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롱 박사는 임사체험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 중 하나는 이들의 삶이 주마등(走馬燈)처럼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롱 박사가 조사한 마크라는 젊은 남성은 전봇대에 차를 들이받는 큰 교통사고를 겪었다. 그는 의식을 잃게 됐고 임사체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비쳐졌다고 했다. 롱 박사는 임사체험자 중 상당수가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는 공통된 주장을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흐릿한 기억의 조각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잘 정리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마크의 증언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인생에 대한 시리즈물 한 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들이 떠올랐는데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어땠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인생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됐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중 어머니의 감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렸을 때 입양됐다. 나는 사고뭉치였고 나보다 덩치가 작은 아이들을 괴롭히곤 했다. 술과 마약에 의존했고 절도와 기물파기(器物破棄) 행위도 일삼았다. 이런 기억이 떠오른 뒤 어머니가 나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는 장면이 보였다. 어머니는 큰 충격에 빠져 괴로워했다. 내가 그동안 일삼은 나쁜 행동들도 떠오르고 뭔가 복잡한 감정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 나는 좋은 일들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 세상을 떠나야 된다는 것에 후회가 됐다.
나는 내 인생에 끝나지 않은 숙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접한 가족과 친구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롱 박사는 마크의 경험처럼 대다수의 임사체험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 방대한 기억을 떠올려낸다고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삶의 교훈을 얻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제3자의 입장에서 본인의 삶을 떠올려낸다고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인이 한 행동에 따라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확인한다는 것이었다.
롱 박사는 일부 임사체험자의 경우에는 영적(靈的)인 존재를 만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존재와 함께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특정해낸다고 한다. 로저라는 남성이 교통사고 이후 겪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무도 없는 암흑 속으로 들어갔는데 나는 무섭지 않았다.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러다 내 인생이 스크린에 영화처럼 상영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됐을 때 일까지가 다 보였다. 나는 3D 영화보다 더 생생하다고 느꼈다. 나의 인생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롱 박사는 임사체험 과정에서 삶의 교훈을 얻었다는 사람 319명을 조사했다고 했다. 이들 중 26%는 이들의 인생이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영화처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21%의 사람들은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인생이 어땠는지를 판단하는 입장에 처했었다고 했다. 잘한 행동과 잘못한 행동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롱 박사는 임사체험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이 느꼈다는 삶의 교훈이 사실일 수 있다고 했다. 상당수의 임사체험자는 이들이 잊고 살았던 일들까지도 떠올려내는데 실제 일어난 일과 일치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그는, 임사체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를 단순한 환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했다. 임사체험자들이 떠올려낸 기억 중 비현실적인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해봤다는 것이었다. 그는 617명의 임사체험자 중 14%인 88명이 삶의 교훈을 얻게 됐다고 했다고 했다. 이들의 이야기 중 비현실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롱 박사는 회의론자들은 이와 관련한 반박 증거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고 했다. 하나는 특정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 수단인 ‘방어기제(防禦機制)’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뇌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많은 움직임이 발생한 것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죽음의 문턱으로 갔을 때 과거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내곤 한다는 것이 방어기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롱 박사는 그렇다면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려내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현실의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다는 방어기제 논리로는 임사체험자의 모든 경험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다수의 임사체험자는 교통사고 등 한 순간에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게 된 경우라고 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방어기제가 발동할 수는 없다는 것이 롱 박사의 주장이다.
롱 박사는 상당수의 임사체험자가 전신마취 상태에서 삶의 교훈을 얻었다는 증언을 내놓는다고도 했다. 전신마취라는 것은 앞서 소개했듯 어떤 감각이나 의식도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생각이라는 것을 떠올려낼 수 있느냐고 했다.
회의론자들의 또 다른 주장은 임사체험자의 삶이 주마등처럼 그려지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뇌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에 충격이 가해진 것에 따른 단순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롱 박사는 환자 가운데 죽기 직전 발작을 일으키거나 뇌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중 회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임사체험자들이 내놓는 경험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임사체험자들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떠올려내는 일반 환자는 없다고 했다.
롱 박사는 임사체험자 중 삶의 교훈을 깨닫게 됐다는 사람들의 증언은 사후세계 존재 가능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증거라고 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본인이 평소에 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내고, 본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