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황영웅 콘서트가 있었고 나도 갔다. 7000명 좌석이 꽉찼다. 3 시간 동안 자신의 노래('함께해요' 등)와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불렀다. 풍성한 성량(聲量)과 부드럽고 정확한 중저음으로 해서 듣기에 편하고 발음이 정확하여 음유시인을 떠오르게 했다. 한 대중가요 평론가는 "황영웅 노래 덕분에 한국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관중은 90%이상이 506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여성이었다. 관중들의 매너와 수준이 높아 반원(半圓) 경기장 같은 노천극장은 질서정연했다. 6만에 육박하는 팬클럽 회원들은 이 가수가 언론의 과장보도로 쓰러졌을 때 정의감과 동정심으로 뭉친 관계로서 동지적 결속력을 보인다.
많은 언론은 그가 젊을 때 문신을 했다고 조폭으로 몰았다. 지금도 황영웅의 자선활동보다는 약점잡기에 혈안이다. 학폭보다 더한 언폭(언론폭력)이었다. 가수를 탄압하는 언론이 있는 나라이지만 더 많은 보통사람들이 황영웅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들고 일어나 그를 무대로 복귀시켰다. 한국 문화예술 역사에서 처음 보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이었다. 어제 황영웅이 부른 '잊혀진 계절'은 10월의 밤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만들었다.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과 나훈아의 '남자의 인생'을 이어서 부르니 감동이 더했다.

나훈아 작사 작곡 '남자의 인생'은 월급 생활자의 고달픈 삶을 그린 것이다. 2017년에 불렀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빌당 사이 지는 노을 가슴을 짜-안하게 하네
광화문 사거리서 봉천동까지 전철 두 번 갈아타고
지친 하루 눈은 감고 귀는 반 뜨고 졸면서 집에 간다
아버지란 이름은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

그냥저냥 사는 것이 똑 같은 하루 하루
출근하고 퇴근하고 그리고 맥주 한 잔
홍대에서 버스 타고 쌍문동까지 서른아홉 정거장
운 좋으면 앉아가고 아니면 서고 지쳐서 집에 간다
남편이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

'여자의 일생'은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으로 이미자가 1968년에 처음 불렀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 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 길을 허덕이면서
아~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견딜 수가 없도록 외로워도 슬퍼도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내 스스로 내 마음을 달래어 가며
비탈진 인생 길을 허덕이면서
아~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황영웅의 곁에서 속삭이는 듯한 노래는 아픈 사람들에게 신비한 치유력이 있다고 한다. 조용필 콘서트,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에 이은 황영웅 콘서트. 좋은 가수를 가진 나라는 좋은 경관(景觀)을 가진 나라처럼 행복하다. 북한사람들의 불행은 불행할 줄 모르는 것이고 일부 한국인의 불행은 행복한 줄 모른다는 점이라고 한다.
황영웅 가수의 콘서트 예매는 보통 시작 몇 분 만에 전석(全席) 매진을 기록한다. 하나 이상한 점은 공중파나 종편 등 가요를 지겨울 정도로 자주 방송하는 데서 황영웅 가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3년 초 황영웅을 선동적으로 매도하는 데 앞장 섰던 데 대한 자격지심인지 황영웅에게 노래할 기회를 주면 오보(誤報)를 인정한다고 생각하는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존 가수 중에서 가창력이 최고이고 대형 콘서트의 기린아로 불릴 만한 황영웅에 대한 핍박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자못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