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 길에 회사 택시를 잡아 탔다.
"미안하지만 우회전하여 경기대학 쪽으로 갑시다."
"미안할 것 없습니다."
"차선을 바꿔야 하니까."
"별 말씀이세요. 그런데 비는 안 맞았나요."
"이 정도 비는 좀 맞아도 돼요. 그런데 우산 놓고 내리는 손님 많지요."
"주워서 트렁크에 쌓아놓았습니다. 옛날 비닐 우산은 바람 불면 와르르 무너졌는데, 요사이는 좋은 우산도 그냥 두고 내립니다."
"그러니 좋은 세상입니다. 연세가 꽤 되셔 보이는데요."
"사변동이입니다. 1950년에 났습니다."
"그래요, 나는 해방둥이입니다. 경북 청송이 고향입니다."
"저희 부모는 함흥에서 살다가 젖먹이이던 저를 안고 흥남에서 미군 배를 타고 넘어왔습니다."
"부모님, 살아 계신지요?"
"아버지는 아흔여덟에 어머니는 그 8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형과 누님을 할아버지한테 맡겨놓고 월남했는데 이산가족 면회 신청도 안 했습니다. 만나 봐야 이용만 당한다고."
"장수하셨군요.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 부모와 같은 배를 타고 월남한 것 같네요."
"그런 셈이죠. 그런데 이상한 게 왜 문재인은 미군 도움으로 한국에서 살게 되었으면서도 북한 빨갱이들을 좋아하고 미국을 미워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 부모님들을 포함하여 사변 때 월남한 사람들은 빨갱이라고 하면 이를 가는데."
"추측컨대 문재인 부모는 공산당이 싫어서가 아니고 우선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미군 배를 탄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한국에 와서도 아들에게 이승만 박정희를 독재라고 욕하고 한일수교 반대하고, 박정희가 농촌을 죽이는 정책을 쓴다고 가르쳤다는 것 아닙니까."
"야, 이제 이해가 좀 갑니다. 아버지가 그런 교육을 시켰군요. 그렇다면 북한에 가서 살지 왜 한국에서 살면서 욕을 하는지 월남가족이니까 그게 못마땅해요."
"대한민국 욕하고 김일성 숭배하는 사람들 중에 북한에 가겠다는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내로남불, 역시 문재인이 문제였군요."
목적지에 도달하여 돈을 내고 내리려 하니 운전기사가 말했다.
"어르신, 비 오는데 우산 하나 가져가세요."
"아, 이 정도 비는 맞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