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의 눈물>을 읽고 오늘의 조국을 바로보니...

文弱하고 비겁했던 宋의 역사를 통해 보는 오늘의 대한민국, 그러나 희망은 있다

중국의 역대 왕조 가운데 宋(송)나라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나라다. 宋에는 春秋戰國(춘추전국)이나 秦漢(진한), 唐(당)과 같은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가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宋이 ‘닫힌 나라’였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중국 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번영했고, 성리학과 같은 새로운 사상이 등장했던 송이 ‘닫힌 사회’였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宋은 분명 ‘닫힌 사회’ 내지 '포위된 사회'였다. 거란(遼), 여진(金), 탕구트(西夏), 몽골와 같은 변방민족들에게 대륙의 일부를 점령당하고, 그들의 군사적 위협 아래 신음했던 나라다. 夷狄(이적)의 압박 아래서 어렵게 싹이 튼 중국인들의 민족주의는 자신들의 문화적 우월성을 과장해서 강조하는 ‘닫힌 민족주의’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宋을 제대로 아는 한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왕안석, 소동파, 수호지, 악비, 靖康(정강)의 變(변), 주자와 성리학, 남송, 도자기.... 이 정도 아닐까?

‘宋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鄭淳台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이 쓴 <宋의 눈물>은 바로 그 宋에 대한 이야기다. 後周(후주)의 軍閥(군벌) 조광윤이 휘하 장병들의 추대로 帝位(제위)에 오른 때부터, 南宋이 몽골의 침략으로 멸망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광윤(송 태조), 조광의(송 태종). 거란-여진-서하-고려-몽골 등 주변국과의 관계, 왕안석의 신법을 둘러싼 政爭, ‘예술가 황제’ 휘종과 <수호지>의 시대, 여진의 침략으로 北宋이 망한 靖康의 變, 간신 진회와 애국 名將(명장) 악비, 남송, 주자와 성리학, 남송의 멸망 등 ‘송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은 딱딱한 역사서는 아니다. 저자가 宋의 역사 현장을 누비면서 쓴 답사기의 성격이 강하다. 宋代의 酒樓(주루)를 룸살롱으로, ‘예술가 황제’ 徽宗(휘종)을 ‘플레이보이’에 비견하는 등 재치 있는 표현들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宋을 통해 보는 오늘의 대한민국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宋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바라본다는 데 있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文弱(문약)에 빠져 好戰的(호전적)인 이웃에게 뜯어 먹히는 허약한 존재, 이념과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는 저열한 당파 싸움, 실제 國政을 운영할 경륜은 없이 대의명분만을 내세우는 먹물들의 전횡, 싸울 줄 모르는 군대, 戰略的(전략적) 思考(사고)나 신의가 결여되어 있는 對外(대외)정책....

이런 점에서 宋나라와 대한민국은 무섭도록 닮아 있다. 특히 北宋이 여진(금)의 침략으로 멸망하고, 南宋이 들어선 후 재상이 되어 金과의 화친을 추진했던 간신 진회의 이력과 정책은 김대중 정권 시절 외교안보수석-통일부장관-국정원장으로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모씨의 경우와 아주 흡사해 등골이 서늘해진다.

저자는 宋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아니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宋의 徽宗(휘종)과 김정일

저자는 “배부른 나라가 배고픈 나라에 졌다. 宋은 한국의 쇠망 모델이 아닐까?”라는 우울한 경고를 한다.

사실 그런 사례는 宋뿐이 아니다. 우리 세대에서도 그런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월맹(북베트남)에 패망한 월남(남베트남)의 사례가 그것이다. 1975년 초 티우 월남 대통령은 “월맹군은 하루 두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며 월맹의 빈궁한 사정을 비웃었다. 반면에 월남은 인근 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는 등 미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후 월맹이 남침을 개시하자 월남은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망했다.

때문에 저자의 경고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경청해야 할 값어치가 있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오늘의 북한은 거란이나 여진, 몽골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거란, 여진, 몽골에는 건국 초기 野性(야성)의 건강함이 있었다. 특히 몽골의 경우는 ‘열린 세계’에 대한 나름의 비전이 있었고, 그것을 실천했다.

하지만 오늘의 북한은 ‘배고픈 나라’이기는 해도, ‘야성의 건강함’은 갖지 못한 체제다. 부패하고 불공정하며, 병들대로 병든 체제이다.
특히 얼마 전 죽은 독재자 김정일의 작태는 北宋을 파멸로 이끈 휘종의 작태와 똑 같다. 예술가 행세를 하면서 즉흥적인 통치행태를 보이고, 자신의 개인적 향락과 허영을 위해 국가자원을 낭비하고, 인민을 도탄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송나라 휘종은 그림과 글씨로 인정받는 '진짜 예술가'였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宋은 군사력이 약했던 반면, 북한은 그렇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 군사력이라는 것 역시 宋의 경우처럼 정권유지를 위한 친위부대만 강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고 분발하면, 宋이 흘렸던 눈물을 우리는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宋이 남겨 놓은 트라우마

<宋의 눈물>을 읽으면서, 宋이 중국인들의 유전자 속에 아주 고약한 유전자를 하나 박아 놓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중국인들의 ‘狹量(협량)’이다.

大陸(대륙)에 사는 大國(대국)사람들이 협량하다고?

하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문제, 탈북자문제, 동북공정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보는 중국, 중국정부, 중국인들의 행태는 '협량' 그 자체다. 겉으로 보기에는 大人, 大國의 풍모를 보이는 듯 하지만, 작은 이익에 연연하고, 强者(강자)에게 약하고 弱者(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다. 흥할 때에는 너무 오만하고, 쇠했을 때에는 너무 비굴하다. 그게 인간 본성이기도 하겠지만, 중국, 중국인의 경우는 그게 참 심하다.

어쩌면 그것은 경제-문화적으로는 흥성했지만, 외세에게 시달리던 끝에 멸망한 宋나라 시절 형성된 고약한 트라우마일 지도 모른다. 中華(중화)사상이라는 것도 결국은 文弱했던 宋의 먹물들이 창조해 낸 ‘病(병)든 민족주의’ 아니던가? 이런 유전자는 몽골(元)과 만주족(淸)의 지배, 그리고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 간의 ‘치욕의 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됐을 것이다.
宋의 잘못된 국가운영은 단지 북송과 남송의 멸망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代代孫孫(대대손손) 중국인들의 유전자 속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겨놓은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宋이 중국인들에게 물려준 가장 큰 害惡(해악)일 것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중국 역사의 한 章(장)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旭日昇天(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인들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적 단초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기사본문 이미지
출판사: 조갑제닷컴
저 자: 鄭淳台(정순태)

판 형
: 신국판
ISBN:
978-89-92421-81-2
가 격: 10,000
원
페이지: 208
쪽
출간일
: 2012년 2월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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