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좌편향 문화권력 중앙엔 방송(放送)이 있다. 소위 진보가 방송을 물고 뜯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순혜 의원이 18일 ‘경축 비행기 추락·바뀐애 즉사’ 리트윗으로 물의를 빚었다. ‘바뀐애’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사(卽死)’는 죽으라는 저주였다. 방심위는 23일 정기회의에서 임 의원을 해촉(解囑)했다. 논란이 된 트윗글 외에도 논문표절이 문제가 됐다.

방심위는 “국가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여 다수 여론의 비난을 받아 위원회의 품격을 심각하게 저해하였고” “2개 대학의 석사논문 표절 의혹으로 현재 해당 대학들의 본조사가 진행되는 등 도덕성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방통심의위는 특별위원으로서 보도․교양 방송심의에 대한 자문 등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여 동의권자인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해촉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관련법과 시행령에 따라 “특별위원은 관련 분야에 대한 학식(學識)과 경험(經驗), 덕망(德望)이 풍부하고, 특히 공정성(公正性)과 도덕성(道德性) 등을 우선으로 고려하여 위촉권자인 위원장이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위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심위은 임 위원이 ‘바뀐애 즉사’와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학식·경험의 풍부, 공정성·도덕성 등에서 흠결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2.
해촉된 임순혜 위원은 반발했다. “해촉 처분 무효 확인소송과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낸다고 한다. 그녀는 리트윗 건 관련, “사진을 확인치 않은 실수”이며, 논문표절 건은 “해당대학에서 정식으로 어떤 문건도 받은 바 없다”고 소명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임 의원의 반론은 근거가 약하다. 그녀는 ‘바뀐애 즉사’ 사진을 두 건이나 리트윗 했고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해당 사진을) 현재 국민의 정서로 받아들여야지 저주 운운하며 몰아붙이고 공격할 일은 아니(1/22일 조선일보 보도 외)”라고 거듭 주장했었다.

논문표절 건도 마찬가지. 임 의원은 서강대·한신대 두 대학의 석사학위 논문이 ‘사실상’ 표절 판정을 받았다.

서강대는 10월24일, 한신대는 11월18일 최초 임 의원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연구진실성검증센터(센터장 황의원, http://www.skepticalleft.com) 앞으로 등기를 보냈다. 한신대는 1차 조사 결과,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학위검증위원회 차원의 2차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음을 밝혀드립니다”고 밝혔다. 서강대는 예비조사 결과, “표절로 보이는 부분이 다수 있으므로, 연구진실성위원회 차원의 본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1차 조사와 예비조사에서 표절이 확인되면 2차 조사와 본조사에 들어간다. 과거 논문표절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 무소속 의원도 1차 조사·예비조사로 표절이 밝혀진 경우다.

3.
임 의원은 소명서에서 흥미로운(?) 음모론도 제기했다. 그녀는 소명서에서 “관련 글이 리트윗된 후 변희재씨와 그의 추종자들은 네이버 검색 순위 상위에 올려놓았고, 빠르게 오전에 하태경 의원, 새누리 대변인 기자회견이 있었고, 언론들은 빠르게 받아쓰기하며 일파만파 논란을 일으키며, 보수대연합이 변희재씨 직접 지휘 하에 저를 화형시키는 마녀사냥이 벌어졌다”고 했다. 모든 것을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의 기획이며 자신을 비판한 네티즌을 모두 ‘변희재의 추종자’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임 의원은 또 “(자신이) 사퇴를 해야 한다면, 막말을 일삼고 있는 TV조선의 <돌아온 저격수>나 채널A는 중징계를 해야 하고, 진행자나 토론자들은 당장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야 하며, 방송통신심의위에서는 프로그램 중지 명령까지 내려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부분도 황당한 억지다.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은 현재 ‘감점’과 같은 중징계에서 ‘권고’와 같은 경징계에 이르기까지 방심위의 각종 제재를 받아 왔다. 임 의원은 <돌아온 저격수다>를 예로 들며 막말을 일삼고 있다고 했지만 보수적 색채가 강할 뿐, 막말을 일삼고 있지도 않으며 임 의원 스스로 그런 근거는 대지 못했다. 보수 성향 프로그램을 언급한 뒤 막말을 일삼고 있다고 하면서 또 전혀 제재(制裁)도 받지 않는 듯 몰아간 주장은 일단 사실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판사(判事)와 같은 인물이 ‘자질미달’과 ‘부적절한 처신’으로 해촉된 상황에서, 자신이 심의한 프로그램을 구체적 이유나 명분도 없이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설파한 것도 궤변일 뿐이다. 편향된 이념에 기초한 언론탄압(言論彈壓)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심판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과 심판받는 사람에 대한 기준도 같을 수 없다. 최소한 ‘막말’을 한다고 제재하는 자리라면 ‘막말’을 하는 사람은 앉혀선 안 되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은 거짓과 선동,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범벅이 돼 있다. 이런 언론이 제대로 서지 않는 한 자유통일된 선진한국은 요원한 일이다. 임순혜 사건은 그래서 작은 일이 아니다. 선진화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통과의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