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세상 돌아가는 데 대하여 가장 고민이 많은 직업群은 아마도 장교들과 하사관들, 즉 직업군인들일 것입니다.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주적 북한군대의 최고사령관 김정일에 대한 정부와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의 생각들이 등 뒤에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불안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안보 수석 비서관인 황원탁씨(육사 18기 출신)는 재향군인회에서 가진 평양회담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에 간 기업인이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면 경제협력이 되겠나. 똑 같은 논리로 일선의 군인들이 마주하고 있는 상대가 우군이라고 생각하면 방어가 되겠나. 각자가 직분을 다하면 된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김정일과 악수하고 손잡고 노래도 같이 부르면서 통일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북한 간첩잡는 수사관들이 간첩하고 손잡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국군이 북한군을 포옹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언론이 김정일을 민주투사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지요.

국군이 마주하고 있는 군대는 黨軍, 즉 북한노동당의 군대입니다. 우리쪽의 국군은 국가와 국민들을 지키는 군대이고 북한군은 당을 지키는 군대입니다. 그런데 북한노동당은 김정일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노동당을 지킨다는 말은 김정일 한 사람을 지킨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1당 독재가 아니라 1인 독재이므로 정확하게 말한다면 당군이 아니라 김정일의 私兵입니다.

1995년 이후 김정일은 평양시민과 군인들한테만 식량을 배급해주었습니다. 先軍정책이란 것을 썼는데 인민들은 다 굶어죽어도 좋지만 자신의 정권을 지켜주는 군인들만은 먹여살리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북한군은 인민의 군대가 아니라 김정일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그 한 사람의 말에 복종하는 사병집단임이 이로써 증명된 것입니다.

북한군이 진정한 인민군이라면, 즉 인민이란 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같은 존재라면 인민들이 굶주리고 굶어죽어갈 때 그 인민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했어야 했습니다. 식량을 줄여서 인민들을 먹이든지, 쿠데타를 일으켜 인민들을 먹여살리지 못하는 수령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권을 세우든지 했어야 했습니다. 이런 인민군으로서의 의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인민군의 자격을 상실했고 사병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북한주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군인들이라고 합니다.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일종의 게릴라 전투를 벌여 식량을 약탈하는 판이니까요.

우리 군대는 국군이란 말대로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수호합니다. 집권 민주당의 당군이 아니고 기득권층의 이익을 수호하는 계급군대도 아닙니다. 그래서 국군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현재의 남북대치상황은 국군과 사병집단의 대결입니다. 국민의 무력 대 김정일 개인의 무력. 민족사의 정통성을 대표하는 국군과 민족사의 변종이자 이단을 지켜주는 사병집단의 대결입니다.

그러니 세상이 좀 뒤숭숭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 국군, 특히 장교단과 하사관들은 흔들려서는 안되겠습니다. 국군의 뒤에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국민들이 있는데 북한군의 뒤엔 김정일만 외롭게 서 있을 뿐입니다. 무슨 계기가 있어 김정일의 무력함과 비겁함이 만천하에 공개될 때 김정일에 대한 증오와 불만을 감추고 있는 북한의 군인들과 인민들은 들고일어날 것입니다. 그럴 때는, 즉 북한군이 다수 인민의 행복, 다수 인민의 구제를 위해서 행동할 때 비로소 그들은 사병집단임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군과 私兵 사이의 대결인데 우리가 꿇릴 일이 무엇 있겠습니까. 장교들, 하사관들 여러분 힘내세요. 국군 여러분은 지금 사병집단과 대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