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받은 것을, 없었던 일로 하는 韓國



도요타 아리쓰네(豊田有恒), 作家
1938년생. 도쿄(東京)대, 게이오(慶應)대 중퇴, 
무사시(武蔵)大 재학중 시나리오 작가 데뷔.
데쓰카 오사무(手塚治虫)의 '철완아톰' 시나
리오 20여편 담당. SF작가 클럽 회장, 시마네
(島根) 県立大 교수 역임.
(주요내용 발췌)



작년에 세상을 뜬, 하기야키(萩焼, 야마구치 하기市
전통 도자기)의 명장(名匠), 12代 사카고라이자에몬
(坂高麗左衛門)氏가 해준 이야기다. 사카(坂) 가문
은, 하기야키 모리가(萩藩毛利家)의 관요(官窯)인
하기야키(萩焼)의 종가(宗家)로서, 일찍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출병(朝鮮出兵) 때, 日本
으로 건너온 도공(陶工)의 후손이다. 심수관(沈寿官),
이참평(李参平) 등 도공(陶工)이 이때 붙잡혀 왔다.
사카(坂)氏도, 이러한 도공(陶工)의 후손으로 代를
거듭하며 고라이자에몬(高麗左衛門)을 이루었다. 
고라이(高麗)라는 이름에서 보듯 한반도(朝鮮半島)
출신임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명성(名声)이나 지위에 손해를 본 것은 없었다. 日
本이 외래문화에 관용을 보이는 사회이기 때문이
다.

한국의 KBS(국영방송)가 취재를 위해 사카(坂)씨
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다. KBS 기자는,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했다. 

"日本에서 정말 고생 많으셨죠?"

사카(坂)氏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저는 日本人입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KBS 기자는, 일본으로 붙잡혀온 도공(陶工)들이 日
本人에게 학대(虐待)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건 만드는 일을 천대시하던 조선(朝鮮)과
는 다르게, 日本은 기술 가진 사람을 존경한다. 일본
으로 오게된 사카(坂) 가문은, 대대로 일본 영주(藩
侯)로부터 무사신분(士分)으로 대우 받으며 이름이
새겨진 검(刀)까지 허락되고, 기술자로서 우대받으
며 대대로 이어져 왔다. 사카씨는, KBS 기자가 12代
를 내려온 자신을 여전히 한국인인 것으로 착각하고
오해(誤解)와 편견(偏見)에 사로잡혀 인터뷰를 진행
하는 바람에 아주 어색한 인터뷰가 되었다고 했다.  

한국인의 日本觀은 거의 부정적이다. 日本人은 나쁘
다는 역사관(史観) 때문에 많은 왜곡이 발생하고 있
다. 필자는 1970년대초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했는데,
당시 한국인 중에서 '일제시대(日帝時代)'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드물게 식민지시대(植
民地時代)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있었지만, 보통의
한국인은 전부, '일본통치시대(日本統治時代)'라고
말하며 오히려 그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레고리 헨더슨을 비롯한 많은 미국, 유럽의 역사가
(歴史家)들이, 조선(朝鮮)의 근대화는 일본통치(日本
統治)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예증(例証)하고
있다. 日本은, 조선을 병합(併合)한 것으로서 결코
식민지(植民地)로 착취하지 않았다. 당시 日本교육
을 받은 세대(世代)의 경우, 이러한 사실(史実)을 알
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日本비난을 하지 않았다.

1965년에 日韓기본조약이 체결되었고 금년은 50주년
에 해당한다. 당시 日本은, 불과 18억 달러 밖에 없었
던 외환보유고 중에서 유무상을 합쳐 5억 달러를 한
국에게 제공했다. 이 자금이 한국 고도성장의 상당
부분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조약체결 이후, 日本
人은 열심히 한국을 도왔다. 거기에는 '한국인이 곧
前日本人'이라는 공감(共感)과 함께 일종의 속죄의
식(贖罪感)이 작용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일본인
은 마음으로부터의 진심으로 한국의 부흥과 번영을
기원하며 아낌 없는 협력을 했다.

현재, 日韓 간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데, 상당부분은
日本人이 이러한 과거의 對한국 지원 사실들을 일일
이 현재의 한국인들에게 확인시켜주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日本人은 남에게 폐를 끼
치는 것도 싫어하지만, 남에게 잘해 준 것에 대해
생색을 내는 것도 싫어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덕
(美德)이 한국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이러한 미덕(美德)은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한국의 건국에 있어 日本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큰 역할을 담당했다. 6.25 때 활약한 백선엽(白善
燁) 장군은 日本에서 군사교육을 받았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야채(野菜), 과일 등 대부분의 품종(品種)
은, 많은 日本人의 선의(善意)에 따라, 일본에서 공
부한 우장춘(禹長春) 박사가 日本으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우장춘 박사는 평소, 이러한 日本人에 대
한 감사를 자주 했다. 

1965년 조약체결 이전부터 日韓 간의 협력은 이미
시작되었다. 작년에 93세로 세상을 뜬 전중윤(全仲
潤)씨는, 한국 인스턴트 라면 회사인 삼양식품(三
養食品)의 창립자로 유명하다. 전중윤씨는, 6.25
참화의 여파로 식량난이 이어지던 1960년대초에
日本에서 먹어본 라면 맛을 잊지 못해, 日本의 묘
조식품(明星食品) 오쿠이 기요스미(奥井清澄) 사
장에게 지원을 부탁했고, 오쿠이(奥井) 사장은, 한
국 국민들의 식량난 해결에 일조하겠다는 전씨의
뜻을 받아들여 라면 제조법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기술지도까지 제공했다.

日韓조약에 따라, 日本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日
本으로부터 돌아온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日本으로
부터 기술협력과 이전을 받는 일들이 가속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日本의 협력이나 노력, 성의는 전혀 
한국인들 사이에서 감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日本 감추기" 현상은 일찍부터 나타났다.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이 日本의 협력으로 준공
되었다.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 노선이었다. 건설
비용 대부분이 日本으로부터의 차관이었을 뿐 아니
라, 히다치(日立)제작소의 최신형 차량 60량이 제공
되었다. 하지만, 당시 日本의 기여에 대한 언급은 거
의 없었다. 1985년 시점 기준으로, 日本으로부터 한
국으로의 기술이전 등 협력이 이루어진 사례를 필자
의 기억에 있는 것만 열거해도 다음과 같다.

-마쓰시타(松下)電器 ⇒ 아남전기(컬러TV, 오디오
기술)
-일본 빅터 ⇒ 삼성전자, 금성사 (VHS 제조 및 특허
기술)
-도시바(東芝) ⇒ 금성통신, 한국전자 (TV, 오디오 IC
설계 및 제조, 진단기기 기술)
-샤프 ⇒ 삼성반도체 (IC 제조기술)
-히다치(日立)精機 ⇒ 기아精機 (NC공작기계 제조
기술)  
-얀마디젤 ⇒ 쌍용중공업 (중대형 선박 디젤엔진
기술)
-캐논 ⇒ 롯데산업 (고성능 건식복사기 기술)
-소니 ⇒ 현대전자 (VTR 제조 기술)
-히다치(日立)조선 ⇒ 한국중공업 (선박용 엔진 제
조 기술)
-일본제당 ⇒ 제일제당 (제당공장 자동화 기술)

필자의 눈으로 봐도, 오늘날 한국 경제가 있게 된 원동
력은 이러한 日本으로부터의 협력이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장사(商売)의 차원을 초월한 日本人의 헌신
적 노력은 부정할 수 없다.

현대차 포니는 한국 최초의 양산차(量産車)다. 당시 박
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국책사업 성격으로 진행된 양산
프로젝트였다. 여기에 日本 미쓰비시(三菱) 자동차가
엔진과 샤시를 제공하는 등 많은 협력을 했다. 포니는 
디자인만 이탈리아에 위탁했다. 기아 자동차도, 일찍
부터 일본 마쓰다(マツダ)와 제휴하여 오토삼륜차(オ
ート三輪) 생산을 하게 되었다. 대림산업은 일본 혼다
(ホンダ)와의 제휴가 결정적이었다.

30년 前쯤, 신일철(新日鉄)에 근무하는 한 知人에게 부
탁받아 신일철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한국의 국민성,
문화, 역사 등 일반론적 정보를 강연하여 호평을 받았
는데, 귀가 길에 그 知人이 뜻밖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강연 내용은 좋았지만, 자기 회사(신일철) 內에서 한
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의 포항제철(現POSCO)에 대해, 신일
철을 비롯한 日本의 여러회사가 기술을 원조해 주고,
당시 최신의 제철소와 똑같은 설계로 한국내 공장을
완성시켜주고 조업에도 도움을 주었지만, 포항제철
로부터 이렇다 할 감사의 말도 없었고, 그 후로 포항
제철은 신일철(新日鉄)의 시장까지 빼앗는 처신을
하여, 많은 신일철의 사원들이 반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신일철에서의 강연 이후 추리작가협회의 訪韓團 일
원으로 POSCO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영빈관 같
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으면서 공장을 견학하는 코
스였는데, 견학시 POSCO는 전부 자사(自社)가 개
발한 것 같은 식으로만 설명했다. 日本으로부터의 
협력은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 후 신일철(新
日鉄)과 POSCO 사이에서는 분쟁이 발생했다. 신일
철(新日鉄)을 다니다 그만 둔 기술자가 방향성전자
동판(方向性電磁鋼板)이라는 최신기술을, POSCO
측에 팔아넘긴 것인데, 현재 갈등 상태다. 

아마도 노태우(盧泰愚) 정부 때였던 것 같은데, 수입
선다각화법안(輸入先多角化法案)이 성립했다. 즉, 日
本으로부터 수입되는 부품이나 원재료 등을 가능하
면 다른 나라로 돌리는 것을 촉진하는 것이었는데 보
조금까지 있었다. 법령에 따라, 日本으로부터 수입해
오던 부품 등을 미국, 유럽 등 업체로 바꾸었는데, 부
품 규격에 안맞는 경우가 속출했고, 별도의 기술료가
청구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국의 대부분 산업은, 
親韓的이며 인심 좋은 사람들이 있는 日本이라는 나
라의 선의(善意)에 따른 협력으로 지금까지 발전해
온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미국, 유럽 쪽으로 부품
을 교체했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규격에
맞지 않는 부품 때문에 공장 조업이 정지되는 케이
스도 있었다. 이 법령은 큰 이익도 없이 끝나게 되
었다.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日本에게 다시
수입을 의뢰하게 되는 케이스가 속출했다. 그렇게
도 日本을 배척하더니 거짓말과도 같이 아무렇지
도 않은 얼굴로 다시 거래를 요청해 오는 한국의
태도에 놀랐다는 日本側 담당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날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 것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컸다. 하지만, 그 이면
에, 누구의 협력과 지원이 존재했었는지 구체적 데
이터 등을 통해 정중히 설명하는 것도, 오히려 향
후 바람직한 日韓우호 관계를 위해서는 필요할 듯
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