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무, 사나이로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갔소? 그래, 이 지긋지긋한 지옥을 탈출하여 남조선으로 가자요?" 조약돌


북한 동포의 EXODUS 시나리오


이 글은 조약돌 개인의 창작일 뿐,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님을 사전에 밝혀둔다. 이 점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 김 동무, 사나이로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갔소? 그래, 이 지긋지긋한 지옥을 탈출하여 남조선으로 가자요? '



' 박 동무, 우리 가족들과는 이미 합의를 봤수다. 인민군 추격대에 사살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유의 땅 남방 한계선 저 넘어 남조선 해역에 시신이나마 남기자고 말이야요.



' 고무 보트랑 비상 식량, 나침판은 전부 준비됐고, 발각될 것에 대비하여 굴은 어이 됐음매? '



' 영철 동무 가족들이랑 우리가 어제 잡아 놓은 굴을 싱싱하게 보관해 뒀다이. '



' 이제 21시니 곧 조류가 남쪽으로 바뀔테니 날래 가기요. '



' 다른 동무들도 전부 접선 장소에 집결했는지 확인하고 출발해야지. 조선족 동포를 통하여 입수한 남조선 손전화 이리줘 보기요. 잘 터지려나? '



' 여기는 황새 부엉이, 올빼미 나오라. 오버 '



' 여기는 두견새, 올빼미들은 전부 둥지를 틀었다. 오버 ! '



' 큰 집으로 날래 가겠다. 기다려라. 오버 ! '



지난 7일 23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려는 북한 동포 22명은 해주 항을 몰래 빠져 나왔다. 야간 어로 작업을 눈 감아 달라고 거금 미화 200 달러를 항구 감시 소조의 담당자에게 뇌물로 고여놓은 덕택에 무사히 항구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 장 동무, 저 쪽에 우리 경비정이 탐조등을 비춘다이. 모두들 침착하게 손을 흔들어 안심 시키기오. '



' 물 때가 맞아서인지 보트가 잘 나가는구만. 이 속도면 90 분 정도면 해상 분계선을 넘을 수 있겠구만. '



' 아버지, 그럼 이제 우린 자유인가 ? '



' 남조선에서는 우리를 환영해줄까? '



' 고럼, 고럼 ! 앞 동네 병팔이네도 어디갔는가 했더니 탈북하여 천안에서 중국 집에서 복무하며 떵떵거리고 잘 살고 있다던데. '



' 우리도 짜장면이나 실컷 먹었으면 좋겠다. '



' 박 동무, 저 쪽 보트보고 너무 떨어지지 말라고 연락하기요. '



' 알았음매. 여기는 부엉이, 올빼미 듣기요. 너무 앞서 가지 말라요. 서로 길이 어긋나면 낭패임매. 그리고 앞으로 30 분 후면 해상 경계선을 넘게 되니 남조선 경비정을 처음 조우했을 때 간첩선으로 오인받지 않도록 애들이 먼저 일어서서 손 전등을 흔들도록 다짐해 놓기요. 이 쪽은 심적 준비가 만반하다이. 그럼 이만 끊는다. 오버 ! '



그렇게 하여 그들은 원한의 해상 분계선을 8일 새벽 2시경에 넘고 있었다.



그들이 해상 분계선을 넘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주항 출항 통제소에서는 난리가 났다.



' 이 동무들이 늦어도 01:00 까지는 돌아온다고 해 놓고 무려 한시간이 더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이. 혹시 딴 맘 먹은 것 아니여 ? '



' 그럼 큰 일이구만. 동력이 없으니 멀리 못 갔을 것이다이. 우리 해군 측에 통보하여 끌고 오는 수 밖에 ...............'



인민 해군 해주지역 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그들을 못 잡아오면 사령관까지 목이 달아날 입장이다.



' 모든 경비정을 출동 시켜 이 잡듯이 뒤져서 날래 잡아 오시오. '



' 사령관 동지, 모든 전함을 전부 발동 거는 것입네까? 연료가 없어 그렇게는 곤란합네다. '



'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당 세포 조직위원장 동무도 잘 알지 않소. 동무 모가지도 함께 날아간다는 점을 주목하기 바라오. '



' 그럼 지금 경계중인 해주함외에 723함과 725함을 추가 출동시키겠습니다. 하명 ! '



여기는 서해 5개 인근 해상, 초계 중인 우리 해군 레이다에 이상한 물체가 잡혔다.



' 정장님, 보이십니까? 어로 저지선을 넘어간 우리 어선단으로 판단되는 미식별 물체가 잡히고 있습니다. '



' 이 사람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렇지 어로 저지선을 마음대로 월선했단 말인가? 몇 척이요? '



' 3 척, 아니 정확하게 식별되지는 않지만 2 척 소형 어선으로 판단됩니다. '



' 거리는 ? '



' 연평도 동북방 2 마일 해상입니다. '



' 적 함정 동태는 ? '



' 북방 한계선 쪽으로 경비정 2 척이 고속 접근중입니다. '



' 비상이다. 표적을 향하여 전 속력으로 항진 !'



' Full Spee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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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다시 고무 보트



' 영철이 영순이는 후방을 잘 감시하거라. 인민군 추격선이 쫓아오는지 잘 살피야 한데이. '



' 아부지예, 잘 보고 있다이. 구란데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 '



' 그럼, 안심이다. '



' 영심 동무, 어디가 불편하오. 곧 자유의 몸이 될텐 데 왜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음매? '



' 저녁 식사를 부실하게 했는데 너무 추워서 못 견디겠어요. '



' 조금만 더 참구만. '



' 저기 보이는 불빛들이 연평도가 맞나요? '



' 대청도는 아니고 연평도가 틀림 없습매. '



그 때 강렬하게 비추는 탐조등 불빛,



' 박동무, 이제 산통 전부 깨졌다이. 경비정이다. '



' 정 동무, 침착하기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길이 있다는 수령님의 말씀을 상기하기요. 경비정이 접근하면 우린 월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굴 따러 나왔다가 표류중이라고 입을 맞추어야 합네다. 알갔슴매? '



' 여기는 대한민국 경비정이다. 그대들의 정체를 밝히라. '



' 아, 하느님 만세 ! 이제는 살았다. '



' 우리를 잡으려는 인민군의 술책인지도 모르니 국기를 확인해봐. 군함에 게양된 국기가 남조선 기인지 인공기인지 말이야. 그 전에는 우리가 귀순하려는 신호를 보내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이. '



' 전조등이 너무 밝아 식별이 아니 됩네다. '



' 반복한다. 반복한다. 정체를 밝혀라 !'



' 동지들, 반갑습네다. 우리는 간첩선이 아닙네다. 해주항에서 굴을 잡으러 나온 공화국 어부들이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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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님, 저들이 뭐라고 얘기하는 데 엔진 소리에 묻혀 잘 안들립니다. 옷 차림으로 봐서는 북한인들 같습니다. '



'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 함정이다. 북한인들이 맞으면 모두들 양손을 들어 흔드시오. '



' 저들이 양손을 들어 흔듭니다. 부녀자와 어린 학생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



' 그런데 북한의 고무보트가 새벽녁에 어떻게 월선을 하고 여기까지 들어왔지? 그것도 2 척씩이나 ...........'



' 빨리 돌아가라고 방송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아니다. 어선을 가장한 간첩선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함 전투 태세에 돌입한 상태로 표적에 접근 식별한다. '



' 전 승조원 전투 태세. 그리고 표적을 향하여 고속 항진 ! '



' 고무 보트는 비무장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 그렇다면 일단 우리 해역으로 돌아온 이상, 우리 마음대로 처리해서는 아니 되니 상부에 보고를 해야겠다. 상황실 연결해 ! '



이렇게 하여 우리 해군 경비정과 2 해역사 상황실이 연결되었다.



' 참모장님이십니까? ooo 정장입니다. 미확인 물체 식별결과 북한인들이 탑승한 2 정의 고무보트로 확인되었습니다. 처리 지침 부여바랍니다. '



' 어부들인가? 인원은 ? 해군본부에 보고할 수 있도록 자세한 상황을 보고하게 ! '



' 현재 본 함정은 표적에 접근중으로 아직까지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북한인들과 Contact 하지 못하였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만 초도 보고드리고 접촉 후에 추가 보고 드리겠습니다. '



' 고무 보트 2 척은 무동력선이며 총 22명이 나눠타고 있습니다. 탑승자중 14 명이 여성, 8 명이 남성이고 미성년자도 3 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영하의 날씨라 추위에 떨고 있는 관계로 월선 경위 파악을 위해서는 일단 저들을 아 함정으로 옮겨 태우고 고무보트는 예인하고자 합니다. 허가바랍니다. '



이 때 레이다 담당 하사관이 적 전함이 접근중임을 보고한다.



' 참모장님, 적 경비정이 접근중이기 때문 구조 작업에 우선 전념해야 겠습니다. 구조 완료후 퇴각하면서 자세한 상황 추가 보고드리겠습니다. 오버 !



' 북한 경비정 위치는? 저들 경비정이 북방 한계선을 넘어왔는가? '



' 아직은 아닙니다. '



“ 날이 밝아오니 확실하게 보이는구나. 부녀자와 어린이가 많이 탑승한 두번 째 보트부터 예인하지?



“ 정장님, 우리 선박으로 옮겨태우지 않은 상태로 예인하는 것입니까? “

“ 아니다. 전복 가능성으로 보나 날씨로 보나 더 이상 요구조자들을 외부에 둬서는 아니 된다. 우리 배로 옮겨 태우도록 해라. 파고가 비교적 높으니 옮겨 태우는 과정에서 바다에 추락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



“ 북한 동포 여러분, 저희 안내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인솔자가 누구인지 손을 들어 주십시오. “



“ 네, 저가 대표자입니다. 박우철이라고 합네다. “



“ 여러분을 우리 배로 옮겨 태우겠습니다. 우선 연결 로프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



“ 연결 로프로 고무 보트와 연결 완료 “



“ 인원수대로 구명조끼를 내려 보낼 테니 승선 전에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벌써 8 시가 넘었습니다. 날씨가 차가우니 서두르십시오. “



그 때 우리 해군 경비정 정장실로 무선 호출이 들어왔다.



' 정장님, 북한 해군에서 우리를 호출하고 있습니다. '



' 나도 듣고 있네. 잡음때문에 잘 안 들리네. 볼륨을 약간 높여봐. '



' 여기는 공화국 해군사령부, 남조선 해군 나오라. '



'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 OOO 함이다. 무슨 일인가? '



' 수고가 많습니다. 내래 해주 해역 방어 사령부 참모장입네다. 우리 어선이 표류하여 귀측으로 넘어가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네까? '



' 지금 막 구조 작업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



' 고맙습네다. 조류때문에 본의아니게 월선하게 되었습니다. 신병을 인수하고자 하니 돌려보내 주시라요.



' 우리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으니 상부 지침을 받은 후 인도적 견지에서 처리에 협조하겠습니다. 귀 측에서 요청한 내용을 포함하여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



' 어민들이 돌아와서 처리해야 할 급선무가 산적해 있으니 날래 조사 끝내고 보내 주기오. 언제 신병을 인도 받을 수 있습네까? '



' 그 문제라면 본 관의 권한 밖의 사항입니다. 남북 관련 기관끼리 접촉하여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아웃 ! '



' 잘 부탁합네다. 딸깍 ! '





' 지금 시각 08: 35분 북한인 전원 승선 완료 '



' 수고했다. 전 속력으로 철수 !'



' 전 속력으로 현 위치 이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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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북한인들이 수용된 해군 경비정 실내



' 아버지, 이제 따뜻해서 살 것 같다. 그런데 남조선 해군은 하전사들도 인민군 해군과는 달리 신체도 장승처럼 떡대가 좋고 살이 피둥 피둥 찌고 개 기름이 흐르지. '



' 군인들 기분 상하게 하면 북으로 쫓아 보내 버릴지도 모르니 말 조심 하거라. 하긴 하사관도 아닌 전사(戰士)가 똥 배가 다 나왔더구만. '



' 아바이 동무, 갑짜기 서울 말로 확 바끼뿌랐구만. '



' 사람은 환경에 적응해야 함매. 여기는 공화국이 아니고 남조선이다이.'



' 아버지, 아직 바다 위지 남조선 땅은 아니잖아요? '



' 아들아! 군함은 그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라는 것 인민학교에서 안 배웠니? '



' 맞아, 배웠어요? 그런데 긴장이 풀리니 배가 엄청 고프네요. 순덕 어마이 , 비상 식량으로 꼬불쳐 놓은 강냉이 좀 주기요. '



' 강냉이 먹지 말거라. 곰팡이가 난 강냉이 초저녁에 먹었다가 죽을 고생하고 있다. '



' 우리 감시하는 남조선 국방군 동무, 뭐 좀 먹을 것 주기요? 요기를 못 했더니 배가 찔끔 고프구만. '



' 여러분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소지품 중에 총기류나 화약, 도검, 수류탄 같은 무기류가 있으면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



' 우린 양순하고 고운 인민들이야요. 그런 위험한 물건 하나도 없습네다. 여기 굴 채취할 때 썼던 손 칼은 있구만.'



' 칼 종류는 전부 수거하여 저희들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정 배고프시다면 라면이라도 끌여 드리겠습니다. '



' 와, 말로만 듣던 남조선 꼬부랑 국시 맛보게 생겼다. 꼴깍 ! '





2 해역사령부는 북한인들에 대한 구조 상황을 오산 전술항공통제본부(TACC) 해군 파견 장교(NADO)를 통하여 해군 본부 상황실과 국방부(합참)로 보고 되었고 국정원에도 통보가 되었다.



국방부와 국정원을 통하여 청와대에도 물론 보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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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11 : 30분 경, 여기는 인천 모처에 자리 잡은 국정원 인천 지부(대공분실) 합동 심문실



' 정권 교체기에 저 놈아들은 뭐하러 기어 들어와서 골치 아프게 하지? 원장도 안 계신데 이 문제는 1 처에서 처리해야 하나? '



' 지부장님, 1, 2, 3 처 공히 보고드리는게 좋겠습니다. '



' 위에서 내려온 지침에 맞춰서 조사를 하죠? '



' 이 문제를 성급하게 처리했다가 차기 정부에서 험한 꼴 보게 되는 것 아닙니까? 신중하게 숙고한 후에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



' 정권이 바뀌면 현 정권에서 보직을 부여받은 우리같은 고급 간부들은 어차피 파리 목숨이야. 언론에서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보안에 만전을 기하면 큰 문제는 없겠지. 서둘러 심문을 끝내게. '



“ 월남자들에 대한 방침은 정해졌습니까? “



“ 저들은 월남자가 아니야. 표류자야. 말 가려서 하게. “



“ 그럼 혹시…………………….”



“ 알 것 없어. 북쪽의 요청에 호의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침만 있어. “



“ 이 것 보통 일이 아닌데요. 만약을 위하여 서면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받아놔야 무슨 일이 생겨나도 우리는 상부 지침에 따랐을 뿐이다하고 빠져 나갈 구멍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극도로 보안에 유의하기만 하면 돼. “



' 본부에서 심문관들이 곧 도착한답니다. 그런데 판문점으로 송환한다면 유엔사와 군사정전위원회, 해당 군 부대, 보안사령부 등에 통보를 해야 하는 데 그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



' 그러게 말이야. 옛날에는 우리가 눈만 껌뻑거려도 보도같은 것은 할 생각은 꿈도 못 꿨는데 요사이는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국정원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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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을 받기 위하여 대기 중인 북한인들이 대기하고 있는 방,



' 남조선 특무들이 정중하기는 한 데 반갑지 않은가 봐요? '



' 그러게 말이야. 죽음을 무릅쓰고 사선을 넘은 우리들에게 너무 사무적으로 냉냉하게 대하는 것 같애. '



이 때 심문관들이 들어온다.



' 지금부터 몇 가지 조사를 하겠습니다. 솔직히 답변하셔야 합니다. 거짓 진술을 할 경우는 신변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이 말을 들은 탈북자들의 표정이 일순간 납덩이처럼 싸늘해진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 여러분들이 해상 분계선을 넘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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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 본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에 탈북자 중 인솔자인 듯 한 남자가 입을 연다. '



' 아니 그런 화급한 문제를 호상간에 보면서 토론하듯이 답변하도록 합네까? 난감합네다. '



'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럽니다. 남조선을 정탐하러 온 것은 아닙니까? '



' 누구를 첩자라는 올가미를 씌우려 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남반부에만 도착하면 렬렬히 맞아주고 기자 양반들이 와서 우리들의 그간의 북조선에서의 참상도 듣고 보도해주고 할 줄 알았는데 지금 우리를 협박하는 것입네까? '



' 누구를 협박합니까? 우리들도 좋아서 이 일을 하는 줄 아십니까? 설 명절 공휴일날 가족들과 보내지도 못 하고 이 고생을 하는 것도 직책상 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십시오. '



' 일 없습네다. 우리는 여기에 목숨을 걸었는데 그 딴 비온 날 땅콩 볶아 먹는 한가한 신세 타령을 우리에게 뭐하러 합네까? '



' 맞아, 맞아 ! 우리를 구조한 해군 장병들은 엄청 친절하던데.................'



'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왜 내려왔습니까? '



' 고문관 동지, 개별 면담 절차를 밟고 싶습니다. '



' 우리도 우리 나름의 절차가 있으니 일단 단체로 조사를 하고 개별 면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별도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



' ..........................................'



' 뭐가 불만이십니까? 피곤하고 지치신 모양인데 커피와 음료수나 드시면서 잠시 쉬시다가 15 분 후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가실 분은 우리 요원이 안내해 드릴 것입니다. '



' 와, 이게 코피인가 보다. 양코배기들에게서 수입한 것이겠지? 맥심이라고 적해 있네. 미제가 맞나 보다.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을 보니...........'



' 박 동무, 한글로도 적혀 있구만. 남조선에서 만든 것인가 보다. '



' 아바이, 이거 신덕 단물보다 훨씬 맛있다. 그런데 단 맛이 영 틀린데 사카린 맛이 아닌 것 같애. '



' 이 것은 칠성 사이다라고 적혀 있네. 그 벌건 물은 뭐꼬? '



' 코카 콜라라고 적혀 있네. '



' 맞아, 우리 만경대 답사차 평양에 갔을 때 매대에서 사온 것을 한 모금 얻어 마신 적이 있는 콜라 딱 그 맛이네. '



' 야, 앞으로 우린 남조선에서 국 대신 콜라를 밥에 말아 먹으면 되겠다. '



' 콜라도 돈이 있어야 사지? '



' 우리는 북에서 왔으니 수령님, 아니 대통령께서 특별 배급 줄테니 문제 없다. '



' 커피 맛 있게 드셨습니까? 이제 계속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해상 분계선을 넘어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



' 개별 담화 때 대표로 얘기하겠습니다. '



' 고럼, 고럼 ! 심문관 선생님, 그 때 들으시라요. '



심문관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 본다. 난처한 듯이,



' 저기 어린 학생에게 물어 보지. 학생, 왜 남으로 넘어오게 되었지? '



난처한 표정으로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눈으로 묻는다. 아버지가 입술을 웅얼거리지만 무슨 얘기인지 들리지 않는다.



' 학생, 굴따러 나왔다가 월선하게 된 것이지? '



' 사실대로 말 하지 않으면 처벌 받게 됩네까? 선생님? '



'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지. '



불안한 표정으로 일행을 보던 학생이 이윽고 대답한다.



' 맞습네다. 굴을 따러 왔다가 실수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시라요. '



학생의 답변이 어떻게 나오는지 숨을 죽이고 듣고 있던 일행들이 체념과 원망의 눈초리로 한 숨을 날린다.



' 저가 발언 좀 해도 되겠습네까? '



' 네, 말씀 해보시죠 ? '



' 저 학생 동무는 아무 것도 모릅네다. 다른 동무에게 물어 보시라요. '



' 누가 대답하시겠습니까? '



' 저기 아주머니가 대답 좀 해보시죠. '



' 저 모릅니다. 그냥 바다에 나가자고 해서 따라 나왔을 뿐입니다. '



'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곧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



' 돌아가다니 어디로 말입니까? '



' 어디라뇨? 여러분의 집으로 말입니다. '



' 저희들이 살 집이 벌써 수배되었습네까? '



' 그게 아니고 여러분의 고향집으로 말입니다. '



' 장군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입네까? '



' 그렇습니다. '



' 그럼 개인 담화는 성립되지 않는 것입니까? '



' 상부 지시로 오늘 중으로 매듭을 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 해주시 풍남면 천리마 마을 인민반장 박우철, 심문관 동무에게 발언하갔소. '



' 나 ㅇㅇㅇ 도 발언하갔습니다. '



' 저도요. 저도요.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조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던 22명 전부가 발언을 하겠다고 벌떼처럼 난리다.



' 자, 한 사람씩 차례로 발언하기 바랍니다. '



' 우리는 해주에 사는 어부들과 그 가족들로 굴을 따러 나왔다가 물길이 남쪽으로 흘러 표류하다가 불가항력으로 남쪽으로 떠 밀려 내려온 것일 뿐 귀순같은 것은 택도 없습네다.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품으로 날래 돌려보내달라요. '



' 동감입네다. 더 이상 여기 붙잡아둘 이유가 없습네다. '



' 남조선 특무들이 우리를 남반부에 붙잡아 두려고 사탕발림을 해도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장군님이 영도하는 공화국이 더 좋습니다. '



' 여러분의 애국심을 높이 사며 그 뜻에 따라 여러분들을 판문점을 통하여 오늘 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 '



' 우리 민족의 태양이시며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 만세 !'



' 여러분, 시장하실테니 간단하게 중식을 하시고 버스에 타신 후 판문점을 향하여 출발하겠습니다. '



' 이 보라요. 심문관 선생님 ! 저희가 공화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위원장 동지께서 아십네까? '



' 그 것까지는 모르겠고 오늘 중 통보 방침은 판문점 직통 전화를 통하여 북측에 통보하였습니다. '



' 고맙습니다. 선생님 ! 저희가 남쪽에 있는 동안 공화국에 배반하지 않았다고 북쪽에 잘 말씀해달라요. '



눈물을 흘리는 인민반장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다.



' 이 보세요. 소변을 여기서 지리시면 어떻게 합니까? 화장실에 가서 보셔야지. '



' 죄송합네다. 공화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너무 기쁜 나머지 감격하여 저도 모르게 험한 꼴을 보이게 되었습네다. 용서하시라요. 저가 말끔하게 닦아 놓고 가겠습니다. '



' 됐습니다. 아주머니는 우리 여성 안내원을 따라가 옷을 갈아입고 버스에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



' 고맙습네다. 당장은 옷이 축축하니 갈아 입더라도 판문점 갈 때까지 말려서 입고 온 옷을 다시 버스에서 갈아입고 공화국에 들어가렵네다. 부르죠아 물건을 받고 가면 비판받습네다. 리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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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양 3 호 청사



' 위원장 동지,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의 뜻을 남조선 아사끼들이 받들어 남쪽으로 넘어간 배반자들을 오늘 중으로 우리에게 넘긴다고 보고가 들어왔습네다. '



' 암, 그래야지. 이명박이가 정권을 잡은 후에 이 문제가 터졌으면, 국군 포로하고 맞교환하자고 몇 명 넘겨달라고 지랄을 하면 난처했을텐데 그나마 일찍 발생해서 다행이구만. '



' 김00이는 역시 변함없이 충성이구만. '



' 김00이는 며칠 전에 짤렸습니다. 통일부를 통하여 청와대를 움직였습네다. 참으로 다행입네다. '



' 다행은 무슨 다행 ? 관계 기관 일꾼들은 보나마나 이번에도 뇌물을 고여주니까 저들이 남조선으로 넘어가는 것도 묵인하고 그랬겠지. 인민들을 어떻게 관리 감독했길래 무려 22 명이나 되는 1 개 소대 규모가 넘어가도록 수수방관했단 말이요. '



' 그 점에서는 입이 열개라도 면목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발 빠른 대처로 그나마 끌어오게 되어 다행입네다. 위원장 동지 !'



' 공화국을 배반하고 남조선으로 가려고 했던 것은 확실해 ? '



' 저들의 집과 주변을 조사해본 결과, 가재 도구를 전부 처분하고 그 돈을 미 본토불로 야미 시장에서 바꾼 것, 그리고 인민반장 집 벽장 속에서는 남조선 신문 조선 일보 복사판도 발견되었습네다. “



“ 뭐라고? 넘어오면 인민재판 후에 즉결처분하여 공화국을 배반한 자들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전 인민들이 교훈 삼도록 하시요. “



“ 네, 알 것 습니다. “





여기는 판문점 상의 군사 분계선



“ 자 북한 인민 22 명을 정히 인계합니다. 인수증에 서명 날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 여기 조선인민군 판문점 연락단장 인민군 상좌 ooo 가 수표한 인수증을 정히 증정합네다. “



휴전선을 넘는 북한 동포들의 발걸음이 도살잘에 끌려가는 소와 같은 처량한 모습이다. 그 중 선임자인 인민반장이 일행에게 속삭인다. 약속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하기요.



“ 동무들, 반갑습네다. 반갑습네다. 경애하는 김정일 위원장 동지의 포근한 품, 공화국 고향 집으로 귀환하는 것을 렬렬히 영접합네다. “

“ 우리 일행은 장군님의 영명하신 영도력 덕분에 본의아니게 표류하여 우리 고무 보트가 남반부로 끌려간 후에 남조선에 남으라는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불굴의 혁명 정신으로 투쟁하여 다시 고향 땅, 수령님의 품에 안기게 되어 감회가 깊습니다. 경애하는 김정일 위원장 동지 만세 ! 조선 인민 공화국 만세 ! “



인수 인계 절차가 끝나고 판문각 건물 휘장 속으로 사라진 북한 동포들,



“ 공화국을 배신한 이 종간나 새끼들 무릅 꿇으라. “

“ 아이쿠, 우리는 한시도 공화국을 배신한 적이 없습네다. 군관 동지, 이 점만은 믿어주시라요. “

“ 박만길이 ! 동무는 다시 공화국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작정했겠지?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를 저주하는 격문까지 작성해 놓고 갔더구만. 이래도 배신이 아니라고. 네 놈들은 이제 죽었다이.





여기는 해주시 교외에 떨어진 군 병영과 접한 들판에 해주시 일대의 인민들이 전부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 지금으로부터 공화국을 배신하고 남반부 첩자 활동을 하다가 월남을 기도한 22 명의 방탕 매국노들에 대한 판결문을 낭독하겠다. 박만길 외 21명 전원 사형에 처한다. 사형은 이 판결문이 낭독된 후 현장에서 즉결 처분으로 이뤄진다. 사형수들의 공화국내 재산은 전부 몰수한다. 공화국에 남아있는 22명 비적들의 남은 가족은 전부 아오지로 수용한다. 처형 방법은 위원장 동지의 하늘과 같은 배려로 교수형이 아니라 고통이 덜한 총살형으로 집행한다. 이 자리에 나온 인민 여러분들은 이 역도들의 배신을 교훈삼아 공화국과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를 위하여 충성으로 복무하기 바란다. “



“ 그럼 사형 집행 전례와 위대한 김정일 위원장님의 자애로운 보살핌에 따라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기로 한다.



1번 사형수 박만길부터 할 얘기가 있으면 하기 바란다.



“ 나는 한 순간이나마 자유 대한민국의 향기로운 공기를 마시고 왔습네다. 탈출 계획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하여 실패하였지만 나는 죽어서라도 혼령만은 남조선에서 편안하게 살 것입니다. 혹시라도 남조선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동무는, 일단 남조선에 넘어간 후에는 국군 장병들을 만나면 그냥 그들의 안내에 순종하지 말고 남조선 기자, 특히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아니면 문화일보 기자를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자결하겠다고 하여 여러분들이 의거 월남했음을 남조선 모든 인민들이 알도록 하여야 보호를 받습네다. 남조선 특무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으면 나처럼 다시 끌려와 개죽음 당하는 수가 있습네다. 명심하시라요.



2번 공화국은 곧 망합네다. 남조선에도 새로운 반공 정권이 들어섰으니 국정원의 특무들도 이제 믿어도 될 것입네다. 확실하게 귀순 의사를 표명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뭐가 두려웠는지 우리 뜻을 어영부영하다가 이 짝이 나게 되었습네다. 솔직히 좀 억울하지만 그래도 남조선 국군이 끓여주는 라면도 한 그릇 먹었으니 여한이 없습네다.



18 번. 어마이 남조선 국가 한번 부르고 죽겠습네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22번 남조선 인민들은 밥에 콜라를 말아 먹어도 될 정도로 콜라가 득시글 거리는 살기 좋은 곳 같습네다. 내래 발언하라고 하길래 공화국으로 넘어가고 싶다고 말 한마디 잘 못 했다가 줄초상치르게 만들었습네다. 국방군은 전사들도 우리 인민 무력부장 정도로 고급스럽게 먹는단 말입니다. 그것이 무척이나 신기했습네다.



“ 군관 동무, 웬 헷소리들이 이리 많노 !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이. 갈겨버리기요. 이 버러지 같은 년놈들………..”



“ 자유 대한 만세”

“ 태극기 만세 !”



“ 라면 끓여준 공화국 아니 남조선 해군 전사 만세 ! “



“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탕탕탕 탕……………………탕탕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