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표퓰리즘 전형- 토지개혁의 결과>

3월5일은 1946년 북한에서 토지 개혁을 발표한 날입니다. 땅은 농민에게로!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은 사회주의 표퓰리즘의 전형입니다.

무상 분배는 내전과 전쟁이란 격변기의 몸살이 끝나기 무섭게 농업 집단화로 이어집니다. 1958년 농업 집단화를 완성한 북한은 내 것이 아닌 협동 일로서 작업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그 넓은 경지의 우크라이나와 중국에서 집단화로 인해 수천만 명 아사가 그 후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지 폐쇄적인 공산국의 속성상 이런 피해를 공개하지 않아 외부에서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집단화 이후 안정을 찾아가면서 농업 생산량이 그 전보다 증산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 원인은 농기계, 화학 비료, 비닐 박막, 우량종 도입의 효과가 의욕 상실 집단화로 인한 피해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개인농 때 열심히 소로 밭갈이를 해봐야 하루에 1000평이라면 트랙터는 그 10배 이상의 작업을 해 제끼는 것입니다. 또 구멍 뚫어지기 쉽고 물기 받아 찢어지기 쉬운 기름 종이로 문짝 만들어 벼 모를 기르던 것을 훨씬 견고하고 간편한 비닐로 대치하고 또 거름과 인분으로만 작물에 시비(施肥)하던 것을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화학 비료와 농약 도입의 효과들입니다.

한편 국가적 조치로 소수확 작물에서 다수확 작물로 변경 즉 조, 기장, 수수, 밀 보리 심던 것을 밭곡식의 왕인 옥수수로 대부분 심게 한 것입니다. 결과 질은 떨어지더라도 곡식량은 증가한 것입니다.

국가적 조치로 신 품종을 일시에 도입한 것도 증산 요인입니다.

1970년대 들어서서 녹생 혁명이란 세계적 추세와 그 성과인 남한의 통일벼 도입에 자극이 되어서인지 북한도 옥수수 1대 잡종을 세계에서 100% 도입한 유일 나라로 되었습니다. 그 기세로 1978년에는 1000만 톤 알곡 생산을 공표하였습니다.

뻥이긴 하지만 그래도 600만 톤 정도는 한 것 같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1000만 톤 생산될 것이라는 숫자로 계산하여 각 도마다 옥수수 엿 공장을 만들라고 지시하였으며 그에 따라 평남도에는 북창군에 건설하였습니다.

마침 1975-76년 겨울 북창 화력 발전소 방공 고사포 부대 대학생 교도대로 두 달 간 근무하는 기간 바로 옆의 옥수수 엿공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실상은 옥수수가 들어오지 않아 겨우 자기들 먹을 엿이나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선전 숫자가 뻥인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옥수수 단작(單作) 연작(連作) 재배는 드디어 다음과 같은 심각한 후과를 불러옵니다. 1979년 김일성 지시로 전국 농업 대학생을 총동원하여 토지조사를 실시한 결과 논을 제외한 전 경지가 산성화 됨을 확인합니다.

토양 최대 착취 작물인 옥수수 연작 재배의 후과는 토지 영양 결핍과 산성화의 설상가상으로 깜부기병과 대 벌레를 비롯한 병충해로 인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그 중 옥수수의 암이라고 하는 가루 깜부기병 퇴치 연구를 제가 맡게 되었기에 실감 있는 사실들인 것입니다.

당시 저는 북한 옥수수 연구소 병리 연구실 연구사였습니다. 북한 농업은 1980년 초에 침체기에 들어선 후 하강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내 것이 아닌 집단화의 악재를 상쇄하여 왔던 농기계, 비닐, 화학 비료, 농약 도입의 효과가 그 공급 부족으로 즉시 악재로 반영되어 식량 배급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농업 생산량이 줄어 갑니다.

이 증상은 1990년에 들어서서 급속히 가속화되어 대량 아사로 이어집니다. 사회주의 농업 집단화로 인한 초기 대량 아사 원인은 앞서 설명에서 충분치 않아 여기서 첨부 드립니다.

초기 집단화에서 대량 아사는 두 가지 악재가 겹쳐 일어납니다. 내 것이 아니게 된 가축과 곡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 먹거나 방치, 숨겨두게 되는 반면 마음대로 수탈할 수 있는 총 든 공권력으로 인하여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북한도 소문이 나지 않았을 뿐이고 실제로 옹진군에서 직접 겪은 농민의 증언에 의하면 - 집단화 초기 먹을 것은 없고 일을 시키니 가장 먼저 쓰러져 죽는 것이 보잡이 농민이었다고 합니다. 먹지 못한 상태에서 힘을 가장 많이 쓰게 된 결과인 것입니다.

스탈린은 가난한 러시아 형편에서 벼룩이 간 내먹는 격으로 농민들을 수탈하여 중공업을 일으켜 갔고, 모택동 역시 대약진 때 가난한 중국 농민을 총동원하여 영국을 따라잡는다는 철 생산에 몰입시켜 농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고, 북한 역시 전후 어려워진 백성을 위해 경공업을 먼저 하자고 하는 식견 있는 주의자들을 모두 반당, 반혁명 종파 분자로 청산하면서 중공업 우선주의로 나갑니다. 그 밑에서 백성은 기아와 병마, 고된 노동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김정은 치하의 요즘 북한에서는 아사자가 늘어나 온갖 강구책을 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식량난 해결은 개혁 개방이란 근본 변화로 가지 않는 한 대책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