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중도실용과 국민통합'인가?



정치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옛날 중국의 요순(堯舜)이란 두 임금이 치세(治世)했던 시절처럼 태평천하가 아닐까 생각된다. 즉 백성들로서는 누가 위정자인지조차 전혀 모르는 정도의 치세가 제대로 된 세상이고 정치랄 수 있다. 해방 후에 어려운 건국과 6.25 전쟁, 4.19 학생의거, 군부의 집권과 산업화, 민주화 등등 약 60여년의 격동기는 불행하게도 이 나라의 백성에게 너무나 첨예화한 政治意識을 불어넣은 결과를 가져왔다.




정치의식의 과잉으로 이 나라 모든 분야에 이념을 달리하는 집단들의 등장과 날카로운 갈등을 갈수록 심하게 빚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러한 사회현상을 이제 어느 누구라도 외면할 수 있거나 없는 것으로 제로 섬화 할 수 있기까지는 실로 요원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남북 갈등’, ‘동서 갈등’ ‘남남 갈등’ ‘이념 갈등’ ‘계층 갈등’ ‘이해집단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종교 간의 불평등‘ ’사제간의 갈등‘ ’노사간의 갈등’.'스승 간의 갈등'.......도처에 눈을 부릅뜬 살벌이 흐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갈등은 갑자기 이 땅 위에 솟구친 것은 결코 아니다. ‘남북 갈등’ 같은 것은 60여 년이 넘었으며, ‘노사 갈등’은 산업화가 시작되고부터 발생한 것이며, ‘동서 갈등’은 멀리는 신라의 3국통일 시대부터, 가깝게는 박 정희의 공화당 정권이 들어설 때부터 연원된 것이며, ‘보수-진보의 이념갈등’은 지난 DJ와 노 무현 정권에 의하여 촉발된 것이다.




모든 갈등은 그와 같이 각기 다른 연원(淵源)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갈등구조의 해소방법도 각기 다르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통치자가 이렇게 복잡다단하게 ‘구조화’한 이 나라의 갈등을 한탄하는 것은 족히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도직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이 단순히 '중도 실용' “국민통합”을 외치는 것은 너무 값싸고 가벼운 제스처로 비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對外-對內 양방에 “중도 실용”이라는 잣대로써 모든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겠다는 기염은 모든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현실 그대로를 털어놓는다면, 현 통치자의 남은 4년 동안에 통치자가 해소할 수 있는 갈등구조란 단 한개도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그만큼 단단히 고착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서구에 있어서의 ‘중도 실용’은 외교적으로 항용 채택한 전략-전술로 알려진다.




지난 1년 여 동안, 현 정권이 남북관계에서 보여 온 스탠스가 과연 ‘중도 실용’이었다고 하면, 지금의 전쟁일보 직전의 남북경색(南北梗塞)을 어떻게 설명하고, 합리화할 수 있겠는가? 국내적으로 이를테면 남남갈등에 있어서 통치자는 “내 편이 아니면, 네 편으로 몰아붙이는 갈등”을 개탄스럽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싸움을 전문적으로 하는 <싸움닭들>의 단순한 증오심에서 유발된 갈등구조가 결코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악의 축>에 관련된 악의 <모든 이념>과, 북한 주민을 굶기면서 핵무기와 각종 미사일을 만들어 온 북의 <비양심적 정치세력>에 동조해온 국내의 反대한민국적 역도들과 이를 경계하는 親대한민국적 양심세력 간의 이데올로기 투쟁을 통치자가 고작 싸움닭들의 싸움 정도로 치부한 나머지 여기에 대한 처방을 “중도 실용”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갈등사태의 본질과 속성을 제대로 못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의심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두 역도들이 알게 모르게 자행해 온 만행들이 남과 북의 통일이 아니라, 북이 주축이 된 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장애들을 제거하는, 바꾸어 말하면, 남이 북에 수렴되어가는(먹혀 들어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이 나라의 위정자는 정녕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 하지 않고서는 중도 실용에 입각한 ‘국민 통합’을 결코 운위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사회적 갈등 세력을 봉합하는 길은 뭣보다 헌법적 이념-대한민국이 유일 합법적 국가이고, 자유민주주의를 제1의의 국가이념으로 삼는다-을 아무 따위로 여기고 反국가단체(북괴)에 동조해서 북괴가 자신의 진정한 조국인 양 온갖 반역질을 일삼아 온 북조선 노동당의 잔당(殘黨)들과 이와 유사한 사회단체들에 대하여 이미 주어진 ‘국가보안법’으로 엄히 다스리는 것을 제쳐두고 중도실용을 부르짖는 것은 헌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쇠고기 수입에 따른 촛불시위와 노무현 장례에 따른 법질서 파괴에 대한 그 배경에도 종북세력이 엄연히 도사리고 선동해 온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이에 대한 법치를 확실히 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키거나 방관해서 언제나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기 어려운 사태로 키웠다고 보아지는데, 결국 종북세력의 퇴치 없이는 질서범들에 대한 법치확립도 근본적으로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 정권은 종북 잔당들과 싸워서 그 악당들을 물리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데도 오히려 북으로부터 사갈시 받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좌익 세력을 물리치는 데 현 정권이 뭔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면, 물리칠 여건과 기회가 앞으로 수 없이 다가와도 그 콤플렉스를 극복한 경험이나 기억이 전혀 없는 만큼, 모든 것은 임포텐스가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