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일반 남자들의 병역의무 평균은 '병장' 전역이다. 작대기 하나 달고 박박 기는 졸병에서 시작해 30여개월 남짓 짬밥을 먹다가 작대기 네개 달고 "병장 거시기는 몇 일 몇 시 부로 전역의 명을 받고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혹은 단결, 충성)" 하면서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기대선의 각당 유력 후보들(여성후보 제외)을 보면 놀랍게도 '병장'으로 제대한 이가 한명도 없다. 군면제, 보충역, 병역특례, 법무·의무장교들이다. 이들의 기준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평균인 '병장 제대'가 아주 예외적인 것이 된다.

이는 후보들이 대한민국 남성들이 젊은 시절 겪었던 비슷한 경험과 감성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뜻도 된다. 각자 개인적 사정과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 서민들의 평균에서 벗어난 '특별 케이스'인 셈이다.

민주당 후보의 경우 이재명과 김경수는 아예 군대를 가지 않았다. 군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병영 생활이 어떤지를 모르고 술자리에서 군대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 된다.

이재명 후보는 소년공 시절 프레스 기계에 끼인 왼팔로 인해 장애 6급을 받아 군면제가 됐기 때문에 이해된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모르나 갈 수없었을 것이다.

김경수 후보는 '근위지절 강직(손가락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증상)'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노동운동 할 때 기계에 왼손 검지가 찍혀 접합수술을 받았지만 그 부위가 온전치 않다는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 왼손 검지 문제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관계없어 보이지만 그런 판정을 받은 것이다. 민주당 운동권 정치인 중에는 군대를 안 가려고 손가락을 절단한 이도 있었다.
김동연 후보는 심한 근시로 방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좌우 0.04의 중등도 근시 이유로 보충역 처분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몇 년 뒤 공무원 신체검사 자료에는 좌 0.3, 우 0.2으로 시력이 좋아진 걸로 나왔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경우 김문수 후보는 강제징집됐으나 막상 신체검사에서 과거에 앓았던 중이염이 재발돼 군면제를 받았다. 스타일로는 해병대를 몇 번 갔을 것 같은 홍준표 후보는 저체중 및 근시로 보충역 판정을 받아 전북 부안에서 1년 6개월간 방위를 했다. 홍 후보는 안 그랬겠지만, 내 서울대 친구들 중에는 군면제가 되는 저체중을 만들려고 극한의 다이어트(?)를 한 친구도 있었다.

한동훈 후보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강원도 강릉에서 공군 군법무관으로 근무해 대위로 전역했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 국군의무사령부에서 해군 군의관으로 39개월 복무했다. 우리 사회 남자들 중 0.01% 정도에게만 주어지는 병역 의무 방식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마쳤다. 2010년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SW) 마에스트로' 1기 선발 과정에 지원해 합격했다고 한다.

이들 후보 중에는 한번도 총을 제대로 안 잡아본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한명은 1개월반쯤 뒤면 분단국가의 군 최고통수권자가 된다. 군면제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남북대치 상황에서 군을 동원한 계엄 불장난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