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초(垌岧) 김장실의 트로트 이야기(3)울고 넘는 박달재(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박재홍 노래, 1948년)
해방 후 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은 남대문악극단을 운영하며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충주에서 공연을 끝내고 제천극장 공연을 위해 박달재를 넘다 남대문악극단이 탄 버스의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잠깐 쉬게 되었다. 차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사이에 성황당 앞에서 서로 못내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가는 농부에게 산과 고개 이름을 물으니 천등산(天登山), 박달재라는 얘기를 들었다.
박달재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사이에 있는 교통 요지이다. 조선시대에는 <박달원(朴達院)>이 설치되어 수많은 나그네가 쉬어 갔다. 박달재 아래에는 <원서창(遠西倉)>이라는 국가의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 고려 고종 4년(1217년) 고려장수 김취려(金就礪)가 거란군 3만 명을 이곳에서 물리쳤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고려 고종 45년(1258년) 10월 고려 별초군이 박달재에서 몽골군을 요격하였다.
반야월은 박달재에서 본 남녀의 이처럼 서러운 이별 광경을 모티브로 삼아 작사를 시작하였다. 그는 도토리묵을 허리춤에 달아주는 토속적 행태 등 님을 보내기 싫어하는 여인의 순박한 애정관이 묻어있는 가사를 완성한 후 그는 김교성 작곡가에게 넘겼다. 가사의 뜻을 제대로 살린 김교성의 곡을 박재홍은 구슬픈 창법으로 재해석하여 대중의 심금을 크게 울렸다.
이 노래로 인해 박달과 금봉의 이루지 못한 사랑은 소재로 한 구전(口傳)전설이 만들어졌다. 과거를 보러 가는 영남선비 박달은 이등령을 넘다 마을 처녀 금봉을 보고 사랑에 빠져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후 금봉은 과거를 급제한 박달과의 상봉을 기다렸으나 과거에 낙방한 박달은 미안한 마음에 한동안 금봉을 찾지 못했다. 그를 기다리다 실망한 금봉은 죽고, 얼마 후 금봉을 찾은 박달도 금봉의 환영을 쫓아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는다.
작사가 반야월은 <울고 넘는 박달재>를 작사하면서 그가 청년시절 즐겨 읽었던 춘원 이광수(李光洙)의 소설 <그 여자의 일생>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인 금봉을 인용하였다. 소설가 이병주(李炳注)가 쓴 <그해 오월>이라는 소설을 보면 ‘우리의 일상사가 햇볕에 쪼이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쪼이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대중가요 한 편이 마침내 박달과 금봉의 신화로 탄생되어 여러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우리의 문화와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현장을 <울고 넘는 박달재>에서 보게 된다.
온 종일 이 노래를 틀어놓고, 묵을 주 메뉴로 팔고 있는 박달재 휴게소와 그 주변 지역은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부상(浮上)하였다. 1988년 11월 23일 박달재에는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비가 건립되었다. 2001년 10월 15일 가수 박재홍이 태어난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 금천배수지 체육공원에도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비가 세워졌다.
이 노래는 2005년 KBS <가요무대> 방송 20돌을 기념하여 조사한 가장 많이 불린 노래 1위에 올랐다. 한편 1968년 심우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남진, 문희, 도금봉, 허장강, 김정훈 등 당대 유명배우를 동원하여 이 노래를 영화로 제작하였다. 또한 2010년 박인환, 최주봉, 양재성 등 이름 있는 배우들을 동원하여 악극으로도 제작되었다. 금봉과 박진사댁 3대 독자 준호는 서로 사랑을 하나 헤어진 후 그녀는 아들을 낳고, 화류계 여인으로 전락한다. 살인누명을 쓴 그녀를 검사가 된 그녀의 아들이 사형을 구형하는 것이 이 악극의 내용이다.
<울고 넘는 박달재>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님아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
도토리 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박달재 하늘 고개 울고 넘는 눈물 고개
돌뿌리 걷어차며 돌아서는 이별길아
도라지 꽃이 피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금봉아 불러보나 산울림만 외롭구나
(유튜브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xyFGw3xh0z4
KBS <가요무대>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 1위(2005년 조사)
- 김장실(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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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2-16, 10: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