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복기(復棋)라는 용어가 있다. 바둑을 다 둔 후, 대국자가 여러 구경꾼들과 함께 바둑을 처음부터 그대로 다시 두어보며 잘, 잘못을 짚어보는 것이다. 구경꾼도 의견을 낼 수 있다.
필자는 4월23일자 본란에 “국민의힘은 한동훈 중심으로 뭉치고 이준석 영입해야 덜 진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필자는 2020년 1월27일, ‘추윤 갈등’이 극심할 때, 본란에 ‘윤석열은 다음 대통령이 되어라’라는 글을 쓴 장본인으로, 원죄(原罪)의식을 갖고 있다. 윤석열이 그 정도로 평균이하의 인식구조를 갖고 있는 인물인줄 모르고, 그를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가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줄 알아가게 되었다. 필자는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준 1등 공신, 이준석을 만나라, 이준석에게 사과하라는 글을 썼으나, ‘체리따봉’같은 치졸한 짓을 들키더니 결국 쫓아내고 말았다. (중략)
…그런데 최근 들어 주위의 많은 분들이, 심지어 정부조직에서 고위직에 있던 분마저 “설마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겠느냐”는 식으로 大選의 결과를 오해하고 있어서 의견을 말하고 싶어졌다.
결론은 무조건 민주당 이재명의 승리다. 혹자는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도 말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덜 지는 길이다. 45대55 정도로 접근전을 벌인다면 국민의힘은 대선 후 존속할 것이다. 하지만, 4대6, 또는 3대7로 진다면 산산조각날 것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덜 지는 길은? 2차 경선까지 들어간 마당에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길은 딱 하나다. 김문수와 홍준표가 한동훈 지지를 선언하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나머지 중진들은 지역별 선대위원장으로 하방(下方)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모셔다 선대본부장을 맡긴다. 이렇게 한다면 가장 적게 지는 길이다. 한덕수는 논외다. 그는 출마할 도덕적 근거도 없지만, 나오는 순간, 큰 상처를 입고 퇴장당할 것이다.>

김문수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었다. ‘윤통’의 그림자를 등에 업은 김 후보는 힘에 겨운 캠페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단일화하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을 던졌지만, 진정성이 없었다. 반계엄, 찬탄핵의 이 후보가 응할 리 없을 것이 확실했지만, 패배 후 내밀 면피용 요청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혹시나 둘이 단일화 할까봐 무서워 선거 전날까지 “둘은 결국 단일화할 것이다”라는 격장지계(激將之計)를 썼다.

지나고 나서 보니까, 한동훈이 후보가 되었더라면, 덜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계엄, 찬탄핵이라는 결이 같은 한동훈, 이준석은 단일화 명분도 있고, 단일화했다면 접근전을 벌였을 것이며, 근소한 차이로 이길 수도 있었지 않나 싶은 것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500명)가 ‘계엄 옹호•내란 동조’(30%) 때문이었다고 대답했다는 결과를 보고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승패가 결정된 후, 復棋는 미련한 짓 같지만, 실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