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갔다 온 뒤 태도 바뀐 '중앙일보' 홍석현

金鎭炫 회고록을 읽고: 한 경계인의 ‘대한민국 현대사 紀行’⑤

술 먹이기 공작
 

언론사 사장단으로 방북한 2000년 8월 9일,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과 백두산에서 해맞이를 했다. 사진=김진현

  김진현 당시 《문화일보》 회장은 이 책에서 당시 평양에서 있었던 일을 취재기자처럼 알려준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저녁 선전선동부장 정하철의 만찬이 있었는데, 여기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김 회장 테이블의 접대역은 《철도신문》 사장이란 젊은이 혼자였다. 김 회장은 술이 약하다. 《철도신문》 사장이 첫술을 따를 때 ‘어느 자리든 한잔밖에 못하니 양해해달라’고 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곤 건배를 마치자 바로 술잔을 채웠다. 두 잔째를 마시고 나니 또 따랐다. “이거 안 되는데”라고 해도 ‘마지막 밤인데 좀 취하시면 어떠냐’며 강권했다. 그러기를 네 번, “그래, 그러면 이게 마지막이오. 더는 권하지 마시오” 하고 술잔을 비웠다. 그러자 다섯 잔째 또 따랐다. 김 회장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이런 놈이 어디 있어. 내가 미리부터 한잔만 한다고 알렸고, 성의로 석 잔 더 받고 더 권하지 않기로 했잖아. 고얀 놈!” 하니 그제야 움찔하고 멎었다. 모(某) 방송사 사장은 술을 빨리 안 갖고 온다고 북한 종업원을 때려서 코피가 낭자하게 흘렀다. 다른 방송사 사장도 만취해 계단에서 뒹구는 등 해서는 안 될 추태가 벌어졌다. 술자리는 밤 11시40분에야 끝났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는 한 열 번 부르고, 몇 분은 북한 노래도 부르고 마이크를 여러 번 잡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귀경(歸京) 후 KBS 박권상 사장으로부터 ‘강권’과 ‘추태’가 계획된 공작이었음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 박 사장은 방북단 최연장자인데다 이미 6월 평양회담 때도 참가했었다. 그날 저녁, 몸이 불편하여 불참하려다 마지막 만찬이라 참석했다. 만찬이 길어지자 중간에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하니 북측이 당황했다고 한다. 그들은 급하게 만찬장 옆 빈방 책상 위에 박 사장을 눕혔고 만찬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 옆방이 바로 술 강권 선동공작팀의 방이었다. 조용히 누워 있으니 옆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주의 깊게 들으니 공작지휘부에서 각 테이블에 술 강권 지시를 내리는 소리였다. 이런 식이었다.
 
  “A 테이블 김 사장 걔 몇 잔 먹었어? 10잔? 안 돼 인마! 20잔은 먹여야지. 10잔이 뭐야!”
 
  〈많은 남쪽 방북자들의 말 못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명색이 김정일 초청에다가 그가 최고로 믿는다는 박지원을 포함한 56명의 ‘귀한 손님’에게도 이러니, 얼마나 많은 추태와 약점들이 잡혔을까? 그리고 북은 이를 얼마나 이용했을까?〉
 
 
  ‘어떻게 인간을 이렇게 만들어놨나’
 
  수년 전 퇴직한 국정원의 대북(對北)공작관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북한에 갔다 온 뒤 갑자기 태도가 바뀌는 이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북한에 혼자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들의 공작에 속수무책입니다. 미인계(美人計)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약점을 잡으면 매수할 필요가 없어 돈이 안 든다는 점 때문이지요.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방북 인사를 특정, 포섭하라고 명령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게 되어 있습니다.”
 
  소련의 KGB와 동독 정보기관이 서방 정치인 등을 상대로 미인계를 쓴다든지 동성연애 등 약점을 잡아 간첩 요원으로 포섭한 예는 이미 많이 드러나 있다. 북한의 공작 행태는 소련을 원형으로 삼으니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진현 당시 《문화일보》 회장은 “마지막으로 순안공항을 떠나올 때 동원된 군중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적었다. 땡볕에서 2시간40분 동안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특히 여섯 살 꽃다발 소녀가 ‘조국통일’을 외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인간을 이렇게 만들어놨나, 북녘 내 동포가 너무 불쌍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로 돌아와 “이번 방북에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체제와 이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0.01%라도 북한 측과 타협할 수 없다는 점”이며 “우리 신문은 두려움과 편견을 버리고 진실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북한 보도 지침(2000년 8월 22일)을 내렸다고 했다.
 
  김진현 회장의 북한 보도 지침은 그보다 2년 먼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내린 보도 지침과는 판이하다. 홍 회장은 1998년 9월 23일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 강연에서 북한에 대한 시각 변화는, 1994년 이른바 조문(弔問) 파동 직후 김대중씨를 만난 것이 계기였다고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의 논조 변화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현재의 대통령을 일산의 모처에서 만나 조문 파동에 관해 서너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의견이 같은 부분도 있고, 다른 점도 있었지만, 이 만남은 제가 이후 남북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계기였던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 며칠 뒤 저는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하고 언론은 이에 대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사내 토론에 부쳤습니다. 《중앙일보》는 중도우익을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남북문제에 관한 한 《한겨레》 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하기로 한 셈입니다. 이 같은 논조 변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는, 북한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일본 쪽 경로를 통해 유력 인사와 연결되면서 실마리가 풀렸고, 1997년 7월 마침내 《중앙일보》 북한문화유산 답사팀이 언론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고 이어 올해 9월까지 네 차례의 방북 조사를 성공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보도 방법도 이제는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할 때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이제는 기사를 잘못 쓰면 바로 사장실에 항의 전화를 해대는 우리의 독자처럼 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권영빈 위원이 이번 4차 방북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 ‘광명성이 가야 할 길’이라는 제하의 칼럼으로 군사적 강대국화를 떠나 경제 입국을 통한 부국화를 촉구했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북경을 통해 우리 측에 ‘아니 알 만한 사람이 어떻게 광명성이 어쩌고 저쩌고 하느냐(북한에서 광명성은 사실 김정일 총비서의 별칭에 해당됨), 이제 당분간 《중앙일보》와는 공동사업을 보류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재검토하겠다’며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2016년 7월 1일 자 《중앙일보》에는 당시 국제문제 대기자 김영희 이름으로 “사드를 포기하자”는 논평이 실렸다.
 
  〈정답은 사드 배치 포기다. 한·미 관계는 약간의 후퇴를 용납할 만큼의 여유가 있다. 한·중 관계에는 그런 마진이 없다. 전쟁 방지가 지상명령인데 사드가 있다고 북한의 도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차라리 사드를 포기하고 중국의 힘을 빌려 북한의 전쟁 도발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중앙일보》가 외교·안보 정책에서 이처럼 왼쪽으로 돌아선 배경이 홍석현 회장의 김대중 면담과 방북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신문과 JTBC가 박근혜 타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아울러 검토할 만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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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의메아리 2022-10-13 오후 2:12

    북에 갔다온뒤에 홍회장이 태도가바뀌였다구요 김진현선생은 태상노군의조마경이라도 하나있읍니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집안의아들이에요 홍회장선친께선 자유당정부시절 법무장관을역임하신 홍진기법무장관님의아들이지요 또 누님은 삼성가에 출가하시어 세계어딜내놔도 이름있는집안이예요 그런데 그런가문의자손이 북에한번갔다와서태도가바뀌였다구요 북괘가서 뭘보았고 또 뭘배워왔기에 태도가 붉게물들었단말입니까 한국언론재벌의회장이요 한국최대재벌 삼성가의사둔이며 이런분이 북에 한번갔다왔다고 태도가 바뀌다니요 그 인간의내면을 못봤을뿐이지 그 사람은 변한게아니고 본시 그런사람이라고 단언합니다 북이고향인사람도 200만이나 자유를찾아 월남하여사는오늘 대한민국현실에서 북에 한열흘갔다 왔다고 사상이변할가요 앞에도 말했지만 그가 북에가기전엔 않그랬는데 북에갔다와서 붉게 물들었단말입니까 너무 여튼생각이 아닌가요

  • 白丁 2022-10-12 오후 8:30

    김대중-홍석현-중앙일보-JTBC-손석희-태블릿...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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