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너지부는 이달 초 원자력 전략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이 향후 수십 년간 이뤄내야 할 원자력 개발 목표를 소개했다. 지난 번에는 미국 원자력 정책의 개요와 기존 원전의 계속 운영을 다뤘다. 이번에는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 원자로 개발 계획에 대해 소개한다. 탈원전을 외치는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은 원자력에 미국의 사활이 걸렸다는 마음으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차세대 원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원전 중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기존의 대형 상업용 원전 형태가 아닌 소형의 원전을 만드는 사업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상업용 원전은 크기가 크고 발전 용량이 크다. 이에 따라 건설하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커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를 추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주목을 받는 기술 중 하나는 소형모듈형(SMR) 원전이다.

미국 정부는 약 4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민간 기업의 차세대 원전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회사인 뉴스케일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아이다호 주에서 SMR을 건설하고 있다. SMR의 발전용량은 시간당 300MW 수준이다. 기존 대형 원전이 1000~1400MW인 점을 감안하면 작은 수준이다. 하지만 크기는 약 150분의 1 수준이다. 규모가 작아 건설 비용이 낮고 외부 충격에도 방사선 누출 위험이 대형 원전보다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 발전용량인 300MW를 계속 생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약 6개의 모듈(막대기 형식의 연료봉)이 들어가는데 하나당 약 50MW를 생산한다. 모듈을 줄였다 늘리는 방법으로 에너지 수요에 맞게 전략 생산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기존의 대형 원전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SMR의 건설 비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똑같이 1000MW 수준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SMR 시설 3개 이상이 필요한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가격이 싼 것은 아니라는 회의적 의견도 내놓는다.

미국의 에너지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SMR 등 여러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하면 미국의 무탄소 배출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의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위험 의식을 갖고 첨단 원자력 기술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환경, 국가 안보가 걸린 일이다”라고 했다. “이를 빨리 실현하지 않으면 무탄소 전력 공급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첨단 기술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게도 밀리게 된다”고 했다. 원자력 기술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국가 안보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의 첨단 원자로 건설 목표 부분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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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2: 첨단 원자로 건설 실현

첨단 원자력 시스템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경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50개가 넘는 미국의 회사가 첨단 기술을 개발,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유지를 더욱 효율적이고 알맞은 가격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에너지부와 국립연구소의 도움을 통해 2020년대 중반 안에 새로운 세대의 원자로가 실현될 것이다. 

목표 2 성과 지표
1. 2024년: 첨단 제조 기술로 만들어진 Micro Reactor 실현 및 실험
2. 2025년: 상업용 Micro Reactor 실현
3. 2027년: 원자력 재생 에너지 체계 도입 실현
4. 2028년: 산업계와의 공동 자금 투자를 통한 첨단원자로 2기 구축 실현
5. 2029년: 첫 상업 SMR 가동 실현
6. 2035년: 업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최소 2개 이상의 추가 첨단원자로 구축 실현

목적 1: 첨단 원자로 건설을 위한 위험성과 시간 감축
미국은 위험 의식을 갖고 첨단 원자력 기술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환경, 국가 안보가 걸린 일이다. 이를 빨리 실현하지 않으면 무탄소 전력 공급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첨단 기술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게도 밀리게 된다.

미국 정부는 개발자들의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원자력 기술 개발은 특별한 시설과 역량을 필요로 한다. 민간기업이 이를 갖추기는 어렵다. 미국의 국립연구소는 수십 년의 걸친 원자력 기술 개발 경험, 특출한 연구 역량, 그리고 관련 분야의 최고 과학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국은 미국 업계가 에너지부의 훌륭한 재원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5년 “Gateway for Accelerated Innovation in Nuclear(GAIN)”을 만들었다. GAIN은 업계 관계자들과 국립연구소가 함께 첨단 원자력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고 있다. GAIN은 민간의 혁신가들과 국립연구소의 세계적 연구 역량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력 시설과 국립연구소의 전문성을 이어주고 있다. 이는 원자력 기술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원자력국은 최근에는 “National Reactor Innovation Center(NRIC)”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그들의 첨단 원자로 기술을 에너지부 소유의 시설에서 실험하고 시연하도록 하고 있다. NRIC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원자로 기술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다. 상용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NRIC를 통해 이런 첨단 원자력 기술을 시연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비용이 줄고 기술의 성능도 좋아지게 된다.
 
원자력국은 NRC와 함께 첨단 원자로의 라이선스 승인 과정을 촉진시키도록 할 계획이다. 원자력국은 에너지부의 시설을 NRC 규제 담당자들에게 공개, 첨단 원자로 개발 상황을 지켜보게 할 것이다. 이는 NRC가 첨단 설계를 이해하는 것을 도울 것이며 라이선스 신청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예정이다. 원자력국은 NRC가 최첨단 컴퓨터 역량 및 모델 코드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기술을 사용, 연료 및 부품 등 원자로의 작동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첨단 모델을 사용하는 방법은 새로운 설계를 인증하고 승인하는 시간을 줄여 상용화를 촉진하게 된다.

원자력국은 민관(民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2017년 “U.S. Industry Funding Opportunity Announcement(iFOA) for Advanced Nuclear Technology Development”를 만들었다. 이는 미국 원자력의 미래 동력이 될 잠재력이 있는 국내의 혁신적 기술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원자력국의 투자로 이런 설계 및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다. 새로운 설계들은 이르면 2020년대 중반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국은 미국 핵연료 워킹그룹의 정책 권고와 의회의 지시에 따라 첨단원자로실증 프로그램(ARDP)를 시작했다. 원자력국은 R&;;;;D 과정에서의 민관 파트너십을 강화, 최소한 2개의 첨단 원자로를 2028년까지, 추가적으로 2개의 첨단 원자로를 2035년까지 건설하는 목표를 도울 계획이다.

목적 2: 원자력 부문의 시장 확대를 위한 원자로 개발

여러 곳에서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첨단 원자력 기술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새로운 원자로 설계들은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이는 필요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몇 MW짜리부터 1000MW까지 다양한 규모로 만들 수 있다. 전력 생산량을 수요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24시간 내내 무탄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프로세스 가열을 통해 수소를 생산, 산업계와 교통 부문의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다. 또한 담수처리 공장에서 깨끗한 식수를 만드는 일도 할 수 있다.

원자력국은 첨단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며 시장 기회를 더욱 늘려갈 계획이다. 신규 원자력 기술 도입에 투자해 미국의 청정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전반적인 탄소 배출을 감축할 것이다.

원자력국은 기존 원전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소형모듈식원자로(SMRs)는 크기가 작으며 건설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MR은 간단하고 콤팩트한 설계로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운영사들은 원자로를 배치하는데 있어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지역에는 대형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설 수 없는 곳들이 포함된다. SMR은 고립된 지역, 물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 등 작은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SMR은 노후화돼 폐쇄되는 화석 연료 발전소를 대체하기에도 적절한 크기다. 운영사와 개발자들은 취수(取水) 및 전력 공급망 등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 SMR을 배치할 수도 있다. 원자력국은 2029년부터 운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첫 번째 SMR의 실현을 지원하고 있다.

초소형 원자로(Microreactor)은 SMR보다 더 작을 것이다. 원자로 전체를 트럭이나 선박, 비행기, 기차 등에 실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초소형 원자로를 부지로 이동시켜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며칠 정도라는 의미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받은 지역의 전력을 복구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군부대나 일반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소외된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대다수의 소외된 지역은 현재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디젤의 공급을 받는데 의존하고 있다. 초소형 원자로는 이들 지역이 깨끗하고 지속적이며 가격 대비 효율성이 좋은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연료는 한 번 주입하면 10년은 간다. 초소형 원자로는 마이크로 그리드를 작동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병원이나 긴급 의료 시설 등인 전력을 책임질 수도 있다. 계속적으로 돌아가는 제조업 공정에도 사용될 수 있다. 원자력국은 2025년까지 최초의 상업용 초소형 원자로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력국은 초소형 원자로에 들어가는 첨단 부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3차원(3D) 인쇄 기술은 복잡한 설계의 제품이 빠르게 모형을 만들고 실험을 하며 실제로 생산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부품을 시장에 내놓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원자력국은 첨단 제조 기술로 만들어질‘Fueled microreactor core’의 실증과 실험을 2024년까지 끝내는 목표를 지원하고 있다.

SMR과 초소형 원자로는 원자력 기술을 배치하는 기회를 확장시킬 것이다. 크기가 작고 안전 규정이 간소화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부지의 크기 역시 작다. 대형 원자로가 배치될 수 없는 곳들에 쉽게 배치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나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원금 걱정 없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자원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원자력국은 수소 생산, 담수화, 석유 정제, 비료 생산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곳에서 사용될 수 있는 첨단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현재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목표 1’에서 언급했듯 이는 원자력 관련 개발자에게 중요한 시장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또한 이런 산업 공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온 원자로(High-temperature reactor)는 매우 높은 온도(섭씨 750도 이상)에서 가동된다. 이는 전력을 생산할 뿐 아니라 담수화, 수소 생산, 화학물질 처리 등 전력과 관계없는 부문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 원자로는 기존 경수로 원자로만큼 큰 게 아니라 모듈 형식으로 작게 만들어 75MW의 전력을 생산하도록 할 수 있다. 뒤에 소개될 용융염(鎔融鹽) 원자로 역시 비전력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첨단 원자로는 담수화에도 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전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은 깨끗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 부족 상태를 겪고 있는 국가에 거주한다. 이런 수치는 앞으로 계속 커져가기만 할 전망이다. 전세계에 있는 담수화 시설들은 매년 10조 갤런 규모의 식수를 생산한다. 이는 향후 30년 사이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운영되는 담수화 시설들은 전력 소비가 크고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원자력이 전세계의 물 안정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원자로 시대가 이런 절차를 가속화할 수 있다. SMR은 담수화 시설에서 전력과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목적 3: 자원이용률 개선을 위한 여러 설계 지원
미국은 다양한 자원의 장점을 활용, 자원이용률을 극대화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여러 첨단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액체금속냉각고속로(Liquid metal-cooled fast reactors)는 소듐이나 납을 냉각제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 원자로보다 높은 온도, 낮은 압력에서 가동된다. 이는 효율성을 개선하기도 한다. ‘Fast neutron spectrum’을 사용하는데 이는 기존 원전의 사용 후 연료로도 가동되게끔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고온 원자로는 고온에서 가동하는 방식을 사용해 효율성을 늘렸다. ‘Online Refueling’은 설비 용량을 키우는 역할도 한다.

용융염 원자로는 용융염 및 염화물을 냉각제, 혹은 연료로 사용한다. 이는 고온에서 작동하고 ‘online refueling(운전 중단 없이 연료 주입)’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에 따라 필요 자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방사성 폐기물도 적다. 저압 냉각시스템을 사용하고 연료 주입으로 인한 가동 중단 시간을 줄이게 된다면 원자력 생산 경제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용융염 원자로는 다른 원자로의 사용 후 연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원자력국은 첨단 에너지 통합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과 신재생, 화석 연료 자원과 전력 생산품이 아닌 열 등을 같이 통합하는 시스템이다. 통합 시스템은 자원을 더욱 현명하게 사용하게 하고 에너지 생산에 유연성을 줄 것이다. 시장 상황에 더욱 쉽게 대처하고 수익성을 키울 것이다. 우리는 2027년까지 이렇게 열, 원자력, 신재생을 통합한 에너지 시스템의 가동을 실현, 2035년 상업용으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