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한 미국의 초강경 대북 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위원장 헨리 하이드)는 13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미사일과 핵 등 대량파괴무기 (WMD)관련 물자나 기술을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내용의 ‘북한 비확산 법안’(North Korea Non Proliferation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통과된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면 정식 발효되며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UN 안보리의 대북결의문 채택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첫 입법조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법안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준과 기대를 어기고 미사일과 핵무기, 다른 종류의 WMD를 확산시키겠다는 분명한 결의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미 이란, 시리아 등과 WMD 관련 물자나 기술을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제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지난 7월 미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북한 비확산 법안’은 김정일 정권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의회의 강력 대응 조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당시 공화당의 실력자인 빌 프리스트 상원 원내대표와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의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미사일 발사 후 10일 만에 공동으로 법안을 마련해 상원에 제출해 이를 신속하게 심의, 법안 제출 11일 만에 처리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UN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초강경 제재 조치를 조속히 취할 필요가 있다는 공문을 6자회담 참가국과 전 세계 190여 모든 유엔 회원국에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UN 회원국에 보낸 공문에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의 구매 및 판매와 관련된 분야의 엄격한 제재, 북한 선박의 해상 검문, 금융 제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공문에서 WMD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무역 거래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UN결의 이행은 당연히 이행할 의무이고 각국 입장에서 방법을 결정해 이행하게 돼 있다”며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떠난 후 유엔 '대북결의 1695'에 따른 '제재조치'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각)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해 온 도발행위를 계속한다면 추가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UN 결의의 일환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대북제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더 이상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전달하고 앞으로 가시화될 대북 제재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며 수시로 핵 실험 의지를 내비치는 북한에 필요한 것은 ‘당근’이 아니라 ‘채찍’이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대북제재 조치가 대폭 확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새로운 조치보다는 기존의 대북 조치를 확대 심화시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를 통해 북한 선박에 대해 높은 수준의 해상 감시체제를 발동하거나 전 세계적으로 북한계좌 퇴출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도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관희(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보전략연구소장은 14일 <프리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 이상 김정일 정권과 협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대북제재 쪽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이 김정일 정권과 계속 손을 잡는다면 한국은 막다를 골목으로 내몰려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함께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잭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