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전문가 인터뷰: 하이노넨 前 사무차장] “중국-파키스탄-북한의 대리 핵실험 근거 없다”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핵확산, 그리고 A. Q. 칸 박사 (31) / “북한의 핵역량 실제보다 과장돼…고농축우라늄은 영변 外 시설에서 생산하는 듯”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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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그는 1983년부터 27년간 IAEA에서 사찰 전문가로 활동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부터 2000년대 중반 6자회담까지 북핵 사찰 총책임자를 지냈다. 북한은 약 20여 차례 방문했다. 그는 2003년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이후 파키스탄 등을 방문, 핵확산 과정을 조사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이 파키스탄을 대리해 핵실험을, 파키스탄은 북한을 대리해 핵실험을 했다는 주장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중국이 없었다면 파키스탄의 핵무기는 없다’, ‘파키스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북한의 핵개발은 어려웠다’ 등의 일반화에는 여러 모순이 있다고 했다.

- 파키스탄의 핵확산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과정을 설명해달라.
“IAEA는 오랫동안 파키스탄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유럽으로부터 핵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을 밀수입하고 있었다. IAEA는 1990년대 초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조사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핵화를 진행했다. 이들 국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같은 유럽 납품회사들을 통해 원심분리기 기술을 구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수출된 물건들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으로도 물건이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1990년대 말에 가서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우라늄 농축 움직임을 포착했다. IAEA는 1994년부터 북한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제기했다. 1994년은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을 때였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북한은 이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를 조사하려는 IAEA에 도리어 화를 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이란과 리비아의 핵프로그램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파키스탄의 수상한 움직임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파키스탄 커넥션’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IAEA는 2003년 북한에서 쫓겨났다. 2007년에 북한에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문제는 6자회담의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 2003년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했을 때 파키스탄이 중국의 핵폭탄 CHIC-4 설계도 등 핵기술을 전달한 것이 확인됐다.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믿으면 안 된다. CHIC-4 설계도가 확인됐다고 누가 말했나? 파키스탄의 무기 프로그램은 우라늄에 집중돼 있었다. IAEA는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부품 설계도 등을 확인했다. A. Q. 칸의 네트워크가 두바이에 보관해둔 설계도들이었다. 유럽 납품회사에 보내 필요한 부품을 구하는 용도였다. 이를 리비아와 이란, 북한 등과 공유했다. ‘핵폭탄 설계도’는 조금 다른 문제다. 북한에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못했지만 리비아와 이란에는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설계도라는 것이 무슨 책 한 권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 한 권 갖고서 핵폭탄을 그냥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설명서에는 핵폭탄에 들어가는 부품의 설계도와 핵폭탄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 우라늄 폭탄용이었다. 플루토늄 폭탄용은 없었다. 북한의 핵무기는 플루토늄탄(彈)이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핵폭탄 설계를 연구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경우 핵폭탄의 설계도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때였다. ‘어떤 국가가 어떤 국가로부터 무엇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단정을 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 ‘그 당시에 쉽게 구할 수 있던 기술은 무엇이 있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북한은 플루토늄彈을, 파키스탄은 우라늄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파키스탄 원자력위원회(PAEC) 쪽에서는 플루토늄彈을, A. Q. 칸 쪽에서는 우라늄彈에 집중했는데 파키스탄이 사용하던 핵물질은 우라늄이 핵심이었다.”

- 파키스탄은 1998년 여섯 번의 핵실험을 했다. 처음 5회는 우라늄탄(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6회 실험은 파키스탄이 갖고 있지 않던 플루토늄彈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파키스탄이 북한의 플루토늄으로 대리실험을 해줬다는 주장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다. 6번째 실험에서 플루토늄을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 미국의 로스앨러모스가 6차 핵실험 이후 상공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됐다고 밝히지 않았나?
“로스앨러모스가 직접 발표했나?

- 그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보도됐나? 한 명의 소식통을 인용했다. 익명의 한 사람을 인용했다. 로스앨러모스의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플루토늄이 사용됐다고 가정해보자. 플루토늄이 어디서 왔을까? 북한이 플루토늄彈 설계도를 어디선가 구해서 플루토늄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를 가지고 파키스탄에 가져가서 실험을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왜 그냥 북한에서 실험하지 않았나? 제네바 합의 등을 위반하는 것을 우려해 그렇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북한이 이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나? 핵폭탄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가서 핵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도 매우 이상하다. 거의 모든 국가는 자국 영토 내에서 핵실험을 했다. 자국 영토가 아닌 곳에서 실험한 국가는 1950년대 영국과 1960년대 프랑스였다. 영국은 호주에서 했고 프랑스는 알제리에서 했다. 이들 국가 사이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해외 영토라고 보기 어려운 곳들이다. 다른 나라에서 실험을 할 정도의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 미국의 핵 전문가인 대니 스틸만은 ‘핵특급’이라는 책에서 1990년 중국이 파키스탄을 대리해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스틸만은 로스앨러모스에서 근무하며 중국 과학자들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증거 역시 본 적이 없다.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이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핵물질을 전달한 것은 알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핵협력 관계를 다룬 여러 문서를 본 적도 있다. 누군가가 ‘대리 실험’을 하려면 이를 의뢰한 국가의 핵무기 역량이 갖춰졌어야 한다. 파키스탄이 이런 능력을 1990년에 이미 갖췄을까? 만약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중국의 핵무기에 파키스탄이 만든 핵물질을 결합해 실험을 했다는 것인데 당시 파키스탄이 핵실험에 필요한 수준의 핵물질을 보유하지 못했다고 본다. 중국으로부터 핵물질을 전달받은 게 바로 얼마 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틸만 등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핵협력을 해왔다. 여러 세미나에 서로를 초대해 핵기술을 공유했다. 그러나 이런 협력과 대리 실험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 칸 박사는 유럽 핵시설에서 원심분리기 관련 자료를 훔쳐와 핵무기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외부의 도움 없이 이것만 갖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나?
“무기화할 수 있는 우라늄을 만드는 것과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설계도만 갖고 있다고 해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원심분리기의 회전자로 예를 들어보겠다. 원심분리기가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하면 이를 버텨줄 수 있는 회전자가 있어야 한다. 북한의 원심분리기 회전자는 강철을 사용했다. 강철과 탄소 섬유를 같이 사용했다. 원심분리기가 회전하면 열이 발생한다. 열을 받으면 강철은 부풀고 탄소 섬유는 쪼그라든다. 하나가 불어나고 하나가 줄어들어 원심분리기가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수학 공식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여러 실험이 필요하고 이를 해결해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폭발이 일어나야 한다. 100만분의 1초를 딱 맞춰야 한다. 설계도만 갖고 만들 수 없다. 기술자들 사이의 교류가 필수다. 북한 기술자들이 파키스탄에 가서 교육을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칸은 네덜란드에 있는 URENCO 시설에서 근무하며 기술자들과 여러 대화를 하고 도움을 받았다. 그가 파키스탄에 돌아왔을 때는 설계도를 비롯해 기술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원심분리기를 작동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독일인 기술자가 파키스탄을 방문해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시도한 끝에 기술을 터득했다. 칸의 주변에는 유능한 과학자들이 많았다. 칸의 ‘원맨쇼’로 핵개발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 그렇다면 핵폭탄 설계는 중국이 도운 것인가?
“그렇다. 핵폭탄 설계에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설계도 자체를 전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는 국가간의 거래였다. 그냥 개인이 중국의 한 기술자에게 연락해 설계도를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은 인도와 갈등을 겪었고 파키스탄을 도와줄 이유가 있었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핵폭탄과 관련한 강의를 해줬다. 리비아의 핵포기 당시 IAEA는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고 일부를 공개했다. 핵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 앞서 1994년부터 북한과 파키스탄 사이의 핵협력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3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만났다. 노동 미사일의 대가로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전달한 것이 이때라고 보는가?
“누가 먼저 기술을 전달했을까? 누가 무엇을 언제 줬을까? 이런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파키스탄은 노동 미사일을 구하고 싶은데 돈이 없었다. 그래서 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로 인해 플루토늄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라늄 농축 기술을 원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우라늄 농축에 도전했다. 1993년 회담으로 인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북한에서 시작됐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1987년즈음 북한은 리비아와 이란이 접촉한 유럽회사들에 접촉해 (우라늄 농축 관련) 물건을 사들였다. 어떤 사람들은 핵확산이 칸의 단독 행동이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를 믿지 않는다. 그가 물론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기는 했지만 군부(軍部)의 일부가 무조건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 기술자들이 파키스탄 카후타 핵시설 등을 방문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 파키스탄은 북한 기술자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핵기술을 이전한 것인가?
“무엇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뭔가 접촉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오고 갔는지는 모른다.  아직도 불확실한 부분이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책 등 여러 관련자들의 회고에 정확한 사실이 담겼다고 보지 않는다. 아직 밝혀져야 할 게 많다. 북한만이 이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만이 갖고 있다고 본다.”

- 당신은 리비아의 핵포기 이후 파키스탄에 가서 당국자들을 직접 조사한 적이 있다. 칸 박사를 조사해봤나?
“말할 수 없는 문제다. IAEA에 있을 때의 일인데 파키스탄 당국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우리가 누구와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게 돼 있다. IAEA의 조사 목적은 파키스탄이 아니라 핵기술 통제 규정을 어긴 이란과 리비아, 북한이었다. 파키스탄은 IAEA의 조사 대상국가가 아니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핵협력 문제 등을 다룰 수 없었다. 파키스탄에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IAEA 임무에 벗어나는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게 돼 있다.”

- 미국 과학자들은 2010년대 초 영변에 가서 파키스탄식 원심분리기인 P-2를 확인했다. 파키스탄에서 핵기술이 이전됐다는 확실한 증거를 잡은 것 아닌가?
“기술 이전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원심분리기의 회전자를 볼 수가 없었다. 회전자는 케이스에 가려져 있다. 미국 과학자들은 원심분리기 전문가들이 아니었다. 단 하루, 아주 짧은 시간 영변 우라늄 시설을 둘러본 것인데,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강철이 어떤 종류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중에 크기와 모양 등을 종합해 P-2와 마레이징 강철이 사용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간접 증거를 종합해 결론을 내린 것이다. 파키스탄도 이런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에 원심분리기 기술을 전달한 바 있다고 시인했다.”

- 칸은 진술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자신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북한은 1950년대에 소련으로부터 200kg 상당의 플루토늄을 전달받아 핵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신빙성이 있다고 보나?
“이는 한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에 불과하다. 칸은 무엇을 어디에서 언제 봤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 파키스탄이 중국의 도움 없이 핵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나?
“물론이다. 미국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핵무기를 만들었다. 단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뿐이다. 파키스탄과 북한의 핵개발 출발점은 미국보다 좋은 위치였다. 외부에 공개된 자료가 이미 많을 때였다. 사소한 정보 하나하나를 다 연구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1940년대 초에는 핵무기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였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핵폭탄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인도의 핵개발은 누가 도왔나? 물론 일부의 도움을 외부로부터 받기는 했겠지만 자체적으로 개발을 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준 도움은 매우 중요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본다.”
 
- 파키스탄의 핵확산과 관련해 아직도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 많다. 북한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를 알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칸이 죽으면 진실이 공개될까?
“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 딜레마다. 많은 사람들이 핵확산에 가담했다. 파키스탄 정부로 하여금 언제 무엇이 어떻게 확산됐고 언제 멈췄는지를 말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핵기술을 전달받은 북한과 같은 나라는 직접 기술을 계속 개발해 나갔다. 북한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조달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 것이다. 북한에도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 파키스탄 핵확산의 미스터리가 풀려도 북한의 핵개발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다. 북한이 직접 털어놓지 않는 이상 진실은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 북한이 반박할 수 없는 불법 핵확산의 증거를 들이미는 것은 그래도 의미가 있지 않나?
“모든 나라의 핵개발은 매우 복잡하다. 플루토늄도 개발하고 우라늄도 개발하고 핵탄두를 만든다.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칸 개인 한 명을 놓고 봐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엔 플루토늄도 있고 우라늄도 있다. 파키스탄의 도움만을 받은 것이 아니다. IAEA가 과거 발표했듯 북한은 러시아 과학자들의 도움도 받았다.”

- 핵개발이라는 것은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인가?
“파키스탄이 북한의 핵개발에 도움을 준 유일한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키스탄은 1995~1997년에 우라늄 기술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이 핵실험에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 때다. 파키스탄만 바라볼(注: 핵실험을 아직 성공하지 못한 파키스탄의 우라늄 기술에 올인할 이유는 없었다는 뉘앙스였으나 도중 말끝을 흐렸다)… 북한은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여러 소스를 통해 핵기술을 구하고 있었다. 2002년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 1~2개를 만들 정도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봤다. 2003년에 5mw 원자로를 재가동했고 2006년에 1차 핵실험에 성공했다. 플루토늄 생산부터 무기화, 핵무기 설계 과정을 3년 만에 다 했다는 것은 매우 빠른 것이다. 어딘가에서 도움을 받았거나 훨씬 전부터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이라는 중요한 기술을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더 많은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다. 핵무기와 관련해 파키스탄보다 더 고급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의 도움을 받았다고 본다.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다.”

- A. Q. 칸이 떠나고 파키스탄의 핵확산은 완전히 중단됐나?
“드러난 증거는 없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파키스탄 문제뿐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도 확산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가는 중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핵연료 변환 시설 건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까지 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사우디가 이런 ‘노하우’를 전달받고 계속 개발하려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 북한의 현재 핵역량은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 타임라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언제 건설됐는가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영변 시설만 갖고 얘기를 해보겠다. 영변이 아무런 문제없이 최적의 조건에서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매년 1~2개의 우라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강성’이라는 곳에 또 다른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강성은 영변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영변은 2010년에 가동됐고 강성은 이보다 몇 년 전에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최적의 상황에서 작동할 때의 추산치다. 북한의 핵무기 수치가 너무 높게 추정되고 있는 것 같다.”

-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발표한 2020년 연감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30~40개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추정치인 20~30개보다 10개 늘었다고 했다.
“SIPRI가 중국(290 -> 320)과 인도(130~140 -> 150), 파키스탄(150~160 -> 160), 북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중국 정도의 핵강국이 돼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핵무기 수를 늘릴 수 있다고 보나? 약 5년 전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2020년이 되면 60개의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이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볼 증거가 있나? 유엔 전문가위원회는 육불화우라늄 실린더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했다(注: 국제사회는 우라늄 농축을 위해 필요한 연료인 육불화우라늄이 담긴 실린더(용기)의 움직임을 우라늄 농축의 가장 큰 증거로 보고 있다. 특수 용기에 담겨 있어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된다). 북한이 이 정도의 속도로 핵무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면 실린더 10여 개가 영변으로 가고 10여 개가 영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 북한이 물론 밤에 이런 실린더를 이동시킬 수는 있지만 시설 존재 여부를 공개한 상황에서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나의 추론은 북한의 생산성이 생각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정보는 북한 안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각국 정보당국과 싱크탱크는 북한의 상황과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경우의 수를 종합해 소개해야 하지만 이런 내용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같다.”

- 우라늄 기술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능력을 조금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 자체는 어느 수준인가?
“파키스탄 칸의 우라늄 농축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4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가 천연 우라늄을 3.5~4%로 농축하는 과정이다. 이후 이를 20%까지 끌어올리고 3단계에서 60%까지 올린다. 마지막인 4단계에서 무기화를 위한 90%로 농축하는 것이다. 1단계에서 만들어진 저농축 우라늄은 경수로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이를 다른 시설로 옮겨 고농축 우라늄으로 생산할 수 있다. 원심분리기 ‘캐스캐이드’ 설계를 바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것이다. 원심분리기 자체는 같은 것을 사용하지만 연결 방식 등 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영변에서 1단계 농축을 마쳤다고 해보자. 이를 영변의 같은 시설에서 또 다시 돌려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캐스캐이드를 전혀 다르게 설치해야 한다. 저농축 우라늄 시설과 고농축 우라늄 시설의 설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영변에서 4%로 농축한 우라늄을 다른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로 옮겨 고농축 우라늄으로 바꾸고 있는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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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08, 05: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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