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게 있다.《[알립니다] 본지는 종전대로 ‘연 나이’로 표기합니다》이러는 이유는, ‘만 나이 통일법’ 사용이 불편하고, 타인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혀 놓았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편리성의 동물이기도 하다. 아무리 바람직한 일이라도 불편하면 버려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괜히 들쑤셔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오죽 불편했으면 정치적 지향점이 같달 수 있는 조선일보가 맨 먼저 저렇게 나왔겠나? ‘만 나이 통일법’에 대해 나는 두어 번 반대하는 뜻을 밝히면서 이루어지지도 않을 일에 너무 힘빼지 마시라는 말까지 했다. 이미 법률이 시행되었으며 내 뜻도 밝혔으므로 구차하게 자꾸 반대 글을 쓰지는 않겠다. 다만 만 나이 통일법은 반대가 있어도 대밀면서, 자동차 제한 속도 재조정은 환영받는데도 어째서 시행하지 않는가는 묻는다.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인수위원회는 70km 제한을 원래대로 80km로 올리기로 했고 그 배경 설명으로 “시민들의 항의가 많고 불편이 많다”는 말까지 했다. 그래놓고는 더 이상 아무 조치가 없다. 재조정을 하면 한다, 안 하면 안 한다는 말조차 없다. 국민을 희망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문재인이 80km였던 제한 속도를 교통사고를 줄인답시고 70km로 하향 조정했었다. 변두리 국도의 속도를 10km 줄여서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통계는 없다. 잘된 일이었다면 문재인 정부가 ‘이것 봐라’는 듯이 서둘러 통계를 내놨을 것이다. 짐작건대 전국의 교통 표지판 교체에 따른 사적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추진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다른 이유는 있을 게 없다.

웬만한 국도는 거의 다 고속도로화 돼 있다. 그래서 보행자도 없다. 간혹 산돼지 새끼나 뛰어다니고 노루나 로드킬 당할 뿐이다. 이렇게 한적하고 멋지게 만들어 놓고서 속도는 60년대 자갈길 속도로 낮추었다. 이를 바로잡으마 했던 인수위의 발표는 허공의 바람 소리처럼 가치 없는 것인가?

지난날 차량용 휘발유. 경유 가격을 올릴 때마다 정부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었다. 줄기는커녕 도리어 자동차는 늘어났다. 정부가 국민을 속여 먹었거나 정책 실패인 것이다. 변두리 국도의 제한속도를 80km에서 70km로 낮추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던 문 정부의 말도 새빨갛고 허름한 거짓말이다. 윤 정부는 여기에 대한 조사도 한 번 해 보시기 바란다. 분명히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무언가를 윤 정부가 이미 파악했을 수 있다. 그러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있는 게 아닐까? 마치 문재인을 처벌하기는 해야겠는데 그럴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