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8시 무렵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도착, 조문한 뒤 해외에서 급히 귀국한 아들 노재헌 변호사와 몇 마디를 나눴다. 국가장으로 치르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식당에는 노태우 정부 시절의 고관들이 많이 보였다. 박철언 당시 정무장관, 정해창 당시 비서실장, 김학준 청와대 홍보수석, 최석립 경호실장, 이연택 총무처장관 등. 곧 유승민 원희룡 경선후보가 도착, 한 바퀴 돌았고 이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문을 한 뒤 식당에 들렀다. 박철언 전 장관이 그를 데리고 다니며 인사를 시켰다. 그리고 넓은 식탁에 앉아 환담을 했다. 박철언, 정해창 등 법조계 선배들이 동석하여 편한 분위기였다. 옛날 이야기가 오고갔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구지검에 근무할 때 박철언 당시 장관을 열차에서 만난 이야기를 했다. 박 장관이 초면인데도 '동지'라고 부르더란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주위를 참 밝게, 느긋하게 해주었다. 박철언 씨가 선거운동한다고 피곤할텐데 빨리 들어가라고 해도 "검사할 때도 집에 일찍 들어간 적이 없다"면서 검찰에 있을 때나 정치를 할 때나 늘 바쁜 생활을 하니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11월5일 경선 결과에 대해서는 역선택의 작용도 있고 해서 근소한 차이로 결판이 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그는 어느 유명한 검사 출신 국회의원의 자녀 결혼 중매도 자신이 했다고 자랑했다. 조직생활 속에서도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답게 털털하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장레식장 출구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다가 나오는 윤 전 총장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장례식장인데 정치적 이야기는 안하는 게 좋겠다면서 꼬투리가 잡힐 만한 말은 하지 않고 차를 탔다. 그는 노재헌 변호사에겐 '편안한 영면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