현재 한국에서도 대형마트 등을 규제하는 조항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WSJ의 관련 사설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

월마트는 시카고에 새로운 매장을 열기 위해 오랫동안 지역 정치인들과 싸워왔다. 월마트는 2010년 마침내 신규 매장을 열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다. ‘지역사회 지원 협약’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조합과 진보 단체들에 지원금을 지급함에 따른 것이었다. 월마트는 소수인종이 대다수인 시카고의 남쪽과 서쪽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고용주 중의 하나다. 수억 달러의 세금을 내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의 정치인들이 사용할 예산을 대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있었던 폭동으로 인해 월마트는 시카고에서 계속 영업을 이어갈지 여부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월마트와 월그린, 타겟과 같은 대형 유통 체인들은 폭동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지난주 전화로 진행된 회의를 통해 이들 매장들이 시카고를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월마트는 피해를 본 매장의 영업을 다시 재개할 것이라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월마트 측은 “각 매장이 (영업 재개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에 대해 개별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시장님, 이곳은 우리의 도시이고 우리의 고향입니다’라는 말을 많은 유통업체들로부터 듣고 있다”며 “월마트가 이들과 같은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월마트가 매장들의 문을 닫을 경우 저소득층인 소수인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과 신선한 식재료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알더맨 하워드 브루킨스 시카고 시의원은 지역 언론매체인 크레인스시카고에 “(월마트는) 우리 지역사회에 매우 필요한 재원이자 중요한 매장이다”라고 했다.

일부 월마트 매장은 시카고의 높은 세율과 부담스러운 근로 규제 등으로 인해 이익 창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카고는 디트로이트와 뉴욕 다음으로 상업세를 많이 내야 하는 곳이다. 이 지역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기업체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내 근로자들의 복지혜택을 누리는데 사용했다.

월마트를 찾는 고객들 역시 줄어들고 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 가운데 시카고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 캠퍼스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4만2505명의 흑인이 시카고를 떠났다. 이 보고서는 “재원이 부족하거나 문을 닫는 학교들, 솟아오르는 아파트 월세, 폭력 범죄,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시카고 남부와 서부의 일자리 감소 등의 이유로 해당 주민들의 대탈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향후 5년간 시카고의 주민은 약 3만3000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디트로이트보다 다섯 배 높은 것이다. 슬픈 아이러니는 월마트를 그렇게 오랫동안 업신여겨왔던 시카고 정치인들이 이제 이 회사가 남아주기를 빌고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정책과 범죄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시카고를 떠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