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아. 부모 탓을 마라>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조선 시대 이야기. 아버지가 당쟁에 휩쓸려 당파 싸움에 패하자, 음독하거나 귀양가거나 장하에 죽은 일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거기에만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살던 집은 파헤쳐져 연못이 되고, 어머니와 누이는 관비로 박히고 본인 역시 종이 되었다. 다시 양반으로 복귀하기는커녕 평민도 되지 못한 채 자자손손 노비로 죽지 못해 살았다.

나도 열 살 때부터 노가다를 했다. 내 주위의 또래들은 다 그랬다. 내 주위의 범위를 더 넓히면 대한민국의 열 살짜리가 거의 노가다를 한 셈이다. 그땐 그게 당위였다. 그러나 우리는 노가다가 없는 날은 놀았다. 하지만 노가다가 없는 날은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행상을 한, 열 살짜리도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선택된 인간이었다.

5·16혁명이 터지고 이내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이 주조된 100원짜리 동전은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시일이 흐르고 그 동전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어느날 동생과 길을 가는데 우리 반 아이가 아이스케키통을 메고 외치는 것을 보았다.

“이승만 박사 100원짜리도 받아줍니다.”

그 당시 백원은 아이스케키 하나 값이었다. 그때 아이스케키 장사에 경쟁이 심해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하나를 더 받을 수 있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이겨서 하나를 더 받아 하나는 내가, 하나는 동생이 먹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바람에 고개를 푹 숙이고 가던 그 친구의 얼굴이 왠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어찌어찌해서 중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우리 반에서 20~30%는 중학교도 못가고 계속 노가다를 했다. 길거리서 우연히 그들을 만나면 그들이 먼저 나를 피했다. 중학생이었던 나를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매일 학교 입구에서 내 또래의 아이들이 맨땅에 주저앉아 온갖 것을 펴 놓고 팔고 있었다. 개 중의 한 명은 6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였다. 반가운 마음에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지만 그는 본체만체했다. 지금은 어떤가? 중학교도 못 갔던 그 친구들이 성공한 경우가 그때 중학교에 간 그룹들보다 많다. 그들의 찬란한 성공 앞에서 지금 나는 숨도 옳게 쉬지 못한다.

사람에게 고난만큼 위대한 스승은 없다. 고난 그 자체가 전화위복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늘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우린 부모라는 백이 없어요" 극단선택 13명, 이 청년들 비극》아깝다. 싸워나 보고 죽어도 늦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