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ph R. Biden Jr. of the State of Delaware has received 306 votes. Donald J. Trump of the state of Florida has received 232 votes.” (Vice President Mike Pence)

(“델라웨어주의 조셉 R. 바이든 주니어는 306표를 받았습니다. 플로리다주의 도널드 J. 트럼프는 232표를 받았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천영우TV의 천영우입니다. 문통 극성팬들을 ‘대깨문’이라고 부르고 ‘문빠’라고도 하죠. 트럼프를 숭배하고 맹종하는 사람들을 편의상 여기서 ‘대깨트’라고 부르겠습니다. 대깨트들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월6일 오후, 한국시간으로는 오늘 7일 오전이죠. 미국 국회의사당을 포위하고 난입을 했는데 이 장면은 전세계에 TV로 생중계가 되었습니다. 이게 대개트들의 마지막 발악인데 이들의 광기가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고를 친 것입니다. 

지난 12월14일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이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지만 미국의 선거제도상 이 선거인단 선거 결과를 1월6일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인증, 서티파이(certify)를 해야 법적 절차가 완료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었는데 트럼프가 의회 인증과정에서 선거 결과를 한번 뒤집어보겠다는 병적인 음모를 꾸미면서 대깨트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몰려와서 난동을 부린 건데 이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이죠. 

대깨문들의 행태는 그간 익히 보셨을 테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런 ‘대깨’들의 행태를 이성과 상식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사한 점이 의외로 많습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서로 앙숙이고 이념적 스펙트럼에서는 좌우의 극단에 있지만, 통치방식과 열성 지지자들의 행태에는 닮은 데가 많은 그런 이치와 같죠. 

‘사교집단의 광신도들’

지금부터 대깨문과 대깨트 간의 공통점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대깨들의 사고방식과 행태를 보면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과 유사합니다. 이들은 각기 문통과 트럼프를 세상을 멸망에서 구할 메시아와 같은 그런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문통과 트럼프는 정치 지도자를 넘어서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교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교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단 발작을 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조국(曺國)은 대깨문들의 교리를 만들고 해석하는 제사장이나 아야톨라 같은 그런 역할을 해왔는데 재작년 여름에 대깨문들이 조국을 지키려고 서초동에 몰려가서 보여준 집단 광기가 미국 국회의사당을 포위한 대깨트와 이미지가 좀 겹치지 않습니까? 얼마 전 정경심 재판 결과를 보면 상습사기범, 문서 위조범이라는 게 명명백백하고 조국도 범죄행위에 가담한 게 확인되었는데도 조국을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는 예수님에 비유하는 그런 대깨문도 있었습니다. 사교(邪敎) 광신도들이 교주를 대하는 자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윤석열을 반드시 찍어내야 하는 본질적 이유가 뭘까요? 감히 교주의 불법행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 아닙니까? 교주 무오류 미신을 신봉하는 광신자들이 이런 사람을 어떻게 가만둘 수가 있겠습니까?

대깨트의 증상도 이에 못지않게 심각합니다. 트럼프가 부정선거로 당선을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은 재검표를 통해서 결과가 재확인되고 소송에서 모두 기각되거나 패소해도 객관적 팩트를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뇌의 구조가 트럼프가 재선(再選)되어야 한다는 신앙에 배치되는 현실은 무조건 배척하도록 그렇게 세팅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깨트는 법정 밖에서만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지 막상 판사 앞에서 선서를 하고 나면 아무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부정선거 소송을 59건이나 제기했으면 증거 한두 개는 내어놔야 할 거 아닙니까?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는 걸 보면 허위 증거를 들이댔다가 위증(僞證)으로 감옥 가기는 싫은 겁니다. 

바이든 취임 후 한국의 대깨트들은?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은 한국에도 대깨트가 있는데 미국의 대깨트보다 어떤 면에서 더 극성스럽다는 겁니다. 1월20일 바이든이 취임하고 나면 미국의 대깨트는 쇠퇴하고 소멸되겠지만 한국의 대깨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정말 궁금합니다. 명나라가 멸망한 이후에도 조선 조정은 청나라 몰래 창덕궁 후원에다가 대보단(大報壇)이라는 걸 만들어서 명나라 황제들 제사를 지냈습니다. 한국의 대깨트들이 트럼프가 망한 이후에도 트럼프를 계속 찬양하고 숭배할 사당이라고 지으려고 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여담이지만은 사이비 종교를 창설해서 정치적으로 대박을 거둔 집단이 바로 북한입니다. ‘김일성주의’니 ‘주체사상’이니 하는 게 그 실체는 ‘김일성교(敎)’입니다. 그런데 김일성교가 북한만 통치하는 게 아니라 이제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할 만큼 한국에서도 교세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거 정말 대단한 것 아닙니까? 

1994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차 북핵 위기를 풀어보려고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과 대동강에서 유람선을 같이 타고 다니면서 나눈 대화가 북한의 팩션 소설 ‘력사의 대하’라는 데 나옵니다. 여기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카터에게 김일성이 북한 체제를 설명하면서 자신을 모세에 비유하고 김정일을 여호수아에 비유한 대목이 있습니다. 차마 자신을 예수님과 비교하지는 못하고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켰듯이 자기는 조선 민족을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시켰고 이스라엘 민족을 요르단강 건너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까지 인도해 간 여호수아와 같은 역할은 김정일의 몫이 될 거라고 한 겁니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폐’

대깨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근본주의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근본주의라는 게 뭘까요? 세상에 진실은 하나밖에 없고 내가 그 진실을 독점한다는 그런 사상이죠. 세상을 선(善)과 악(惡), 정의(正義)와 불의(不義)의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나누는데 자기만 선과 정의, 진실이고 자기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악과 불의의 편이라고 믿는 겁니다. 근본주의에 빠지면 위선이 체질화되고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인지능력이 마비가 됩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폐세력인데 적폐와는 타협이나 공존이 불가능하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척결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겁니다. 악을 대표하는 적폐세력과 상종하는 것도 부도덕한 것으로 여깁니다.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똘레랑스(tolerance)가 발붙일 틈이 없습니다. 대깨문의 교리에 반하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금태섭 같은 사람을 당에서 제명해버리는 것 보세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지구가 둥글다는 주장을 한 이유로 종교재판을 열어서 화형에 처하는 중세의 암흑시대가 연상되지 않습니까?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자마자 대깨문들이 벌떼같이 일어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낙연이 사면카드를 꺼내든 건 추미애 때문에 여권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자신의 정치적 미래도 위태로워지니까 국면을 전환해야겠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저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봅니다. 문통이 감옥살이를 피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서 후일 문통의 사면 근거를 만들어 주기 위한 배려에서 고육지책으로 내어놓은 것일 수도 있는데 대깨문들이 여기에 반대하는 게 문통에 대한 앞으로의 사면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까지는 못 한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주자 성리학의 위정척사 사상도 일종의 근본주의라고 할 수가 있는데 한국이 주자 성리학의 정신적 잔재 때문인지 유난히 근본주의에 취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인지부조화’, ‘내로남불’

세 번째 공통점은 신앙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현실을 신앙의 프리즘으로만 본다는 겁니다. 확증편향의 노예가 되는 거죠.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꾸 헛것이 보이고 환상과 현실을 분간할 능력이 없어집니다. 이성과 합리적 사고 능력이 마비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능력을 상실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됩니다. 이들에게 진실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누가 하는 말과 행동이냐에 따라서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대깨문들에게 문통의 말과 행동이 다 옳듯이 대깨트에게는 트럼프가 하는 모든 거짓말은 진실입니다. 이들의 행태를 유식한 용어로는 인지부조화라고 하고 속된 말로는 ‘내로남불’이라고 하죠. 

윤석열이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징계를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구별할 줄 아는 참모가 대통령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법원에서 뒤집혀질 징계안에 대통령이 도장을 찍게 만드는 그런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난 것 아닙니까? 대깨트들이 트럼프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실제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전혀 별개라는 간단한 이치를 무시하기 때문에 패배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고 집단 광기와 난동을 부리는 거 아닙니까?

‘이기기만 하면 다 덮을 수 있다’

네 번째 공통점은 목적이 수단과 방법을 정당화한다는 사상입니다. 법을 지키고 정도(正道)를 걷다가 지는 것보다는 온갖 불법과 음모론과 거짓을 총동원해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다 덮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뒤집어엎는 큰일을 하는 사람에게 어디 감히 문서위조니 펀드 사기니 선거부정이니 하는 그런 사소한 일로 흠집을 내고 발목을 잡으려고 하느냐는 그런 자세도 이런 멘탈리티(mentality,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거죠. 김정은과 잘 지내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서 북한 주민들 인권탄압을 방조하고 두둔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거죠.

끝으로 대깨문과 대깨트가 저지른 모든 문제는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아무리 거짓과 음모론으로 대깨트를 선동하고 정치적 혼란을 조성해도 사법부가 민심의 눈치를 보거나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일은 없습니다. 트럼프가 임명한 공화당 판사라고 법과 양심을 버리고 트럼프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는 게 아닙니다. 연방판사는 정년이나 임기가 없고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종신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국회의원보다 지위가 높고 더 존경을 받습니다. 미국 연방판사에게 장관이나 국회의원 하라는 건 덕담이 아니고 모욕입니다. 판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치적 야심이 재판에 작용할 일이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판·검사직을 정치인으로 진출하는 발판으로 여기는 풍토가 있기 때문에 법리만으로 판결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판사의 정치적 성향,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냐 여부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질 수가 있는 거죠. 

오늘 트럼프가 선동한 대깨트의 반란에 펜스 부통령과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가 앞장서서 트럼프를 손절하고 헌법에 따른 대통령 선거 절차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죠. 미국 정치의 자정(自淨)능력, 복원능력 이게 정말 부럽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과연 대깨문의 횡포를 견제하고 근절할 지도자가 여권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천영우TV의 천영우였습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