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2017고단4933 명예훼손 피고인 고영주 사건 2018.8.23. 선고 판결문 중에서
다. ‘저는 문재인 후보도 이거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라고 저는 확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분에 대한 판단
(1) 사실의 적시인지 여부
앞서 본 ‘사실적시’와 ‘의견표현’의 구별기준에 따르면서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이 부분 발언이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공산주의자’의 사전적 의미와 증명가능성
‘공산주의자’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과 공유재산제도의 실현으로 빈부의 차를 없애려는 사상을 가진 사람’이고, ‘사상’이란 ‘판단, 추리를 거쳐서 생긴 생각의 내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그가 가지고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확립된 객관적․구체적인 징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므로, 그 평가는 필연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며, 평가의 옳고 그름을 증거에 의하여 증명할 수도 없다.
(나) ‘공산주의자’가 갖는 사회적 의미의 다양성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는 북한과 연관 지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사회에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북한의 정치인’, ‘북한 정권과 내통하는 사람’ 등 북한과 긴밀하게 연관된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북한 정권에 우호적인 사람’, ‘북한 정권에 유화적인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 ‘북한 정권의 주장이나 노선과 같거나 유사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 등을 부정적으로 이를 때 사용되기도 하는바, 이 경우에는 반드시 ‘북한식 주체사상이나 유일영도체제를 추종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나 ‘공산주의’는 수많은 개념 요소들을 내재적으로 포섭한 포괄적인 개념이며, 오늘날 우리 사회 다수의 국민들에 의하여 이론의 여지가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의적인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이나 ‘공산주의’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나아가 그와 같은 개념정의가 가능한지 의문이고, 이는 그와 같은 정치적인 사상과 견해가 그것이 배태되고 성장하는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세대가 생각하는 ‘공산주의’와 전후 세대가 생각하는 ‘공산주의’가 같을 수 없듯이, 피고인과 문재인의 상이한 경력과 활동 등을 고려하면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도 ‘공산주의’라는 개념 요소에 관하여 일치된 의견을 보일 수는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가 갖는 사회적 의미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자’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 지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사정만으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허위․진실 여부를 증거에 의하여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확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의견 내지 논평의 형식을 빌린 사실의 적시인지 여부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나,
○ 피고인은 위 신년하례회에서 주최 측이 예정에도 없던 3분 정도의 발언을 요청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되었는데,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짧고 간단한 경험담으로 자신이 관여하였던 부림사건을 언급하게 된 점(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부림사건 당시 피의자 이상록으로부터 직접 ‘검사님! 검사님은 역사의 발전법칙도 모르십니까. 인류역사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관계에 의해 발전하는 것인데, 원시공산사회로부터 시작해서 고대노예제사회, 중세봉건사회, 근세자본주의사회를 거쳐 이제 곧 공산주의사회가 도래하게 됩니다. 역사가 바뀌면 주역도 바뀌는 법이고, 지금은 제가 검사님한테 조사를 받고 있지만, 머지않아 공산주의사회가 되면, 제가 검사님을 심판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그와 같은 경험담을 글로 게재한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2011년 가을호’를 제시하고 있다),
○ 피고인은 위 신년하례회 발언 이후 이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그 외에도 한미연합사 해체, 국가보안법 폐지, 낮은 단계의 연방제, 한총련의 합법화 등의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과 태도를 그를 공산주의자로 생각한 논거로 제시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정치적 이슈들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었거나 현재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들이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정치적 이슈들에서 문재인이 취한 입장이나 태도에 관하여 일부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주관적 인식이 개입되었지만 대체로는 사실에 부합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그와 같이 언급한 문재인의 입장이나 태도는 언론 등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문재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 피고인은 문재인이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생산수단의 사회 구성원 공유를 주장한다는 의미에서의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 바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자신이 제시하고 있는 논거들을 종합하여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라고 평가 내지 판단한 과정의 논리적 정합성에 관한 비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이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을 빌려 그 의견의 근거가 되는 문재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만한 허위사실을 묵시적으로 표현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2)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의 고의
(가) 관련 법리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다34013 판결).
당해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 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2000다37531(병합) 판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이 부분 발언은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사 피고인의 발언으로 인하여 문재인의 사회적 평가에 간접적이나마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문재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 정치인의 정치적 입장이나 주장, 철학은 시민과 언론의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평가받을 수 있고, 또한 그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대표를 투표로 선출하고, 정치인이 여론의 동향에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고인의 발언에 담긴 견해에 대한 당부의 판단도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모든 시민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여 상호 검증과 논박을 거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정치인과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일반 국민들 각자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검사와 피고인이 현실적으로 제출하는 한정된 자료만에 기초하여 재판을 하는 형사법정에서 개별 정치인의 사상, 세계관, 정치철학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은 그 능력과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실로 다양할 수밖에 없고, 시대에 따라, 수용자의 입장에 따라서 더욱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그 다양성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모습도 때로 볼 수 있으나, 우리가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그것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민주주의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현재의 위치까지 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시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준 것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 피고인은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였음을 자축하는 정치적인 모임에, 국가정상화 추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여, 대부분 피고인과 입장을 같이 하는 청중들을 상대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전달하는 자리에서, 과거 오랜 기간 공안검사로 일해 왔던 경험을 토대로 정치인 문재인에 대하여 발언한 것이었고, 이후 피고인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각종 서면이나 자료들, 이 법정에서의 진술을 통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이 문재인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격적인 모욕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자신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믿어온 체제의 유지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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