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전문가 인터뷰: 올브라이트 소장] “영변에서 파키스탄식 원심분리기 설계 직접 확인…파키스탄 없었다면 북한의 우라늄彈도 없다”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핵확산, 그리고 A. Q. 칸 박사 (30) / “파키스탄-사우디 핵기술 이전 가능성에 국제사회 주시해야…파키스탄 핵확산은 미국의 수치”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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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부터 9월 사이 북한과 파키스탄 핵문제를 담당했던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과 핵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핵확산이 2020년 한국인들에게 주는 교훈을 물었다. 파키스탄 핵개발에는 풀리지 않는 여러 미스터리가 있다. 북한과 파키스탄 사이의 핵협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중국은 과연 1990년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대리 실험했을까? 1998년 파키스탄의 여섯 번째 핵실험에서 검출된 플루토늄은 어디에서 왔을까? 파키스탄이 북한의 플루토늄탄(彈)을 대리 실험했다는 주장에는 신빙성이 있을까? 파키스탄은 북한에 정확히 어떤 기술을 전달했을까? 핵확산은 A. Q. 칸이라는 개인의 일탈이었을까, 아니면 파키스탄 정부의 개입이 있었을 수밖에 없을까? 가장 중요하게는 ‘북한이 핵실험까지 마친 현재 상황에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비핵화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전문가들에게 던졌다. 우울한 전망이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평화로운 방법의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핵화를 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한데 남아공과 북한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2020년 9월 초 진행됐다. 그는 미국의 저명한 핵전문가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과 2012년 미국과 북한의 2∙29 합의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1년 영변의 핵시설을 직접 방문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둘러봤다. 그는 각국의 핵개발 및 핵확산 동향을 분석하는 전문가로 활동해왔으며 핵 확산 문제와 관련해 여러 책을 썼다. 올브라이트는 파키스탄의 1998년 핵실험에 사용된 실험장의 위성사진을 가장 먼저 분석해 전세계에 알린 바 있다. 그는 파키스탄 및 북한 출신 과학자들과 접촉한 적이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 1993년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가 북한을 방문, 김일성을 만났다. 노동 미사일에 대한 대가로 우라늄 농축 기술을 북한에 전달한 것은 이 때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부토가 아니더라도 A. Q. 칸 박사 쪽에서 전달한 것 같다. 칸 박사는 자술서를 통해 북한에 기술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파키스탄 기술자들이 북한에 P-2 원심분리기 기술을 교육시켰다. 칸의 네트워크 등에 대한 재판 기록에도 관련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 칸 박사는 진술서에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었고 이를 자신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러시아가 1950년대에 북한에 200kg 상당의 플루토늄을 전달했다는 주장도 했다.
“러시아가 플루토늄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칸은 거짓말을 계속해 왔다. 이는 러시아의 방식이 아니다. 러시아는 중국을 도울 때 핵 관련 기반시설을 지어줬다. 핵물질을 직접 전달한 적은 없다. 당시 러시아 입장에서도 핵물질은 매우 귀했다.  1960년대 초 쿠바 미사일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의 핵무기는 1만 개가 넘었던 반면 러시아는 약 300개만 갖고 있었다. 러시아는 이를 따라잡기 위해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을 계속 비축했다. 200kg은 상당한 양인데 이를 북한에 줬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또한 북한은 당시 핵프로그램이 전혀 없을 때였다.”

- 칸 박사는 완성된 핵무기도 봤다고 했는데.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칸 박사가 하는 거짓말을 잘 걸러내야 한다. 칸은 자신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칸은 고농축 우라늄 농축 기술 자체를 전달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원심분리기 여러 개를 묶는 ‘캐스캐이드’ 기술만 전달했다고 한다. 이는 거짓말이다. 파키스탄은 리비아와 이란에 원심분리기를 제공한 적이 있다. 그런데 북한에만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칸은 북한 기술자들을 매우 비밀스러운 파키스탄 핵시설에 초청했다. 리비아나 이란 기술진을 초대한 적은 없었다.”

- 칸 박사는 유럽 핵시설에서 원심분리기 관련 자료를 훔쳐와 핵무기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외부의 도움 없이 이것만 갖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나?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는 URENCO의 계약회사에서 근무하며 원심분리기 기술을 훔쳤다. 국가기밀을 빼내는 간첩 같은 일을 했다. 칸은 많은 자료들을 열람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번역 일을 맡았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에게 부여된 보안등급으로는 볼 수 없는 많은 자료들을 접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핵기술을 완성할 수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유럽의 전문가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처음 원심분리기를 연결해 캐스캐이드로 작동하는 실험을 했을 때 실패했다.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키스탄 기술자들이 북한 기술자들을 초청해 직접 P-2 원심분리기의 작동 방법을 가르쳤다. 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누구도 칸에게 원심분리기 작동 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다. 그는 어깨너머로 습득한 지식으로 원심분리기를 만들어냈다.”

- 중국이 핵물질과 관련 기술을 파키스탄에 제공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칸 박사는 중국이 파키스탄에 50kg 상당의 우라늄과 핵무기 설계도를 줬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전달한 무기 설계도가 리비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설계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설계도라기보다는 여러 강의 내용을 메모한 것에 가깝다. 중국이 100%를 다 준 것은 아니고 95% 정도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미국의 핵 전문가인 대니 스틸만은 ‘핵특급’이라는 책에서 1990년 중국이 파키스탄을 대리해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스틸만은 로스앨러모스에서 근무하며 중국 과학자들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스틸만의 주장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기밀로 유지될 사안이다.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책에 담기는 어렵다. 나는 이런 이유로 인해 스틸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국이 이런 대리 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 스틸만은 1998년 파키스탄의 핵실험이 인도가 핵실험을 한 17일 만에 이뤄진 점, 하나의 갱도에서 다섯 개의 핵무기를 한 번에 터뜨린 것은 매우 어려운 방식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이 1990년 중국이 한 대리 실험 결과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이런 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우선 하나의 갱도가 아니라 여러 갱도가 연결돼 있는 곳이었다. 파키스탄은 이 갱도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파키스탄은 1983년에 모의실험을 했다. 파키스탄은 중국으로부터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핵실험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설계도도 갖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수출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한 부품들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은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게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다. 인도가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미국은 인도의 핵실험 계획을 몇 년 전부터 알고 하지 말 것을 계속 요구했다. 파키스탄 역시 인도의 핵실험 계획을 사전에 알고 준비해왔다.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의 미스터리는 1~5차 핵실험 며칠 뒤에 수직형 갱도에서 실시한 6차 실험이다. ISIS가 이런 사실을 처음 밝혀낸 곳이었다. 실험 얼마 후 찍힌 위성사진을 구했다. 갱도가 완전히 붕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6번째 실험 이후 플루토늄이 상공에서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이견이 있었다. 북한이 파키스탄에 플루토늄을 줬다는 얘기도 있었다. 당시 북한은 플루토늄이 별로 없을 때였다. 많아야 4kg 정도였다. 북한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플루토늄을 파키스탄에 전달한 것이라는 얘기인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파키스탄의 쿠샵 원자로는 1998년 4월에 가동됐다. 파키스탄은 핵실험을 할 정도의 플루토늄이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에 운영하던 카눕 시설이 있는데 여기서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이 시설 역시 제대로 작동하는 곳이 아니었다. 플루토늄이 있었다고 해도 매우 적은 양이었을 것이다. 6차 실험이 플루토늄을 사용한 것인지, 우라늄을 사용한 것인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왜 6번째 실험을 했는지 자체도 의문이다.”

- 북한 출신 고위 탈북자가 대리 실험을 했다는 주장을 했는데.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도 이를 확실하게 증명해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관련 자료를 기밀 해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이 진실을 알고 있을 수는 있지만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사랑하는 상황에서 이런 자료가 공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벌써 22년이 지났다. 기밀해제가 될 때가 오고 있다. 당시 미국 국무부가 주고받은 전문(電文)이 공개되면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 정보당국의 문서보다 국무부의 문서가 더 빨리 기밀에서 해제된다.”

-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2010년 북한 영변을 방문해 P-2 원심분리기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P-2는 파키스탄이 만든 원심분리기이고 이를 북한에 이전했다는 증거를 잡은 것 아닌가?
“헤커 박사가 원심분리기 시설을 볼 수 있던 시간은 5분이 채 안 된다. 멀리 떨어져서 지켜본 것인데 (구식 원심분리기인) P-1인지, P-2인지 알 수 없었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다. 그는 나중에 관련 정보들을 취합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ISIS와 같은 연구소는 헤커가 북한을 방문하기 몇 달 전부터 북한이 P-2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 2007년과 2011년에 북한을 방문해 현지 핵기술자들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무엇을 확인할 수 있었나?
“(2011년 말) 나는 영변에서 헤커가 확인하지 못한 내용을 직접 확인한 적이 있다. 칸은 진술서에서 북한에 저농축 우라늄 캐스캐이드를 전달했다고 했다. 파키스탄의 캐스캐이드는 하나당 344개의 P-2 원심분리기를 사용한다. 총 6개의 캐스캐이드가 사용되며 원심분리기는 총 2064개가 들어간다. 북한 측과 만난 자리에서 영변에 원심분리기가 총 몇 개가 들어가느냐 물었다. 북한 담당자는 캐스캐이드당 344개가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숫자가 (파키스탄 설계와) 정확히 일치했다. 북한이 영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칸의 캐스캐이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한은 물론 이를 통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6개의 캐스캐이드를 사용하는 설계도로 무기화할 수 있는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매우 비효율적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두 배로 증축했다. 새롭게 늘어난 곳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을 수는 있다.”

- 북한이 플루토늄 핵실험을 한 것은 알려졌다. 그런데 우라늄 핵폭탄 실험 여부는 아직도 불확실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련 정보가 북한에서 흘러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 1차 핵실험 때는 플루토늄이 검출됐는데 이후부터는 모두 불확실하다. 북한은 핵실험 관련 비밀을 유지하는 데 매우 집착하고 있다. ‘전갈꼬리’ 방식으로 불리는 핵실험장을 만드는 것이다. 핵실험 뒤 자체적으로 모두 붕괴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시간이 흐르면 핵실험에 사용된 물질이 유출되기는 하지만 그때는 정확하게 어떤 물질이 사용됐는지 분석할 수 없다.”

- 파키스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파키스탄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플루토늄 핵폭탄’을 갖고 있었다. 파키스탄은 북한에 우라늄 농축 기술과 핵무기 설계 기술 개발을 도왔다. 파키스탄이 북한에 중국식 핵무기 CHIC-4 설계도를 전한 것 같다. 중국이 이를 북한에 직접 줬을 수도 있다. 중국은 핵확산을 지지하는 국가였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를 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프랑스는 1980년대 중반에 가서야 NPT에 가입했다. 미국은 영국과 캐나다가 핵개발하는 것을 도왔다.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는 핵확산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 칸 박사가 핵확산을 혼자 했다고 생각하나?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고 보나?
“때에 따라 달랐다. 칸은 핵확산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북한의 경우는 파키스탄 정부가 개입했다는 것이 명백하다. 리비아의 경우는 파키스탄 정부가 개입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란은 파키스탄 정부가 개입할 때도, 칸이 혼자서 할 때도 있었던 경우다. 파키스탄이라는 국가 자체가 매우 복잡하다. 베나지르 부토가 북한과의 거래의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지도 않았다. 군부(軍部)가 항상 개입했던 것은 확실하지만 민간인 지도자들이 칸의 핵확산에 대해 다 알고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 국제사회가 칸 박사를 조사한 적이 있나?
“없다. 칸은 언론 인터뷰를 몇 차례 하기는 했다. 매우 제한된 내용을 가지고 얘기를 했고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았다. IAEA가 파키스탄 당국자들을 조사한 적은 있다.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에 가담했던 사람들을 만나 확산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파키스탄 당국자가 칸을 만나 얘기를 듣고 관련 내용을 IAEA에 전달한 적은 있었다. 당시 조사의 초점은 이란과 리비아에 맞춰져 있었다. 북한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리비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칸이 북한을 통해 UF6를 리비아로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칸은 2001년 공직에서 물러났다. 파키스탄에서 UF6를 구해 리비아로 밀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리비아로 UF6를 보내게 했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 리비아가 핵프로그램을 포기했을 때 중국의 핵무기 설계도 등이 발견됐다. 리비아가 핵포기를 하지 않았다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보나?
“칸 박사가 리비아의 핵개발을 돕기로 했다는 정황이 있었다. 리비아는 우라늄 농축에 꼭 필요한 마레이징 강철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핵개발에 성공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A. Q. 칸이 핵개발을 돕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의 핵개발 움직임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있다.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간 침공,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파키스탄이 미국에 꼭 필요한 동맹이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동의하나?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멈추려고 시도는 했다. 그런데 국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토마스 피커링 국무차관은 1970년대에 공개적으로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멈출 수 없다. 이미 엎질러진 우유 앞에서 울어봐야 소용없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파키스탄이 어쨌든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늦추고 최소한만을 보유하게끔 하자고 했다. 원조 중단과 제재 강화 등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핵개발을 포기하게 만들자는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피커링과 같은 사람들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끊을 수도 없게 됐다. 미국은 대만에 강력한 압박을 가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했다. 파키스탄에는 이 정도의 압박을 가하지 못했다. 미국 당국자 중에는 ‘인도는 소련의 친구인데 인도는 핵무기를 가져도 되고 우리의 친구인 파키스탄은 왜 가지면 안 되느냐’고 주장한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피커링이 1970년대 중반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멈출 수 없다’고 했을 때는 사실 이를 멈출 수 있을 때였다. 파키스탄의 핵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였다. 미국 대통령은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의회에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매년 보고해야 했다. ‘일부 나사가 풀려 있으니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파키스탄에 핵무기가 없다고 해왔다. 핵확산 방지와 관련, 미국의 수치스러운 역사다.”

- 칸이 떠난 뒤 파키스탄의 핵확산은 완전히 멈췄나?
“상당 부분 그렇지만 이미 많이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파키스탄은 계속해 핵프로그램에 필요한 물건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이런 움직임은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사들인다. 그러나 칸이 사라진 후 파키스탄에서 핵 관련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고 있다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런 행동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미국과 파키스탄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몇 차례 중단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어떤 협력을 맺으려 할지가 궁금하다. 파키스탄이 칸 때처럼 대놓고 기술을 확산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심분리기 기술이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지원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우디가 파키스탄에 많은 돈을 지원했다. 사우디가 ‘돈을 보낼 테니 핵무기를 만들어라’라고 했다는 확증은 없다. 그러나 이 돈이 핵개발에 사용됐다는 것은 자명(自明)하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사우디는 여전히 돈이 많은 국가다. 파키스탄은 여전히 돈이 부족한 국가다. 그럼에도 평화로운 목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큰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최근 카후타에 농축 시설을 새로 건설했다. 이 시설의 용도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은 추가의 핵무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력 생산 목적이기에는 시설 규모가 너무 크다.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제사회가 파키스탄의 이런 움직임이 불법이라고 규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분명히 이를 해외에 판매하려는 목적인 것 같은데 정황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사우디가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가며 이를 사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그런데 사우디와 이란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이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본다.”

-  최근 사우디가 비밀리에 핵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규모가 작아 정확한 목적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중국이 우라늄 채굴 및 공정에 필요한 시설을 지어주고 있다. 사우디는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 이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원심분리기를 판매할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직접 핵심 기술을 건네는 스타일이 아니다. 파키스탄을 핵기술 납품업체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에 핵기술을 이전하면 큰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사태가 이란으로 인해 악화되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 파키스탄이 핵안전조치협정(세이프가드)을 준수하면서 사우디에 핵 관련 기술을 판매할 수도 있다. 전력 생산 용도 등으로 원자력 기술을 수입한 사우디가 5년 뒤에 갑자기 NPT에서 탈퇴한다고 밝히면 어떻게 될까? 파키스탄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파키스탄이 사우디를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동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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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07, 06:1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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