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전문가 인터뷰: 벡톨 교수] “DIA 근무 당시 파키스탄-北 우라늄 농축 기술 이전 확인…중국이 묵인해 가능”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핵확산, 그리고 A. Q. 칸 박사 (32) / “파키스탄-중국간 국가 차원의 합의 있었기에 중국 영공 지나 북한으로 기술 이전”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세 번째로 소개할 인터뷰는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다. 그는 해병대에서 약 20년을 복무했다. 이후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에서 정보분석관(1997~2000), 선임 동북아(東北亞) 정보분석관(2001~2003)을 지냈다. 그는 북한의 무기 판매 실태를 추적한 책을 여러 권 쓰기도 했다.

- 핵실험에 성공한 국가가 비핵화에 나선 전례는 없다. 파키스탄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비핵화도 어렵다고 보는가?
“미국과 유엔, 유럽연합이 얼마나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지에 달려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파키스탄 때도 마찬가지였다. 파키스탄의 경우는 핵실험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울 때 일어났다. 하나는 파키스탄이 중국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을 도왔다. 또 하나는 인도가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었다. 당시 전세계는 파키스탄의 핵실험에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인도가 핵실험을 했는데 왜 파키스탄만을 규탄하는가’ 같은 여론도 있었다. 물론 큰 차이가 있었다. 파키스탄은 매우 불안정하고 부패한 국가였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A. Q. 칸이 북한과 이란, 리비아에 핵기술을 이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무장 전략을 모방한다는 주장도 있다. 핵실험을 한 후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끔 한다는 것인데.
“차이가 있다. 지정학적 차이가 있다. 북한은 불량국가다. 국제사회의 규범을 아예 따르지 않는 국가를 뜻한다. 북한, 버마, 이란, 예멘 같은 나라들이 그런 나라들이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파키스탄은 그렇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일원이었다. 미국과 거래를 하고 다른 국가와 무역을 했다. 물론 가난한 국가였지만 국제사회가 필요했다. 인도가 핵폭탄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파키스탄과 북한의 다른 점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미국이 평양에 대사관을 열고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란에 핵기술을 이전한 것도 알려졌고 시리아에도 핵시설을 지어줬다는 것을 전세계가 알고 있다. 이스라엘이 2007년에 폭파시킨 시리아 핵시설은 북한이 지원한 곳이다.”

-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개발 계획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고 숨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있다. 1980년대 소련-아프간 전쟁, 2001년 아프간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동맹국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냉전(冷戰) 시대의 복잡한 정치적 셈범으로 파키스탄의 핵개발이 가능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한 1998년은 냉전이 끝난 뒤였다. 그렇기 때문에 냉전과 연관 짓는 것은 틀리다고 본다. 2001년 미국은 파키스탄이 동맹으로 필요했다.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지원했고 정부가 부패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프간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필요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프로그램을 비롯해 많은 문제를 눈감아줬다. 미국이 눈감지 않은 문제는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기술을 확산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미 예전부터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위성사진과 각종 휴민트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미국은 2002년 가을 파키스탄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북한과의 거래를 끊지 않으면 모든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압박은 성공했다.”

- A. Q. 칸 박사가 사익 추구를 위해 핵확산을 혼자 진행했다는 주장, 정부나 군대가 개입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칸 박사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당연히 개입했다. A. Q. 칸은 미국이 파키스탄에 준 C-130 수송기를 사용해 핵기술을 북한에 보냈다. 이슬라마바드 인근 공군기지에서 중국 영공을 지나 북한에 도착했다. 정부의 개입 없이 이를 어떻게 하는가? 노동 미사일의 대가로 핵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거래는 베나지르 부토 총리 때부터 시작했다. 부토는 노동 미사일 실험을 참관했고 거래는 그 때부터 시작했다.”

- 베나지르 부토는 1993년 12월 김일성을 만났다. 부토는 노동 미사일 기술을 이때 받은 것은 맞지만 농축 우라늄 기술을 전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부토가 죽은 뒤 나온 회고록에선 그가 농축 우라늄 기술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나온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부토 때부터 시작된 협력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 두 나라 모두 머리를 잘 썼다. 현금이 바닥나 있던 국가끼리 서로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파키스탄 장군들이 북한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전했다는 증거가 있다. 파키스탄은 이를 숨기려 하겠지만 이는 그럴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기의 확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칸이라는 사람이 혼자서 노동 미사일을 수송기에 싣고 파키스탄에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당시 DIA에 있었다. 파키스탄은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었고 증거가 나왔다. 파키스탄은 C-130 수송기는 중국에서 급유를 하고 북한에 가서 고농축 우라늄 기술을 전달했다. 영변 인근에 있는 우라늄 시설에 이런 기술이 전달됐다. 이 수송기는 노동 미사일을 싣고 돌아왔다. 두 나라의 이런 움직임은 그냥 대놓고 하는 것처럼 너무 명백했다. 1996년에서 1997년부터 이런 움직임이 포착됐다. 2002년까지는 파키스탄이 북한을 계속 도왔다.”

- 파키스탄은 1998년 6번의 핵실험을 했다. 처음 5번은 우라늄탄(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실험은 파키스탄이 갖고 있지 않던 플루토늄彈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파키스탄이 북한의 플루토늄으로 대리실험을 해줬다는 주장을 한다.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고 본다.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의 폭발 규모는 2kt이었다. 북한이 1998년에 실험을 한 번 해봤다면 2006년 실험 결과가 왜 이렇게 부실했겠는가? 2kt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의 폭발 규모다.”

-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2010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파키스탄이 만든 P-2 원심분리기를 쓴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파키스탄을 압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파키스탄 원심분리기라는 것을 알았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파키스탄이 북한에 원심분리기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북한이 파키스탄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확증이 있었다.”

- 클린턴 때라면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부시 행정부가 2001년에 출범했을 때 이를 보고 받았다. 2002년에 미국 협상팀이 북한에 가서 압박했다. 로버트 갈루치는 클린턴 행정부에 있을 때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에 대해 알고 있다고 밝혔다.”

- A. Q. 칸은 네덜란드에서 원심분리기 기술을 훔쳐왔다. 그는 부품회사들의 연락처도 구했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핵무기를 그냥 쉽게 만들 수 있는 건가? 설계도와 관련 회사만 알면 개인도 만들 수 있는 게 핵무기인가?
“당연히 아니다. 파키스탄 핵무기는 중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없었을 것이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핵물질을 비롯한 필수 부품을 전달했다. 중국은 인도와 긴장 상태였다. 인도를 압박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이용한 것이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기술과 부품이 있다고 해도 개인이 집 차고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테러단체도 만들 수 없다.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지원 없이 핵개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리비아가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당시 500kg 탄두 설계도 등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어로 적혀 있었고 이중 중요한 부분이 영어로 번역돼 있었다. 중국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 해병대사령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중국이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도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교환학생으로 온 파키스탄 장교가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일어서서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하나, 우리는 우리만의 핵무기를 만들어냈고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자긍심을 갖는 것은 좋고, 그렇게 하는 것은 너의 자유지만 이는 거짓말이다’라고 했다.”

- 중국이 북한도 도왔나?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도왔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북한의 플루토늄 기술은 소련이 제공한 5mw 원자로에서 시작됐다.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은 전체가 다 파키스탄에서 넘어갔다.”

(계속)

관련기사

[ 2020-09-09, 06:2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